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망과 희망이 엇갈렸습니다. 제1391호 표지이야기 ‘대도시 소멸의 전조’를 쓰면서 말입니다. 취재 과정에서나 기사가 나간 뒤 인터넷 댓글을 보면서 그 두 감정이 거세게 뒤섞였습니다.
가장 절망스러운 것은 문재인 정부에서 ‘지역간 균형발전’ 정책을 포기한 일입니다. 120~300여 개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 이전도 포기했고, 세종시에 제2청와대 설치도 포기했고, 에스케이(SK)하이닉스 새 공장의 지방 유치도 포기했고, 지방 국립대 육성도 포기했습니다.
그 결과는 2017년 수도권 지역내총생산(GRDP) 비중 50% 돌파, 2019년 수도권 인구 비중 50% 돌파, 임기 안 수도권 집값 2배로 폭등, 2018년 전국 합계출산율 1 미만으로 추락 등입니다. 현재 서울로 순이동하는 인구의 80% 이상이 20~30대이고, 서울의 합계출산율은 0.62로 전국 최저입니다. 따라서 수도권 집중을 방치하면 합계출산율은 더욱더 가파르게 떨어집니다.
오히려 문재인 정부는 수도권 집중을 부채질했습니다. 서울 집값 폭등을 이유로 수도권 3기 새도시 6곳에 30만 채 넘는 새 주택을 공급합니다. 경기·인천에서 서울시로 더 빨리 통근할 수 있게 3개의 수도권 광역급행철도도 건설 중입니다. 이 3개 노선에만 13조원의 예산이 투입됩니다. 이것은 수도권으로 더 오라는 신호입니다.
그러나 희망도 있습니다. 이번에 찾아간 대전시 원도심 곳곳에서 재생사업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2차 수도권 공공기관 이전 후보지는 1순위로 지방 대도시 원도심을 검토해야 합니다. 공공기관 이전만으로도 원도심을 살릴 희망이 있습니다.
더 큰 희망은 이번 대통령선거입니다. 여야의 주요 후보들은 세종시에 대통령 제2집무실을 설치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앞서 여야는 국회법을 개정해 세종시에 제2국회를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머지않아 세종시에서 행정부와 국회가 활기 있게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더 급한 것은 120~300여 개 수도권 공공기관의 신속한 지방 이전입니다. 이 기관들의 이전 발표만으로도 수도권 집값은 안정될 수 있습니다. 이 점은 이미 노무현 정부 이후 증명됐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공약했으니 이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답변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대기업의 신·증설 사업장은 원칙적으로 지방에 설치하도록 하는 법이나 관행도 필요합니다. 교육 부문에선 수학능력시험을 합격 여부만 가리는 대입자격시험으로 전환해, 합격자가 평준화된 전국 대학을 자유롭게 지원할 수 있게 하는 입시 개혁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면 자연스레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나 서울대 분산·이전 같은 정책도 따를 것입니다.
한국의 수도권은 너무나 기름져 있고, 지방은 너무나 메말라 있습니다. 수도권의 지나친 인구와 자원을 지방으로 일부 이전한다면 수도권 삶의 질을 개선하고, 지방에 거대한 활력을 줄 수 있습니다. 수도권 인구 2600만 명 중 단 10%인 260만 명만 옮겨도 그렇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지방이 우리의 미래이고 희망입니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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