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1457호 표지
‘자연공원 기본계획’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정부가 10년에 한 번씩 세우는 계획인데, 이걸 보면 그간 국립공원을 대하는 태도가 어떻게 바뀌어왔는지 알 수 있습니다. 2003~2012년 1차 계획 때는 보전 개념이 ‘소극적 보호 및 규제’였지만 2013~2022년 2차 계획에선 ‘적극적 복원 및 복구 개념’으로 바뀌었고, 2023~2032년 3차 계획 땐 ‘자연공원 내외 생태계 연결성을 고려한 포괄적인 보전·복원 개념’으로 확대됐습니다. 그런 흐름에 맞춰 환경부도 2023년 초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의 합의대로, 2030년까지 전 국토의 30%를 국립공원과 습지보호지역 등 보호지역으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여기까진 훌륭합니다. 그런데 발표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설악산 국립공원에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조건부로 허가합니다.
케이블카 사업 예정구역을 가서 관찰하고, 전문가들의 이야기와 연구보고서를 검토해 1457호 표지이야기 ‘산양·노루·담비 위 최상위 포식자가 나타난다’에 담았습니다.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라는 ‘환상’에 대해서도 ‘지역 곳간 털어 케이블카 사업자만 배불려’ 기사에서 다뤘습니다.
미처 못 담은 이야기도 있습니다. 케이블카를 찬성하는 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 중 하나는 해외 사례입니다. 특히 자연경관으로 유명한 스위스만 해도 수천 개의 케이블카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국립공원엔 한 개도 없습니다.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최소한 국립공원은 보호하자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입니다. 일본은 국립공원에 24개의 케이블카가 있지만, 1970년대 이후 새로 설치된 건 없습니다. “해외 대부분의 국가에서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를 최소화하고 있는”(국립공원연구원) 추세입니다. 한국의 경우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개수는 3개입니다. 1989년 허가가 난 덕유산 케이블카 이후 더 지어지지 않았습니다.
장애인과 몸이 불편한 이들도 산에 올라 경관을 감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양양군에서 만난 주민 이순녀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갈 때, 배려 시설은 생각이나 해봤을까요.” 양양군 쪽은 “장애인 등 이동 약자의 방문 증가를 대비해 특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습니다. 양양군에서 하부 정류장이 예정된 지점까지 들어가는 시내버스 노선은 1개입니다.
표지 기사엔 설악산이 터전인 동식물의 목소리가 빠졌다고 썼습니다. 사실 빠진 목소리가 하나 더 있습니다. 후손들의 목소리입니다. 케이블카로 돈을 벌고 지역 경제에도 효과가 있고 좋은 경관을 볼 수 있다 해도, 이에 따라 훼손될 경제적 가치는 계산되지 않았습니다. 미래에 후손들이 오색케이블카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요.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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