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1459호 표지
‘탈성장’이란 말을 처음 들은 건 2020년쯤으로 기억합니다. 먼 유럽에서 일군의 학자와 운동가가 ‘이제 우리 성장을 멈추자’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는데, 신선하지만 한국에선 씨알도 안 먹힐 얘기라 생각해 흘려들었습니다. 이번에 기사를 쓰면서 보니 코로나19로 촉발된 위기가 한창이던 그해 5월, 60여 개국의 전문가 1100여 명과 단체 70여 곳이 서명한 국제적 공개서한이 그 얘기였습니다. 이들은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는 한편, 더 이상의 위기를 막고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사회·생태적 전환의 경로로 ‘탈성장’을 제안했습니다. 다시 보니 영 뜬금없는 개념도 아니었습니다.
핵심은 이겁니다. 탈성장이 꼭 성장을 멈추자, 자본주의에서 벗어나자는 얘기만은 아니라는. 그리고 또 생각해볼 것은 성장이란 게 이미 하고 싶어도 하기 힘들어졌다는. 2023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은 1.6%입니다. 2000년대 들어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다음으로 낮습니다. 2023년에 뭔가 특별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후 한국의 성장률은 계속 이 수준일지 모릅니다. 인구까지 급격히 줄고 있으니(2020년부터 자연감소 시작) 예상치 못한 외부 충격까지 더해지면 우리 경제는 이대로 정체 내지 축소될지 모릅니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방식의 성장을 좇는 일이 과연 옳을까요.
저도 이제 막 공부를 시작한 처지이지만, ‘탈성장=탈자본주의’도 오해입니다. 이 진영 안에 여러 주의·주장이 있고 탈자본주의적·사회주의적 주장도 물론 있지만, 그것만으로 채워지진 않습니다. 기사에서 소개한 김현우 탈성장과대안연구소 소장의 말처럼 “하나의 청사진이나 지침이 아닌 초대장”으로 보면 좋겠습니다. 성장에만 매달려온, 그렇게 형성된 우리의 기존 질서와 가치관이 과연 지속가능한지, 더구나 기후위기 시대에 정말 괜찮은지 질문과 회의를 본격적으로 해보자는 제안입니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면 추락할 수밖에 없는 비행기가 아닌, 공중에서 안정된 상태로 있는 헬기처럼 살 순 없을까 하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지 못하면 지구는 인류의 힘으론 되돌릴 수 없는 변화를 겪게 됩니다. 기술적 해결책을 기대하는 이도 있지만 아직은 미지의 영역입니다. 오히려 이런 막연한 기대는 당장 해야 할 노력을 소홀히 하게 합니다. 우리가 탄 차는 어차피 멈추게 돼 있습니다.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그대로 벽에 부딪혀 멈추는 것(기후파국)과 지금이라도 브레이크를 밟아 서서히 속도를 줄이는 것(탈성장)이란 선택지가 남아 있을 뿐입니다. 우리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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