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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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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토크] 상장되면 주식 사겠슴

등록 2020-09-12 12:00 수정 2020-09-17 00:56

뉴닉에 첫 출근 한 날, 집에 돌아오자마자 뻗어서 그대로 잠들었습니다. 낯선 사람 12명이 있는 곳에서 일하느라 잔뜩 긴장한 탓에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해졌으니까요. 다음날 점심시간, “어제 초저녁부터 죽은 듯 잤다”고 했더니 대표 김소연(킴)이 웃으며 말합니다. “근도 그랬다는데요.” 내 옆자리에 앉아 ‘멘토’ 역할을 한 에디터 최창근(근)도 꽤 마음을 졸였나봅니다.

2001년 캐나다 지역신문(<킹스턴 윙 스탠더드>)에서 인턴(기자)으로 일한 지 19년 만에 다시 인턴(에디터)이 됐습니다. 국내외 뉴스를 대화체로 풀어줘 아침마다 전자우편으로 보내는 미디어 스타트업에서요. 그 경험을 담은 ‘쭈’(닉네임)의 뉴닉 인턴기가 나온 뒤 다양한 반응이 나왔습니다. “계급장 졸업장 다 떼고 머리 숙여 그들을 이해하려는 용기에 박수를!”(Bang Dongwook 페이스북) “너무 신선한 거 아니냐고!!!!! 생각지도 못했어. 뒤통수 맞은 기분.”(김혜인 페이스북) “<한겨레21> 편집장을 새로 온 인턴인 것처럼 속인 것도 유쾌했어요.”(뉴닉 구독자 피드백) “놀라운 기획처럼 보이지만 뉴닉이 독자가 더 많을까 <한겨레21> 독자가 더 많을까를 생각해보면 이미 세상은 바뀌었고, 더 이상 놀라운 기획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이재웅 트위터)

용기 있다, 신선하다, 유쾌했다고 칭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놀라운 기획이 아닌 것도 맞습니다. 기사에 밝혔듯이 어려운 살림살이를 걱정하다가 새로 이사와 잘나가는 옆집을 염탐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마침 통권2호(<한겨레21>이 사랑한 작가들)를 내고 쉬는 일주일, 휴가를 대신해 옆집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옆집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솔직히 너무 재밌을 것 같아 덜컥”(대표 킴) 대문을 열어주었습니다. 그것도 아주 활짝이요. 100자, 500자, 3천 자 기사를 쓰도록 하고, 기사를 쓰는 틈틈이 뉴닉 구성원들과 인터뷰할 시간도 잡아주었습니다. 밥과 커피도 다 사주며 “쭈, 인턴이잖아요”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대표 킴이 짜준 빼곡한 시간표에 ‘완료’가 늘어날수록 그들이 좋아졌습니다. 그래서 인턴 마지막 날, 점심으로 피자와 마라탕을 먹으며 고백해버렸습니다. “뉴닉, 잘될 것 같아요. 상장되면 주식을 사겠어요.”

뉴스룸으로 돌아와, 그곳에서 배운 것을 적용해 봅니다. 협업용 메신저 슬랙을 깔고 기사 쓸 때 더 많이 의견을 나누자고 했습니다. 또 매주 10분씩 일대일로 만나고 수시로 “컨디션이 어때?” “어려운 점 있어?”라고 묻습니다. 기자들은 “어설프다”고 우스갯소리를 하면서도 변화가 싫지만은 않은 듯(아닌가?)합니다. “회사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고치려는 시도로 뉴닉에 인턴 (제안) 메일 보낸 것도 참 용감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쭈님 덕분에 한겨레도 멋진 변신을 할 것 같아요. :-)” 한 뉴닉 구독자의 예언이 맞기를, 두 손 모아 빕니다.

정은주 편집장 ejung@hani.co.kr

*1329호 표지이야기-한겨레21 정은주 편집장의 ‘뉴닉’ 인턴기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919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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