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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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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티를 내겠습니다

등록 2005-04-13 00:00 수정 2020-05-03 04:24

▣ 고경태/ 한겨레21 편집장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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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처럼 찾아온 변화였습니다. 날벼락을 맞고, 오늘부터 이곳에서 여러분과 만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정신적으로 적응이 안 돼 일주일 내내 스트레스에 시달린 게 사실입니다. 아직도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합니다. 독자 여러분, 잘 봐주십시오.

간단히 제 소개를 하겠습니다. 저는 1994년 2월4일 경력기자로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했습니다. <한겨레21>이 창간되기 한달 전의 일입니다. 정확히 11년2개월 동안 <한겨레21>만을 지켰습니다. 저의 뿌리는 편집기자입니다. 그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창간호부터 바로 지난호까지 표지와 신문광고의 카피를 썼습니다. 따져보니, 그게 벌써 550회를 훌쩍 넘었습니다. 쾌도난담과 아시아 네트워크, 베트남전 캠페인, 인터뷰 특강 등을 기획하고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이 베트콩과 싸웠던 중부 뚜이호아에 ‘한-베 평화공원’을 세운 일은 뿌듯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한홍구·박노자·오지혜씨 등을 필자로 영입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3월부터는 바로 뒷페이지인 ‘시사넌센스’를 지켜왔습니다. 주로 ‘남들이 한번도 하지 않은 일’에 관심을 기울였다고 자부하는 편입니다.

편집장으로서 제 키워드는 ‘행복’입니다. 언론의 궁극적인 도리는 ‘행복’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독자들의 행복을 위해 어떻게 서비스할 것인지 머리가 아프도록 아이디어를 짜고 또 짜겠습니다. 그것은 재미일 수도 있고, 샘솟는 정보일 수도 있고, 고급스런 담론일 수도 있고, 대형 특종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공정 보도니, 진실 추구니 하는 말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니 시대와 계급을 초월한 불편부당한 매체는 존재할 수 없다고 믿습니다. 저는 <한겨레21>을 대한민국에서 가장 편파적인 언론매체로 만들 생각입니다. 그러기 위해 약자들의 편에 서겠습니다. ‘진보언론’이라는 말도 별로 즐겨하지 않습니다. 저는 진보를 넘어 비범한 지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그래서 독자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겠다는 꿈을 꿉니다. 독자들의 뒤통수를 치고, 허를 찌르고…. 상상을 현실로 만들겠습니다.

조건은 좋습니다. <한겨레21>은 이번 사내 교류인사에서 <한겨레>로부터 젊은 피를 대량 수혈받았습니다. 2000년 입사해 정치·사회부에서 한나라당과 검찰을 출입한 류이근 기자, 2001년 입사해 사회부와 경제부에서 경찰서와 증권가를 취재한 길윤형 기자, 역시 2001년에 입사해 사회부·여론매체부·편집부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남종영 기자. 더불어 <한겨레21>을 오랫동안 떠나 ‘외도’에 빠져있던 김창석 팀장이 돌아왔고, 사진팀에선 윤운식 기자가 새로운 마음으로 카메라를 잡습니다. 유능하고 맹렬한 젊은 기자들의 활약을 기대하십시오. <한겨레21>은 이를 바탕으로 대대적인 지면 혁신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그 첫 작품은 5월 초에 보여드리겠습니다.

저에겐 <한겨레21> 최연소 편집장이라는 수식이 붙습니다. 기자들도 전반적으로 확 젊어졌습니다. 젊은 티를 내겠습니다. ‘최연소’라는 말이 부끄럽지 않도록 제 능력과 가능성을 ‘최대한 연소’시키겠습니다. <한겨레21>의 변화가 넌센스가 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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