“최진실 임신 못한다.”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호기심이 발동했습니다. 어느 스포츠신문 1면 우측 상단에 박힌 큼직한 활자는 분명히 그렇게 전하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일까요. 정말 상심한 듯, 사진 속의 최진실은 시무룩해 보였습니다. 잽싸게 기사 끝에 표기된 신문 안쪽 관련 기사를 찾았습니다. 또 다른 제목이 친절하게 인과관계를 설명해주고 있었습니다. “스케줄 때문에 너무 바빠서….” 처음엔 허탈한 웃음이 피식 터졌습니다. 그러다 배꼽을 잡고 뒤집어졌습니다. 5년 전 에피소드입니다.
스포츠신문 편집자의 얄팍한 수에 넘어갔던 추억입니다. 그래도 밉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각박한 일상의 리듬을 깨고 즐겁게 웃을 기회를 얻었으니까요. 때로는 스포츠신문의 선정성이 사랑스럽습니다. 툭하면 도마 위에 올라 “언론의 정도를 벗어났다”며 난타를 당하지만, 선정적이지 않은 스포츠신문이란 얼마나 심심하고 재미없습니까. “유치하다, 저급하다”는 비판도 공허한 면이 있습니다. 스포츠신문 연예기사들은 인간의 생활에 휴식과 윤기를 주기도 합니다.
물론 다 그렇지는 않습니다. 생각 없이 써갈기는 연예기사도 많습니다. 2001년 11월, 탤런트 황수정이 히로뽕 투약 혐의로 구속됐을 때 스포츠신문들이 보인 태도는 그야말로 가관이었습니다. 마치 황수정을 멍석에 둘둘 말아 저잣거리로 끌고 다니며 여론재판을 하는 형국이었습니다. ‘황색언론’의 전형이었습니다.
하지만 부질없는 일입니다. 저 지금 자다가 봉창 두드리고 있습니다. 지금이 어떤 시절인데, 스포츠신문 타령을 하고 있냐고 욕먹을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스포츠신문 연예기사의 영향력은 쇠약해졌습니다. 안쓰러운 마음이 들 정도입니다. 두어 개 매체는 폐간을 했고, 또 두어 개 매체는 기자들을 정리해고하느라 진통을 겪었습니다. 인터넷과 무가지의 등장 탓입니다. 지금 연예뉴스의 중심은 온라인 매체와 포털로 이동했다고 합니다. 상당수 스포츠신문 기자들도 그쪽으로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한겨레21>은 ‘연예뉴스 전쟁’을 표지로 올렸습니다. 조금은 생뚱맞지만, 독자 여러분의 일상을 떠올리면 이해가 갈지도 모릅니다. 포털 사이트에서 당신의 마우스 왼쪽 버튼은 무엇을 자주 두드리나요. 혹시 연예뉴스 아닙니까? 모니터가 뚫어져라 ‘연예뉴스와 연애하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안인용 기자의 기사를 읽다보면 스포츠신문이 연예뉴스를 지배하던 때가 훨씬 건강하게 느껴집니다. <한겨레21>에 들어온 지 2주일 밖에 안되는 안인용 기자. 조금 과장을 덧붙이면, 업계에서 ‘따’당할 각오로 첫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아참, 그는 이미 지난호에서 독자 여러분께 확실한 인사를 드렸습니다. 표지의 ‘채식녀’를 기억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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