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님, 그거 일본 방식인데요….”
경남 지역에서 3대째 조경업체를 운영하는 박정기 ‘노거수를찾는사람들’(노찾사) 대표는 2023년 5월4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마당에서 ‘용산 어린이정원 기념식수’를 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기념식수한 소나무를 다듬는 모습이 전형적인 일본 방식이었던 것.
-나무 다듬는 데 일본·한국 방식이 따로 있나.
“나무를 인공적으로 층층이 다듬는 건 일본 방식이다. 가이즈카향나무와 나한송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에선 나무를 다듬더라도 자연스러움을 강조한다. 특히 소나무는 절개·기상·군자, 이런 정신을 담기 때문에 고유한 수형을 최대한 살린다.”
-일본 방식이 왜 문제인가.
“기념식수한 장소가 대통령실 앞이다. 헌법에 나와 있진 않지만, 소나무는 우리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국목(國木)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일본에는 소나무가 우리나라처럼 많지 않다. 나무는 자연생태 구성물이자 인류문화의 산물이다. 지구상에 인간만이 나무를 심고 가꾸며 의미를 부여한다. 우리나라 소나무를 일본 방식으로 다듬어 사적 영역도 아닌 대통령실 앞에 심는다? ‘나라님’ 계신 곳에 심는 나무라면 신경 썼어야 한다. 마치 한복을 입고 게다(일본식 나막신)를 신었다고나 할까. 윤 대통령 스스로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고도 하지 않았나?”
-오랫동안 노거수(크고 나이 든 나무)를 찾고 있는데 그간의 성과를 말해달라.
“1994년부터 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노거수를 찾아다녔다. 어려서 함께 살았던 거제 고향 마을의 노거수 느티나무를 잊지 못해서다. 다른 마을의 노거수들과 크기·수종 등을 비교하면서 사진 찍고 있다. 2013년 동호회 ‘노찾사’를 결성한 뒤에는 회원들과 함께 다닌다. 2014년 12월 창원 북부리 팽나무(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팽나무)를 발굴해 이듬해 4월 <경남도민일보>를 통해 알렸다.”
박 대표는 2021년 8월부터 MBC경남 <뿌리 깊은 나무>라는 프로그램에 70여 회 출연해 경남 곳곳의 노거수를 알리고 있다. 또 30년 가까운 답사 경험을 바탕으로 2022년 6월 책 <창원에 계신 나무어르신>(불휘미디어 펴냄)을 펴냈다.
-<한겨레21> 등 언론에 바라는 점이 있는가.
“기후위기와 관련해 최후의 보루가 광합성으로 탄소를 흡수하는 나무다. 인간이 화석연료를 태우면서 발생시키는 탄소를 현실적으로 가장 많이 흡수해 없앨 수 있는 것이 나무다. 사람들은 과거 민둥산일 때를 떠올리며 ‘산이 많이 우거졌다’ ‘나무는 저절로 자라는 거 아니냐’라며 나무를 아낄 생각을 못한다. 자연스러운 생각일 수 있다. 하지만 (탄소의) 배출보다 흡수가 훨씬 못 미쳐서 생긴 일이 지금의 기후위기다. ‘과거 민둥산일 때’보다 숲이 우거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때보다 차와 사람이 많고 도시도 훨씬 크다. 지구촌 산림의 양은 줄었고 질은 나빠졌다. 나무를 아끼는 보도가 많았으면 한다. 특히 노거수는 역사·문화적 가치를 지닌다. 마을 공동체도 노거수 중심으로 형성됐다. 웬만한 공원보다 더 큰 역할을 하는 게 노거수다. <한겨레21>을 비롯한 언론에서 그런 노거수의 가치를 많이 소개해줬으면 한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기승전21은 <한겨레21>과 인연이 있는 ‘그때 그 사람’을 찾아 안부를 묻고 <21>의 안부를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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