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경태/ 한겨레21 편집장 k21@hani.co.kr
“나, 드디어 가는구나.”
자유기고가 최보은씨는 얼마 전 <씨네21> 511호에 이런 탄식으로 시작되는 칼럼을 썼습니다. <한겨레21>에 실리는 ‘김소희의 오마이섹스’를 읽고 난 감상의 일부입니다. “내가 우리 세대에 하늘로 날아간 헬륨 풍선처럼 현실에 발 안 딛고 둥둥 떠서 살았어도, 나는 가는 세대로구나.” 직설적인 표현과 낯뜨거운 비유로 가끔 사람을 놀라게 하는 그마저도 기가 죽은 모양입니다. 후배의 무지무지 ‘정직한’ 섹스 칼럼에 충격을 받은 듯합니다. 이해가 잘 안 되는 분들은 그동안의 칼럼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오마이섹스’를 읽으며 ‘오마이갓!’을 외치는 이들이 많습니다. 사내에서도 작은 논쟁이 일었습니다. 어느 선배는 저를 불러놓고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고등학생들도 보는 잡지인데….” 그동안 점잖은 활자매체의 지면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내용이었기 때문입니다. 기자가, 그것도 여기자가, 그~그것도 개인의 성적 경험을 드러내며 글을 쓴다는 것! 위선을 버린 기자의 사생활을 마주하면서, 독자들은 새로운 영감을 얻습니다.
이번에는 대통령의 사생활입니다. 여러분은 노무현 대통령의 그 돈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겨레 창간주주로서 제2창간 발전기금으로 기탁하겠다는 월급 1천만원. 외부의 비판이 쏟아지다 보니, 정말 입금할 것인지조차 안갯속입니다. 회사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제가 알아본 바로는, “안 받는 게 옳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한마디로 그 돈은 사생활의 영역이 아니라는 해석입니다. 그가 최고 권력의 수장인 이상!
사실 이 문제에 관해 저는 “문제될 게 없다”는 쪽이었습니다. 뒷돈을 준 것도 아니고 주주로서의 권리행사였기에 그렇게 보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가슴에 손을 얹고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그 1천만원이 한겨레의 공정성을 해칠지도 모르는데…. 한겨레는 당연히 그 돈을 거부해야 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아무리 해도 그쪽으로는 가슴이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언론과 권력의 숙명적 긴장관계’를 설파하면서 ‘권언유착’을 경계하는 논리도 압니다. 그 ‘원론’이 ‘도덕적’이기는 하되, 절절히 현실적으로 와 닿지는 않습니다. ‘웃찾사’식 개그에 빗대 이렇게 표현하고 싶습니다. “노무현이 1천만원 기탁하면 줄줄이 엎드리는 거야? 한겨레도 설설 기는 거야? 그런 거야?”
대통령의 사적 권리는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을까요. 저는 문제의 포커스를 여기에 맞췄으면 합니다. 좀더 객관화해 우리 사회의 의제로 토론해보자는 겁니다. 이는 공무원은 물론 언론인들의 정당 가입이 정당한가 하는 논쟁과도 맥락이 닿습니다. 이를 위해 초보적인 논쟁의 장을 마련했습니다(21~23쪽). 대통령의 사생활에 대해 독자들이 새로운 영감을 얻는 논쟁으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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