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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토크] “친구가 없어” 동병상련

등록 2021-05-21 17:22 수정 2021-05-22 06:09

“현직 초등학교 교사로서 공감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최고 피해자일지도 모릅니다. (중략)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내외로 낮추고 방역 등 철저히 준비해 2학기엔 전면등교 실시되기를 촉구합니다.”(이미*)

“우리 아이도 1년 넘게 친구랑 만나 놀아본 적이 없다. 가슴이 아플 뿐이다. 뉴스에서는 연일 부동산 문제만 다루고 세금 줄다리기에 서로 상처만 내고, 아이들 문제는 누구도 아무도 관심도 해법도 없고 답답하다, 정말.”(Quo**)

지난호(제1363호) 표지이야기 “잃어버릴까 두려운 것은, 학습 아니라 관계” 기사에 주렁주렁 달린 댓글을 읽어봤습니다. 인터넷 포털 댓글을 정독하기는 오랜만입니다. ‘댓망진창’(댓글이 엉망진창)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현직 교사, 학부모라고 스스로 밝힌 누리꾼들이 진심을 꾹꾹 담아, 아이들을 걱정하며 기사에 공감해주는 분위기였어요. “미디어 바우처 있으면 주고 싶은 좋은 기사”(오늘*), “오랜만에 Daum 메인에서 보는 의미 있는 기사”(아이**), “격하게 공감되는 기사”(룰*)라는 댓글 덕분에 오랜만에 독자와 직접 눈을 맞추는 기분도 들었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1년 전만 해도 무심하고 무감했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행하기 시작할 무렵, 학교 문을 닫아야 한다는 주장 쪽에 가까웠거든요. 학교에서 학부모를 상대로 설문조사할 때마다 ‘아직 등교는 이르다’고, ‘등교 횟수는 최소화해야 한다’고 답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둘 일상으로 되돌아가더군요. 아이는 등교를 안 해도 부모는 회사에 꼬박꼬박 나갔습니다. 대부분의 학원도 화상수업 대신 대면수업으로 전환했습니다. 관광지도, 술집도, 식당도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학교만 빼고요.

어느 날 밤 침대에 누워 그날 일을 조잘대던 아이가 말했습니다. “우리 반엔 친한 친구가 없어.” 순간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아무개도, 아무개도 친하잖아.” “걔들은 절친이 아니잖아. 2년 전 같은 반 친구들이랑 달라.” 그러고 보니 지난해 같은 반 친구들 이름도 기억이 잘 안 납니다. 등교한 날이 손에 꼽을 정도였거든요.

“명랑했던 초딩 울 딸도 갑자기 친구 사귀기를 어려워합니다.”(raphae**) “친구 사귀는 거 어려움 없이 밝고 어울리는 거 좋아하는 초등 우리 아이… 코로나 이후 선생님께 상담받으니 너무 조용하고 내성적이라고 하네요. 진짜 안쓰러워요.”(미순*)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독자들의 댓글에 철렁했던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동병상련입니다. “학교 운동장만 보면 가슴이 아프다.”(안*) “불쌍한 아이들, 손도 못 잡는대요. 애들이 무슨 죄인지.”(풀떼*) “핸드폰 하나에만 의지하고 있는 아이들이 안쓰러워요.”(tto**)

‘코로나19 1년, 아이들이 잃은 것’을 헤아려보는 공감, 그다음에는 어떤 이야기가 필요할까요. 지난호 표지에 실린 이태현 어린이의 그림처럼 코로나19 유행에도 ‘끝은 있겠지?!’만, 아직은 끝이 보이지 않으니까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댓글이나 전자우편을 기다립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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