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사형시켜.”
‘촉법소년 엄벌론’에 의문을 제기한 기사가 나가자 부정적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게 감정이입하는 건 옳지 못하다는 지적, 인간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나이가 어리더라도 알 건 다 알고, 아이들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청소년은 뇌 발달 단계상 어른과 동일하게 취급하면 안 된다는 전문가들 주장이 있지만, 그럼에도 아이들은 ‘알 건 알고’ ‘쉽게 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오해는 풀고 싶습니다. 범죄소년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 범죄소년이 더 큰 범죄자로 자라나는 걸 막기 위해 이 문제의 근본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을요. 특히 인터뷰이였던 박용성 부산 부산진구 부전청소년센터장에게 가해진 ‘피해자 입장에서 생각해봤냐’는 댓글은 좀 억울합니다. 박 센터장은 부산가정법원 소년위탁보호위원으로 활동하며 방황하는 ‘학교 밖 청소년’ 이른바 가해자들의 교화를 꾀하기도 하지만, 그로 인한 피해자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가해자의 범죄 증거를 모으고, 성폭행당한 아이들을 설득해 경찰에 신고하게 해 가해자를 교도소에 보낸 그입니다. 그의 주장은 ‘촉법소년 연령을 절대 하향하면 안 된다’는 게 아니라 ‘촉법소년 연령 하향으론 진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었지만, 국민 법감정에는 그조차 미치지 못하는 모양이었습니다.
문득 천종호 판사가 2022년 4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말한 내용이 떠올랐습니다.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의 예를 들자. 그때 ‘가해자 엄벌’을 요구하며 ‘소년법 폐지’ 여론이 들끓었다. 근데 그 뒤 국민이 그 피해자 학생을 위해 한 게 뭐가 있나. 전 국민 가운데 단 한 명도 그 학생을 돕자고 한 사람이 없다. 그 학생은 비슷한 처지에서 아등바등하다 고등학교에 갔지만, 비주류 아이들과 섞여 결국 자퇴했다. 그 아이는 그런 환경을 벗어나고 싶어 했다. 누군가 과외라도 해줬으면 그 학교에 안 갔을 것이고 자퇴도 안 했다.”
이번 취재를 하며 학교폭력 피해자 단체 활동가와 익명을 전제로 통화했습니다. 그는 “학폭미투니 온갖 여론이 들끓어 우후죽순으로 학교폭력 피해자 상담을 한다는 시설이 생기지 않았나.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태권도장, 한의원 같은 곳을 상담센터로 등록해놓고 통계상으론 잔뜩 피해자 지원 시설이 많아진 것처럼 만들어놨다. 사건이 있을 때만 잠깐 관심이 집중되고, 진짜 피해자들한테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했습니다.
‘흉포화하는 소년범죄로부터 국민들을 안전하게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말에서 소년범죄자와 국민은 완전히 분리돼 있습니다. 가해자는 우리와 대척점에 있는 존재입니다. 과연 그런가요. 우리 모두 학창 시절 한 번쯤 학교에서 ‘왕따’를 본 적이 있습니다. 왕따는 아무도 손 내밀어주지 않을 때 왕따가 됩니다. ‘진정한 친구’가 있는 ‘왕따’란 말은 성립되지 않습니다. 가해자가 누군가를 괴롭힐 때, 우리는 피해자에게 관심을 기울였나요. 우리는 가해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롭나요. 촉법소년 논란에 던지고 싶은 질문입니다.
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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