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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표지는 처음이라서

아무나 노조들의 ‘평범한 혁명기’ 뒷 이야기
등록 2019-03-16 15:11 수정 2020-05-03 04:29

오토바이를 실으려 했다.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승강기에. 첫 번째 시도는 실패였다. 승강기를 기다리는데 때마침 지하 1층 주차장에 있는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나오던 경비 노동자에게 딱 걸렸다. “퇴근 시간에, 화물용 승강기도 아닌 승객용 승강기에다, 총무팀에 미리 알리지도 않고….” 경비 노동자의 꾸지람에 내 답변은 궁색해졌다. 부랴부랴 현장에 함께 있던 장수경 기자가 8층 총무팀으로 달려갔다. 총무팀의 동의를 얻어 ‘오토바이 이송 작전’은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15명까지 탈 수 있다던 승강기에 오토바이는 앞바퀴만 간신히 들어갔다. 5명이 달라붙어 오토바이 핸들을 돌리고, 뒷바퀴를 꺾었다. 9층 스튜디오에서 오토바이에 올라탄 ‘라이더유니온’의 모습을 찍겠다는 한마음 한뜻에서였다. 제1253호 표지 사진이 탄생한 비화다. 총무팀 직원은 “승강기에 오토바이를 실은 것도, 스튜디오에서 오토바이 사진을 찍은 것도 이날이 처음”이라고 했다. (반전은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찍고 나서 오토바이를 1층으로 내리기 위해 이 모든 작업을 되풀이해야 했다는 것이다.)

동시에 내가 표지이야기를 쓴 것도 지난해 7월 경력기자로 입사한 뒤 처음이다. 그동안 다른 기자들을 도와 여러 표지이야기들을 함께 썼다. 다른 기자들의 양보로 ‘21 토크’에도 여러 차례 등장했다면, 이번에는 ‘아무나 노조’ 표지이야기 기획부터 취재, 마지막 ‘21 토크’ 작성까지 직접 했다. 사실상 표지이야기 데뷔인 셈이다.

‘아무나 노조’ 기사를 처음 구상한 것은 설 명절 전이었다. 당시 주간회의에서 ‘고용노동부에서 집계한 2017년 노동조합 조직률이 10.7%로, 2008년 이후 가장 높다’던 변지민 기자의 설명을 듣다가 ‘아무나 노조’라는 단어가 기억났다. ‘아무나 노조’는 그맘때 봤던 김재민 서울노동권익센터 연구위원이 쓴 ‘‘아무나 노조’ 세대의 등장’이라는 칼럼 제목에서 나왔다.

칼럼에서 김재민 연구위원이 정의한 촛불집회 이후 새로 만들어진 ‘아무나 노조’의 등장 배경과 과거 노동조합과 차별되는 운동 방식, 구호 등이 흥미로웠다. 그들의 얘기를 직접 듣고 싶었다. ‘왜, 지금, 어떻게 노조를 만들게 됐나’ 물었다.

그렇게 누구나 하는 아무나 노조들의 ‘평범한 혁명기’가 표지이야기로 탄생했다. ‘아무나 노조’냐, ‘누구나 노조’냐. 취재에 협조해준 신생 노조들에도 의견을 물으면서 두 표현 사이에 고민하다가 마감 당일 ‘아무나 노조’로 택했다. 완벽한 표지이야기 데뷔를 꿈꿨지만, 실수가 잦고 허점이 보였다. 현장에서 만난 아무나 노조들은 에 말했다. “날 때부터 노동법을 잘 알고 노조를 만드는 사람은 없다. 어쩌면 우리 모두 노조가 처음일 수 있다.”(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 오세윤 지회장) 오세윤 지회장의 말을 빌려 변명인 듯 변명 아닌 변명 같은 변명을 해보고 싶다. “나도 표지는 처음이라….”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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