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와 기소 외에 뭔들 잘 알겠느냐마는, 윤석열 대통령은 핵발전에 대해서도 무지에 가깝다. 아니 진지한 관심이 없다고 해야겠다.
대선 후보 시절인 2021년 12월 신한울핵발전소 3·4호기 부지를 찾은 자리에서 그는 “사고가 과거에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에서 있었지만, 지금 우리나라 원전은 그것에 비할 정도가 아닐 만큼 튼튼하다”고 했다. 당시는 월성핵발전소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저장조 주변 땅과 지하수에서 삼중수소와 세슘-137이 오랜 기간 비계획적으로 누설된 게 알려져 논란이 일던 때였다. 사용후핵연료라는, 아직 인류가 처리 방법을 찾지 못해 어쩌지 못하는 고농도 방사성물질을 임시 저장해둔 저장조의 시설 결함이 발견됐고 국내 핵산업계가 어수선했다. ‘의도된 은폐’라는 내부고발이 나오고 탈핵단체들은 국내 핵발전 규제 체계의 문제를 지적했다. 당시 친핵발전 쪽 전문가들이 반격하는 과정에서 주목받은 얘기가 여전히 회자하는 ‘바나나 6개, 멸치 1g’(유출된 삼중수소의 인체 영향이 바나나 6개, 멸치 1g 수준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국내에 삼중수소가 알려진 건 그래서,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오염수보다 먼저였다.
월성핵발전소는 고리·울진·영광 등 나머지 세 곳과 달리 국내 유일의 중수로 원전이다. 중수로는 다른 경수로에 견줘 삼중수소가 최대 10배 더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정부는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배출을 옹호하면서 “후쿠시마보다 고리·월성의 삼중수소가 더 많이 배출된다”고 얘기한다. 그러면서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해 그렇듯, 국내 삼중수소에 대해서도 ‘안전하다’ ‘괜찮다’고만 한다. 반면 핵발전소 최인접 지역 주민들은 9년째 이주 대책을 요구하며 소송하고 시위하고 싸워오고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국민적 우려는 같은 삼중수소로 고통받는 핵발전소 인접 지역 주민들에 대한 관심으로 옮아가야 하지 않을까. 잘 잊지만, 우리 안에도 오래된 후쿠시마가 있다.
<한겨레21>은 8년6개월째 갑상샘암 공동소송을 해오는 월성핵발전소 주변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 마을에 9개월간 머무르며 현장조사를 한 연구자의 글과 후쿠시마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중단시켜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일본의 탈핵 변호사 가와이 히로유키와도 인터뷰했다. 도쿄전력을 상대로 소송에 나선 국내 어민들의 이야기도 들었다. 핵발전과 그 부산물을 둘러싸고 지난한 싸움을 하는 이들은 공통적으로 묻는다. “국가는 어디에 있느냐”고.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618명이 암 걸렸다고 소송해도 … 핵발전소는 무죄다?
https://h21.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54414.html
“매 순간 방사능에 노출돼 살잖아” 상여 시위 하는 까닭
https://h21.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54388.html
오염수 방류 중단 첫 소송 주도한 가와이 히로유키 변호사 인터뷰
https://h21.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54416.html
도쿄전력 소송 나선 어민 “국가는 어디 있나”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439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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