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에게 허위 사실이 공표되는 경우에는 유권자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없게 되어 민의가 왜곡되고 선거제도의 기능과 대의민주주의의 본질이 훼손될 염려가 있다는 점에서 죄책이 가볍다고 할 수 없습니다. (…) 주문, 피고인을 징역 1년에 처한다. 다만 2년간 이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2024년 11월15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 311호 법정에서 형사합의34부 한성진 재판장이 주문을 낭독하자 방청석에서 짧은 탄식이 터져나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피고인석에 서서 22분 동안 한 부장판사가 읽는 양형 이유와 주문을 들었다. 재판부가 법정을 떠나자 이 대표는 씁쓸한 웃음을 지은 뒤 변호인들과 악수하고 법정을 나왔다.
‘무죄’ 혹은 유죄가 선고되더라도 의원직과 피선거권이 박탈되지 않는 ‘100만원 미만의 벌금형’을 기대했던 이 대표와 민주당은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한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준비했다고 한다. 하지만 준비한 입장문을, 국민은 들을 수 없었다.
법정에 들어갈 때 동행한 민주당 의원들과 웃으면서 인사했던 이 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법원을 나섰다. 그는 기자들의 질문엔 답하지 않고 짧게 말했다.
“오늘의 이 장면도 대한민국 현대사의 한 장면이 될 것입니다. 현실의 법정은 아직 두 번 더 남아 있고, 민심과 역사의 법정은 영원합니다. 항소하게 될 것입니다. 기본적인 사실인정부터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운 결론입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상식과 정의에 입각해서 판단해보시면 충분히 결론에 이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날 서울 서초구 법원 일대를 찾은 사람들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법원을 바라보고 동쪽 편인 법원로에는 이 대표의 유죄 선고와 구속을 촉구하는 집회가, 서쪽 편인 반포대로에는 이 대표의 무죄를 촉구하는 집회가 각각 열렸다. 혼란한 지금의 한국 사회와 정치지형의 축소판 같았다. 더 우려스러운 사실은 이 혼란한 정국이 이제 막 출발점을 지났다는 것이다.
이 대표 발언은 한 가지 사실을 간과했다. 현실의 법정이 두 번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 11월25일에는 이 대표의 ‘검사 사칭’ 발언 재판 관련 ‘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1심 선고가 기다리고 있다. 게다가 검찰은 11월19일 경기도지사 시절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업무상 배임)로 이 대표를 또 재판에 넘겼다. 이 대표에 대한 여섯 번째 기소다. 수원지검과 성남지청은 이 대표를 아직 수사하고 있다. 검찰의 칼날이 이 대표만 집요하게 겨누는 현실이 가혹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같은 잣대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도 겨누어야 마땅하다는 지적이다.
다수의 국민은 동편도 서편도 아닌 그 사이 어딘가에 서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시간이 지나 역사는 이 사실을 어떻게 기억할까. 이 대표가 말한 두 법정(항소심과 상고심, 민심과 역사의 법정)은 그가 강조한 ‘상식’과 ‘정의’의 결론에 이를까?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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