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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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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테라·루나 후폭풍

등록 2022-06-05 15:14 수정 2022-06-07 02:14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2022년 5월28일 새로운 블록체인 생태계 ‘테라 2.0’을 가동하고 새 루나(LUNA) 코인을 발행해 기존 투자자들에게 나눠줬습니다. 가치가 0원에 가까운 기존 루나는 이름을 ‘루나 클래식’(LUNC)으로 바꿨다네요.

새 루나 역시 광란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습니다. 가상자산(암호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을 보면 해외거래소 상장 당일 개당 17.8달러로 시작한 가격은 19.53달러까지 올랐다가 3.63달러까지 떨어졌습니다. 하루 동안 최고가보다 81% 하락한 겁니다. 사흘 뒤인 5월31일 가격은 8.88달러입니다. 단타를 노리는 투자자들이 뛰어들면서 가격이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권 대표는 ‘테라 2.0’으로 재기를 노립니다. 하지만 한번 신뢰가 무너진 테라 생태계가 회복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알고리즘으로 코인 가격을 유지하는 시스템이 업계에서도 ‘폰지 사기’라는 비판을 받는 마당에 비슷한 방식으로 굴러가는 새 코인을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요.

다만 투자자들 사이에선 생각이 다를 수 있겠습니다. 새 루나 발행 소식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자 <블룸버그> 통신은 5월26일 “암호화폐 세계는 투자자들이 기존 도박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도박을 계속하는 전통적인 패턴을 따른다”고 꼬집었습니다.

테라·루나 폭락 사태를 진단한 제1415호 표지이야기를 읽은 누리꾼들은 댓글로 열띤 논쟁을 펼쳤습니다. 대체로 투자자의 책임이라는 얘기가 많았습니다. 한 누리꾼은 루나 투자자들을 안데르센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에 비유했습니다. 사치를 좋아하는 왕이 사기꾼에게 속아 실제 존재하지 않는 옷을 입었다고 생각하고 거리를 행진하다 놀림받는 이야기죠. 아무런 의심 없이 루나라는 허상을 좇다 망했다는 겁니다.

젊은 세대가 코인 투자에 빠져들게 한 사회를 탓하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다른 누리꾼은 “물려받을 집 없는 2030은 아등바등 공부해 괜찮은 직장 들어가서 연봉 5천만~6천만원 받으면 뭐 하나. 서울에서 전세가 기본이 5억~6억원이고 매매는 최소 9억~10억인데…. 이딴 사회를 만들어놓고 만날 2030 도박이니 난리다”라고 했습니다.

강성후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 회장은 표지이야기를 보고, 기자에게 전자우편을 보내 “투자자보호법 제정 전이라도 거래소가 가상자산 상장 및 관리, 투자자 보호 기준을 공동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글로벌 가상자산 업계에서 주목받았던 한국산 코인의 몰락은 단순한 사기 사건으로 치부할 문제가 아닙니다. 블록체인 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공언한 정부도 건전한 거래 환경을 만드는 게 선결 조건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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