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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재에서] 여기까지 100년

등록 2020-11-14 23:39 수정 2020-11-15 09:34
1338호 표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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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이상 투표권을 지키기 위해 싸워온 모든 여성, 수정헌법 제19조를 지키기 위해서 싸워온 여성들, 그리고 이번에 투표하기로 선택한, 투표권을 지켜내기 위해 계속 싸울 의지를 보여준 여성들이 있었기에 이 순간이 가능했습니다. 오늘 밤, 그들의 투쟁과 결단력, 그리고 강한 비전에 대해 생각합니다. 저는 그들의 유산 위에 서 있습니다.”

2020년 11월7일(현지시각) 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턴 체이스센터에서 ‘온건하고 순수한 투쟁’을 상징하는 흰색 정장을 입고 단상에 오른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당선자는 100년 전 미국에서 여성 참정권을 위해 싸웠던 여성들, 그리고 2020년 투표권을 행사한 여성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습니다. 최초의 여성이자 흑인, 남아시아 출신으로 “가장 높고 단단한 유리천장”(힐러리 클린턴)을 깬 정치인이 전하는 희망과 연대의 메시지에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제1338호 주인공은 미국 대통령 당선자 조 바이든이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와 카멀라 해리스입니다. 1964년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자메이카 출신 아버지와 인도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해리스는 독특한 정체성 덕분에 다양한 문화, 다양한 세계를 경험하며 자랐습니다.

초선 연방 상원의원이던 그가 2020년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될 수 있었던 것은 ‘시대적 요구’ 때문입니다. 5월 말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미국에선 ‘흑인 차별 반대 운동’이 불붙었습니다. 하지만 이전에 주목받았던 여성 정치인 엘리자베스 워런은 유색인종을 직접 대표할 수 없었고, 미셸 오바마는 전 대통령 부인이라는 프레임 탓에 외연을 넓히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된 바이든은 결국 해리스를 러닝메이트로 선택합니다. 미국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뒤 78살 바이든이 트럼프가 뒤흔들어놓은 미국을 바로잡는 역할을 맡는다면, 56살 해리스는 그 정상화된 미국에서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내리라는 기대가 커집니다.

미국 여성 참정권 100주년인 2020년, 해리스는 가장 높고 단단한 유리천장을 마침내 깼습니다. 아직 그 장벽을 넘지 못한 나라에 살고 있더라도 괜찮습니다. “언젠가, 누군가는 반드시 해낼 겁니다. 지금 생각하는 것보다 가까운 미래에 이뤄질지 모릅니다.”(힐러리 클린턴, 2016년 대선 승복 연설) 그 방법은 간명합니다. “야망을 품고 꿈꾸며 확신을 갖고 나아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당당히) 마주하면 됩니다.”(카멀라 해리스, 2020년 대선 승리 연설)

덧붙임. 가을 인사에서 이승준 취재1팀장이 <한겨레> 사회부 사건팀장으로, 박태우 기자가 전국부 서울시청 출입기자로 옮겨갔습니다. 두 기자가 뉴스룸에 남긴 빈자리가 큽니다. 다행히도 황예랑 기자가 3년 만에 취재1팀장으로 돌아와 든든해졌습니다. 그는 2013년 9월부터 4년1개월간 <한겨레21> 식구였답니다. 그리고 인사희망원 1·2·3지망을 <한겨레21>로 채운 ‘찐팬’ 박다해 기자가 새로 합류했습니다. 독자 여러분, 두 기자의 활약을 한껏 기대해주세요.

정은주 편집장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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