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9월24일, 서울 도심에 3만5천 명이 모였습니다. 직전 기후집회가 열린 2019년보다 4배, 5배 더 많은 사람이 함께했습니다. 서울광장부터 숭례문에 이르는 태평로2가 일대가 가득 찼습니다. ‘924 기후정의행진’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이 참가했고, 유독 청소년이 많아 보였습니다. 환경 집회답게 깔끔하고 색달랐습니다. 참가단체들이 저마다 차려놓은 부스 덕에 축제 같은 느낌도 났습니다. 무언가 또 다른 굵직한 이야기가 이날로부터 시작되겠다는 기대감 같은 것이 일었습니다.
<한겨레21> 기자들은 집회가 진행되는 동안 거의 내내 제1431호에서 기후정의 관련 기사 몇 꼭지만을 따로 모아낸 특별판을 집회 참가자에게 나눠드렸습니다. 우리도 이 이야기의 작은 조각 하나가 됐다는 생각에 마냥 힘들지만은 않았습니다. 이제 다음 할 일을 찾아야 할 것 같았습니다.
특별판에서 주요하게 소개한 파키스탄의 이야기는 국내 매체에서 잘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기후위기와 관련한 현장과 사례가 대개 그러합니다. 아직은 우리와 다소 거리가 있는, 먼 나라 이야기인 경우가 많습니다. 극지방에서 녹아내리는 빙하도, 국토가 물에 잠기는 남태평양의 섬나라도, 오스트레일리아의 대형 산불과 대산호초의 백화 현상도 모두 먼 곳의 일입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관심과 노력을 쏟아야 합니다. 우리가 피부로 느낄 때쯤이면 이미 늦어버리고 맙니다. 선진국에 진입한 우리나라는 이제 더더욱 지구적 변화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기후위기에 따른 재난은 평등하지 않습니다. 가난한 이와 빈국에 더 가혹합니다. 기후변화를 기후위기로 바꿔 썼듯, 이제 기후정의입니다.
이 글을 쓰는 9월29일 오후 국회 누리집에선 탈석탄법 제정 청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9월30일까지 5만 명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아직 조금 모자랍니다. 국내에는 6기의 석탄발전소가 지어지고 있습니다. 강원도 삼척과 강릉에 짓는 석탄발전소 4기는 2023년이나 2024년 상업운전을 시작합니다. 6기가 모두 지어져 사용연한인 30년 동안 운영되면 4억t의 온실가스가 발생합니다. 2021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전세계 주요국 정상들이 석탄발전의 단계적 감축을 합의했는데, 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석탄발전소 건설을 중단하고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일에 우리 사회가 더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924 기후정의행진’ 집회 때 남은 특별판 중 일부를 회수하지 않고 집회 주최 쪽이 마련한 안내부스에 놓고 왔습니다. 그날 뿌린 <한겨레21> 특별판 가운데 현장에서 버려져 쓰레기로 남은 것이 있다면, 지면을 빌려 사과드립니다. 계속 더 나은 방법을 찾아가겠습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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