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하고 명백한 잘못이 인정되지 않는다.”
2006년 3월 대법원이 새만금 사업 취소 소송을 기각하며 들었던 사유입니다. 멈췄던 공사가 재개됐습니다. 한 달 뒤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새만금 방조제)이 망망대해를 막아섰습니다. 지렁이·조개·게 등등 새만금 갯벌에 살던 하늘의 별만큼 많은 저서생물이 바닷물을 애타게 기다리다 몰살당했습니다. 무수히 많은 멸종위기종·법정보호종을 포함한 철새들이 떼죽음했습니다. 왕복 3만㎞ 장거리 여행을 하다 새만금에서 먹고 쉬었던 큰뒷부리도요 수가 급감했습니다. 조개를 줍고 꽃게를 길어 올리던 전북 군산·김제·부안의 2만여 어민이 터전을 잃었습니다. 뭇 생명을 지키려 모였던 사람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갔고 지난 십수 년간 언론도, 환경단체도 더는 새만금 문제에 크게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저서생물 편에서, 철새의 눈으로 ‘새만금’을 묵묵히 기록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입니다. 새들이 무엇을 어떻게 먹고 또 어디서 자는지 일과를 꼼꼼하게 적습니다. 물길을 막아 썩어들어가는 새만금호의 수질을 미터별로 측정해 종이 위에 꼭꼭 눌러씁니다. 바다를 빼앗긴 흰발농게(멸종위기종)가 지하로 스며든 해수로 10년을 버티다 굴 밖으로 나왔습니다. 바로 새만금 개발 광풍을 가까스로 비켜선 수라갯벌에서입니다.
또다시 수라갯벌을 빼앗아, 흙을 돋우고 콘크리트를 들이부어 2028년까지 새만금신공항을 세운다고 합니다. ‘야생생물의 멸종을 예방하고, 생물의 다양성을 증진’(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조)하는 건 국가의 책무입니다. 하지만 법보다는 ‘정부 의지’가 더 중요하다고 합니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이 제안합니다. “수많은 생명이 깃들여 사는 수라갯벌을 보러 오세요.”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새만금, n번 죽어…수라갯벌을 아수라 손아귀서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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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 “마지막 새만금 목격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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