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령 느티나무①]‘비어가는 마을에 나무마저 위태로운데 인물은 계속 날까’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삼산마을에 아주 오랜만에 큰일이 생겼다. 사월 초파일 부처님오신날이던 2023년 5월27일, 1천여 부처가 사는 불사가 세워진 것이다. 2008년 1월 두곡저수지가 가물어 바닥을 드러내자 동곡 법사는 수장됐던 느티나무 밑동과 뿌리를 끄집어냈다. “땅 위에서 천 년, 물속에서 백 년을 산 고목에 불심을 새기겠다”는 마음이었다. 무게만 5t. 김해화엄불교회관으로 옮겨 7년간 말린 뒤, 2015년 강원도 횡성 우백현(69·국가무형문화재 제108호) 목조각장의 선목공방으로 보내져 8년간 작업이 이뤄졌다. 나무뿌리가 휘어진 모습 그대로, 돌을 움켜쥐었으면 그 모습 그대로 각양각색의 부처들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물에 잠겼다 드러났다 하면 빨리 썩지만 물속에서 백 년을 잠겨 있던 나무라 화석이 돼가고 있었을까요? 목질이 더 단단했어요. 조각도가 잘 들어가지 않았고, 어떤 건 돌도 끼어 있어 하루에도 수차례 조각도를 다시 갈았어요. 40년 조각을 했지만 이런 목재로 작업한 건 처음이었습니다. 천 년을 신(목)으로 살다 백 년을 물속에 잠겼던 나무 자체를 느끼려고 했어요. 작업을 많이 하기보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러면서 세세하게 작업하기도, 거칠게 작업하기도 했어요. 나무 느낌에서 지장보살님·관음보살님이 나오기도 하고, 배가 나온 포대화상이 나오기도 했어요.”(우백현 목조각장)
자비로 중생을 구제하는 관음보살의 머리 위쪽에 악마(아수라)가 두 눈을 부라리며 입을 크게 벌린 조각상도 눈에 띄었다. “참선하다보면 누구나 이상한 생각이 들고, 그러면 마음을 다스리고 또 다스려야 하지 않습니까? 문득 부처님도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속살이 주황빛을 띠는 느티나무는 예로부터 고급 목재였다. 가야시대 고분과 경주 천마총에서 출토된 관과 해인사 법보전, 화엄사 대웅전, 부석사 무량수전, 통영 세병관 등이 느티나무로 만들어졌다. 튼튼하고 오래 사는 느티나무는 수관 체적이 크고 엽량이 많은 특징 때문에 최근 기후변화 대응 나무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1930년대 ‘네덜란드 느릅나무병’이 유럽을 강타했을 때 느티나무에 관심이 집중됐다. ‘네덜란드 느릅나무병’은 레이철 카슨이 <침묵의 봄> ‘새는 더 이상 노래하지 않고’ 장에서 살충제 살포로 인한 연쇄적인 죽음을 지적할 때 등장한다. 이 병을 옮기는 딱정벌레류를 죽이려 살충제를 뿌렸더니, 토양·지하수 등이 오염되고 이에 중독된 지렁이 등을 먹은 울새까지 연쇄적으로 모두 죽고 말았다는 살충제 살포의 치명적인 함정이 고발됐다. 이때 같은 느릅나무과인 ‘동아시아 느티나무’가 ‘구원투수’로 투입됐고, 지금까지도 유럽에서 널리 식재되고 있다.
“느티나무속은 서양에 3종, 동아시아에 3종 등 모두 6종이 있어요. 유럽에서 흔하지 않은 느티나무는 병충해에 강하고 오래 살면서 잘 번식하기 때문에,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데 경제적인 조림수종이라는 연구결과가 최근 나오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도 추위와 더위를 모두 잘 견뎌 한반도 전 지역에서 잘 자라요. 중국에서는 이런 느티나무를 해안가에서까지 자라게 하려고 내염성 있는 품종까지 육성하고 있어요.”(허태임 식물분류학자)
의령(경남)=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의령 느티나무③]‘느티나무 한 그루가 숲으로 컸지만…열매 보다 아름다운 이야기는 계속될 수 있을까’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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