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카'라는 환상이 있다. 케이블카가 지어지면 지역경제가 활성화하고 환경보호까지 될 거라는.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강원도 전역에 미칠 겁니다.”(김진태 강원도지사) 결사반대를 외치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훌륭한 자연유산인데, 보존해서 물려줘야죠.”(강원도 양양군민 조용명씨) 2023년 2월27일 환경부에서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삭도 설치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조건을 달아 협의 의견을 통보했는데, 사실상 케이블카 착공까지 9부 능선을 넘은 셈이다.
3월19일부터 22일까지 강원도 속초와 양양 일대를 돌며 주민 10여 명을 만났다. 20년 넘게 투쟁해온 박그림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공동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듣고, 녹색연합과 함께 설악산을 찾아 13시간 동안 케이블카 사업 예정지를 구석구석 관찰했다. 1971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권금성 케이블카가 있는 속초 설악동을 찾아 상인들도 만났다.
모두의 이야기가 논리와 근거,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런데 빠진 것이 있다. 눈치채셨는가. 이 모든 논의와 토론에 주인의 이야기가 빠졌다. 설악산의 목소리다. 하루 24시간, 길게는 수백 년 동안 설악산에서만 살아온 동식물 이야기다. 케이블카 설치가 논란이 될 때마다 멸종위기 야생동물 1등급인 산양이 부각됐지만, 설악산엔 산양만 살지 않는다. <한겨레21>이 이번 산행에서 만난 다람쥐와 동고비의 터전도 설악산이다. 군락을 이룬 눈측백과 분비나무는 셀 수 없이 많다. 상부 정류장 예정지역에서 200년 동안 서서히 곧게 뻗은 잣나무는 이 모든 논의과정을 지켜봤을 것이다.
설악산국립공원에 들어설 오색케이블카는 시작이다. 환경부가 오색케이블카에 대한 조건부 협의 의견을 밝힌 이후 전국 22개 국립공원 중 북한산·지리산·무등산·월출산·보문산·팔공산·주흘산·영남알프스·속리산·소백산 등 10여 곳에서 케이블카가 추진되고 있다.
“최소한 국립공원을 지정했으면 그 안에서는 사람이 먼저가 아니라 동물이, 식물이 먼저가 돼야 하는 거예요. 이곳만이라도 지키자고 한 거잖아요.” 양양군민 김명길씨의 말이다.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https://h21.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53626.html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360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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