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임대아파트를 제대로 마주한 적이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집, 학교, 회사 등 생활 반경 안에 영구임대아파트가 없었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를 비롯한 최저빈곤층이 모여 사는 거주지인 영구임대아파트를 책과 기사에서 글이나 사진으로 접한 게 전부였습니다.
‘임대아파트 옆 과소학교’(제1304호·제1305호 표지이야기)를 취재하며 서울·경기에 있는 임대아파트 7곳을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임대아파트 단지마다 풍경이 달랐습니다. 들어선 지 10년이 채 안 됐거나, 1천 가구 이하로 작은 임대아파트 단지는 여느 분양아파트 단지처럼 한산하고 조용했습니다.
반면 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살아온 어떤 단지는 평일 낮에도 시끌벅적했습니다. 나이가 많거나 장애가 있는 입주민들이 단지 한가운데 있는 벤치나 놀이터에 나와 볕을 쬐거나 대화를 나눴습니다. 아주 가끔은 술을 마시거나, 술을 마셨는지 취기를 보인 이도 있었습니다. 한번은 소란스러운 일에 경찰이 출동한 것도 보았습니다. “어르신들이 (일을 안 나가니까) 낮이고 밤이고 (아이들한테) 교육적으로 안 좋은 모습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영구임대아파트에 사는 엄마는 안타까워했습니다.
문득, 분양아파트에 사는 한 부모가 했던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기자님이면 정말 아무렇지 않게 아이를 임대아파트 학교에 보낼 수 있겠어요?” 당시엔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말이 자꾸 맴돌았습니다. 쉽게 답할 수 없었습니다. 적어도 ‘영구임대아파트에 사는 아이들과 우리 아이가 섞이는 게 싫다’며 일부러 분양아파트 옆 학교로 아이를 전학시키거나 위장 전입을 하지는 않겠지만, 괜히 아이 등하굣길에 함께하거나 아이에게 학교생활을 자주 물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두 달간, 취재할수록 답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제 경험에 비춰봐도, 기사에 담은 교육정책과 공공임대주택 정책만으로는 분리된 주거지, 분리된 학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려워 보였습니다. 빈곤에 빠지는 사람이 최대한 생기지 않아야, 빈곤한 사람들이 확연히 구분된 임대아파트에 모여 살지 않아야, 어쩌다 임대아파트에 들어와도 금세 사정이 좋아서 빨리 나올 수 있어야, 어쩔 수 없이 임대아파트에 남아도 외부와 격차가 너무 벌어지지 않아야 ‘두 아파트’와 ‘두 학교’는 사라질 수 있을 테니까요.
영구임대아파트에 사는 아이들, 북한이탈 청소년들을 만나 ‘빈곤과 교육 간의 관계’ 등을 오랫동안 연구한 김정원 한국교육개발원 부원장도 “어떤 정책보다 빈곤 자체에 대응하는 대책”을 강조했습니다. “그동안 소수자의 대상을 바꿔가며 연구해왔는데, (빈곤으로 인한) 분리 문제는 어디에서나 나타난다. 주거지 분리와 불평등 문제가 교육정책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전반적인) 사회정책을 두고, 이 문제를 우리 사회가 어떻게 다뤄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그 고민이 이제는 시작됐으면 합니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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