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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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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안 구워 먹어도 되는 캠핑

‘쓰레기·탄소배출 없는 캠핑’ 기획자에게 진주 특산물 애호박 파스타 추천
등록 2023-11-11 04:00 수정 2023-11-17 08:32
일러스트레이션 초식마녀

일러스트레이션 초식마녀

“진주시에 비건으로 포장할 만한 음식 있을까요?”

쓰레기와 탄소배출 없는 캠핑을 기획하는 지인이 경남 진주로 캠핑을 오게 됐다며 반갑게 물었다. 5년째 비건을 하고 3년째 진주에 살고 있으나 머리에 떠오르는 건 김밥밖에 없었다. 어묵이나 달걀, 햄을 빼고 주문한 김밥. 어디에서나 비건으로 먹기 좋은 그 김밥. 진주가 아니어도 상관없는 김밥… 뭐라도 더 나은 답변을 하고 싶어서 쥐어짜기 시작한다.

“땡초김밥이 유명하긴 한데 무척 맵습니다. 하지만 맛있어요.”

볶음밥을 김으로 싼 듯한 땡초김밥은 진주에서만 먹는 특별한 김밥이라 하겠지만 매운 걸 못 먹는 사람에게는 음식이라 할 수 없다. 어지간한 매움이 아니다.

웬만한 식사는 집에서 다 만들어 먹는 상황이다보니 식당 정보에 어둡다. 차라리 외식한다고 하면 채식요리를 파는 중식당이나 비건 안주를 파는 맥줏집을 추천하겠는데 포장해서 먹을 만한 음식을 떠올리려니 출력 오류가 난다. 누구보다 진주 먹거리를 모르는 진주 시민인 것을 들켜버렸다.

약간의 침묵 끝에 두 번째 제안을 해본다.

“수복빵집의 찐빵이 명물이에요. 단팥소스를 부어 먹는 찐빵인데 비건으로 추정되고… 사실 저는 안 먹어봤어요.”

나름 인기 있고 특색 있는 메뉴지만 먹어본 적 없는 음식을 추천하려니 민망함에 말끝이 흐려진다. 식사가 아닌 간식이라는 점도 마음에 걸린다. 별 도움을 주지 못해 아쉬워하다 직접 요리할 수 있는 캠핑이란 사실을 떠올렸다.

“고구마! 고구마 어때요?”

“아쉽게도 화로 사용이 안 된다고 하네요.”

“화기 전부 안 되나요? 물은 끓일 수 있나요?”

“물은 끓일 수 있어요. 화기 사용 가능해요!”

‘그럼 찐고구마를 먹으면 되잖아’라고 생각했지만 고구마를 식사로 먹이면 채식에 대한 오해가 강화될 듯해 다른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진주 애호박으로 파스타를 해먹으면 좋을 텐데 말이죠.”

사실 진주에서 애호박이 유명한지는 확실치 않았지만 어머니 지인이 하는 농장에서 애호박을 얻어먹은 기억이 났다.

“좋은데요. 레시피 알려주세요!”

이번 기획은 통과로구나. 신나서 유튜브와 만화에 올려둔 레시피를 찾아봤는데 놀랍게도 없었다. 기억 속에서 조리법을 끄집어냈다.

“일단 재료는 스파게티, 애호박, 소금, 마늘, 올리브유 정도면 되고 페페론치노도 있으면 좋아요. 소금 대신 비건 조미료를 사용하면 맛이 기막힙니다. 애호박과 마늘을 올리브유에 볶다가 삶은 스파게티를 넣고 간만 맞추면 끝이에요.”

환경을 생각하는 행사에서 드디어 채식 이야기가 나오는 게 반가워서 캠핑 전까지 레시피 영상을 만들어보겠다고 약속했다. 육식산업은 온실가스 배출뿐만 아니라 토지 오염, 물 남용, 항생제 내성균 등 다양한 환경문제의 주범이다. 1년 동안 일주일에 한 번만 채식해도 나무 15그루를 심는 것과 같은 온실가스 감소 효과가 있다.

캠핑까지 이틀 남았다.

글·그림 초식마녀 비건 유튜버

*비건 유튜버 초식마녀가 ‘남을 살리는 밥상으로 나를 살리는 이야기’를 그림과 함께 4주마다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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