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이하 전우회)는 악연이 있다. 한겨레 30년사인 284~287쪽에 자세한 내용이 나온다. ‘한겨레를 점거하라’는 제목으로 글은 시작한다.
“2000년 6월27일 오전 11시께 한겨레신문사 공덕동 사옥 앞에 군복을 입은 중년의 남성들이 무리지어 나타났다. …신문사 안까지 들어와 난동을 피운 이는 수십 명이었다. 직원 10여 명이 몽둥이 등으로 폭행을 당했다. 취재용, 발송용 차량 21대가 파손됐다. 7천여만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1999년 5월부터 꾸준히 이어진 베트남전 양민 학살 보도가 발단이었다.
당시 보도를 이끌었던 고경태 기자는 시위 사건 직후 ‘고엽제전우회원들에게 드리는 글’을 기사로 내보냈다. “위장 전투복으로는 가릴 수 없는 여러분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우리의 아버지, 삼촌, 형이자, 이웃집 아저씨의 얼굴이었습니다. …참전 군인들의 참다운 명예를 찾는 첫걸음은 당신들이 이유 없이 전장에서 피 흘려야 했던 역사적 맥락을 직시하는 일입니다.”
그때의 전우회원들을 다시 만났다. 그때 한겨레신문사 정문 앞에서 병력 출동을 지시하고 폭력을 지휘했던 이들은 모두 감옥에 가 있었다. 이형규 전 회장, 김성욱 전 사무총장, 김복수 전 사업본부장 등 전우회의 핵심 3인방이었다. 그들의 비리는 아직까지 빙산의 일각이 드러났을 뿐이다.
18년 전 몽둥이를 휘두르고 차량을 뒤집었던 ‘주연배우’들은 그사이 전우회의 내부고발자로 변해 있었다. 지난호(제1246호) ‘고엽제전우회처럼 돈 버는 법’이라는 표지이야기를 세상에 알린 주역도 바로 이들이었다. 여러 공공기관으로 출동해 상상 못할 행패를 부리고 ‘좌익 척결’ 관제데모에 앞장섰던 이들은 마음의 병이 깊이 들어 있었다. “전우회의 썩은 물을 정화하지 않고는 배신감에 치가 떨려 견딜 수 없다”고 했다.
배상환 고엽제전우회 적폐청산위원장은 “정부에 반대하는 야당이나 시민단체, 언론 등에 빨갱이라는 딱지를 붙여 우리를 관제데모에 나서도록 했다”면서 “관제데모를 주도했던 전우회 3인방이 주택 사업에서 40억원대 뒷돈을 챙겼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14만 전우회원들의 마음이 완전히 돌아섰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용당했고 속았다”고 했다.
이들은 2011~2017년 6년여 동안 국가보훈처를 이끌었던 박승춘 보훈처장을 정부와 수익사업, 전우회의 검은 삼각 결탁을 이끈 핵심 인물로 지목한다. 박 전 처장 등이 남긴 옛 체제의 유산이 보훈처와 보훈단체 곳곳에 아직까지 짙게 남아 있다고 걱정한다.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전우회의 후원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한다.
베트남의 이유 없는 전쟁에서 피를 흘렸고, 전우회를 만든 뒤에는 동지들에게 배신을 당했다. 칠십 줄에 들어선 이들이 뒤늦게 반성과 회한으로 “역사적 맥락을 직시”하려 한다. 회원들을 위해 일하는 정직한 보훈단체로 전우회가 거듭날 수 있을까. 더 늦기 전에 거친 손과 병든 마음을 쓰다듬어주고 싶다.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전화신청▶ 1566-9595 (월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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