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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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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향 가득한 두릅튀김 먹을 시간, 바로 지금!

계절을 만끽하는 최고의 방법, 제철음식 먹기
등록 2024-04-12 06:42 수정 2024-04-17 07:12


 

꽃은 당장 봐야 한다. 하루가 다르게 피고 지는 벚꽃을 미루다간 비를 만나거나 만개하는 시기를 놓치기 일쑤다. ‘지금’을 놓치지 말라고 알려주는 꽃답다. 폭발적으로 지천을 수놓는 여린 꽃잎이 다 떨어지기 전에 지금 당장 신발을 신고 나간다.

벚꽃은 온몸으로 피어나 우리 마음을 ‘지금 이곳’에 머무르게 한다. ‘과거에 살면 후회하고 미래에 살면 불안하니 현재를 살라’는 말을 이렇게 아름답게 들려주는 존재가 또 있을까? 아침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강변을 따라 만개한 벚꽃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따끈따끈한 사진을 친구들에게 보내며 ‘지금이야!’라고 (문자로) 외쳤다. 언제나 우리에겐 ‘지금’뿐이다.

봄이 특히 그렇다. 냉이, 쑥, 고사리 같은 향긋하고 부드러운 봄나물은 ‘지금’을 놓치면 1년을 기다려야 한다. 조금만 시기를 놓쳐도 꽃대가 올라오거나 굵어져서 먹을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아버지 산에서 키우는 두릅이 지금 딱 먹기 좋다는 연락을 받고 바쁜 일을 뒤로한 채 운전대를 잡았다. 채집 활동을 좋아하는 동네 친구를 조수석에 태우고 한국 인기곡 100을 들으며 경남 남해까지 바퀴를 굴렸다.

두릅을 따기 위해 장화와 장갑을 챙겼다. 참두릅은 가시가 많아 장갑을 끼고 따야 한다. 길쭉한 나무 끝에 달린 보송한 초록색 두릅이 어색하다. 살아 있는 두릅의 모습이 생소해서 꼭 누가 일부러 붙여놓은 것처럼 보인다. 도시에서만 살다보니 땅에서 먹거리가 난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 오히려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모든 음식은 자연에서 온다는 당연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차가운 인공 바람이 나오는 마트에 진열된 플라스틱으로 포장된 ‘상품’을 위생적인 인간의 음식이라고 인지한다. 자연이 낯설고 인공이 익숙하다.

채집한 두릅을 친구와 나누고 부엌에 서서 튀김옷을 만든다. 두릅을 튀겨 먹으면 머리가 맑아지는 두릅 향과 튀김의 고소함이 어우러져서 환상적이다. 튀김가루 한 컵에 소금 2~3꼬집을 넣고 물은 튀김가루보다 적은 5분의 4컵 정도로 넣는다. 얼음 한두 조각을 넣어주면 반죽 온도가 낮아져서 바싹하게 잘 튀겨진다. 날이 선 두릅 가시는 칼로 살살 긁어내 제거하고 밑동의 홑껍질을 떼준다. 흐르는 물에 깨끗하게 씻은 두릅에 튀김반죽을 골고루 묻힌 다음 예열한 기름에 넣고 바삭하게 튀긴다. 기름에 넣을 때 두릅을 살살 흔들면서 넣어주면 튀김가루가 퍼지면서 눈꽃 모양의 튀김이 된다. 진간장에 설탕이나 물엿을 넣고 섞어 양념을 만들어준다.

몇 년 전부터 요리할 때 당을 거의 안 넣다보니 입맛이 바뀌어서 설탕은 생략했다. 유자청처럼 향긋한 과일청을 간장과 섞어 소스로 활용해도 좋다. 뜨끈한 현미밥 위에 튀긴 두릅을 올려 소스를 살짝 뿌려준다. 비비지 않고 밥 한입, 두릅튀김 한입을 번갈아가며 먹는다. 두릅튀김을 베어 물 때마다 바삭하게 봄의 향이 퍼진다. 국회의원선거가 있는 4월, 인간사 어지러워도 계절을 만끽하는 순간은 행복하다. 계절, 즉 날씨를 제대로 누리는 최고의 방법이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달리기이고 하나는 두릅튀김 같은 제철음식 먹기다. 모두 지금 당장 한 걸음씩, 한입씩 행복해지길 바란다.

글·그림 초식마녀

*비건 유튜버 초식마녀가 ‘남을 살리는 밥상으로 나를 살리는 이야기’를 그림과 함께 4주마다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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