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우내 밭을 지킬 마늘과 양파에 비닐터널을 만들어주고, 월동 시금치밭엔 낙엽과 배추 겉잎을 덮어줬다.
겨우 한 달이 지났다. 아직 두 달이나 더 남았다. 텃밭 농사를 시작한 뒤부터 겨울이 더욱 길어졌다. 참새 방앗간 드나들듯 하던 주말농장에 갈 수가 없어서다. 아니, 갈 수야 있겠다마는 할 일이 없다. 텅 빈 밭은 황량하고, 찬 바람은 시리기만 하다. 해마다 이맘때 느끼게 되는 막연한 그리움의 정체다.
텃밭의 한 해 살이는 ‘2말3초’에 시작된다. 추위가 빨리 물러가면 2월 말, 늦어도 3월 초엔 겨우내 묵은 밭을 갈아엎으며 농사를 시작한다. 퇴비 넣고 밭 만들면, 일주일 뒤 씨감자를 넣는다. 3월이 가기 전에 각종 잎채소 씨앗을 뿌리고, 4월에 들어서면 쌈채 모종도 심는다. 쑥 향이 짙어지는 시기다. 이후 5월 말까지 매주 작물을 추가한다. 고추·가지·토마토 따위 열매채소 모종을 심고, 호박·오이·수세미·작두콩 같은 덩굴채소도 자리를 잡아간다.
틈틈이 당근·시금치·공심채·고수·바질과 서리태·팥 등도 낸다. 밭에서 겨울을 난 마늘과 양파를 수확하고 나면 그 자리에 고구마를 넣는다. 그렇게 빈 밭 빼곡히 작물을 넣고 나면 아주 잠깐 할 일이 없는 시기가 온다. 그저 거둘 것 거둔 뒤 먹고 마시고 놀면 그만이다. 이 무렵이면 쌈채소를 수확하는데, 이때부터 ‘주막농장’도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햇볕은 조금씩 따가워지고, 텃밭은 갈수록 푸르러진다. 뭘 해도 좋은 때다.
호시절은 풀이 발목 높이까지 자라면서 끝난다. 처음엔 호미로 파 뿌리까지 제거해주지만, 풀 자라는 속도를 호미는 따라가지 못한다. 껑충하게 자란 풀은 낫으로 베어낸다. 낫도 풀을 이기지 못하는 때가 오면 예초기를 등장시킬 차례다. 이즈음 더위 탓에 밭에 머무는 시간이 짧아진다. 웃자란 쌈채소가 꽃대를 올리면 곧 장마와 함께 여름 농한기가 찾아온다.
장마철이 가고 나면 산모기가 극성이다. 폭우로 망가진 밭을 정비하며 가을농사를 준비해야 할 때다. 따가운 햇볕을 피해 주로 오후 서너 시 넘어 밭에 모인다. 김장 준비는 ‘8말9초’에 시작한다. 이르면 늦더위에 배추·무 모종이 말라버리고, 늦으면 이른 추위로 다 지은 농사를 망칠 수 있다. 가을 쌈채소까지 넣고 나면 날이 선선해지기 마련이다. 제충국 등 친환경 제제로 중무장하고, 배추의 천적인 좁은가슴잎벌레와 한판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
추석 지나 가을이 완연해지면 밭에 갈 때마다 날이 서늘해지는 걸 느낀다. 이런저런 수확이 이어지지만, 관심은 온통 배추와 무로 쏠린다. 김장농사 수확 시기 결정은 텃밭 동무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2025년 김장농사 수확은 11월29일로 정해졌다. 수확 예정일을 앞두고 성큼 다가왔던 추위가 다행히 잠시 뒷걸음친 날이다. 마늘과 양파 월동 준비를 위해 새 비닐을 사서 밭에 도착하니, 먼저 온 동무들이 배추 수확을 거의 끝내놨다. 속이 꽉 찬 배추는 드물다. 그래도 냉해는 입지 않았다. 무는 쑥쑥 잘 뽑혔다.
마늘과 양파 밭에 비닐터널을 만들어줬다. 미리 퇴비를 넣어둔 밭에 호미로 줄을 그어 월동용 시금치를 뿌렸다. 시금치밭에 낙엽을 잔뜩 긁어다 덮은 뒤 수확한 배추 겉잎을 두툼하게 올려줬다. 내년 봄 땅을 뚫고 올라올 여린 시금치를 기대하며 한 해 농사를 마무리했다. 이만하면 됐다 싶다.
글·사진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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