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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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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7-07-25 07:50 수정 2020-05-02 19:28

젊은 벗들에게….

한 문장을 겨우 써놓고 1시간째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느닷없이 ‘젊은 벗’이란 단어를 꺼내든 이유는 이번주(7월24일)부터 6기 교육연수생의 활동이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지지난주 50여 명의 젊은 친구들에게 지원서를 받고 그중 10명을 뽑아 면접을 진행했습니다. 이들이 보내온 자기소개서와 취재계획서엔 금방이라도 종이를 뚫고 뛰쳐나올 듯한 싱싱한 젊음이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섹슈얼리티’ 주제를 탐구하기 위해 성 전문 매체 에서 기자로 일했다는 친구는 아이들에게 치료를 거부하는 ‘안아키맘’을 취재해보겠다는 포부를 밝혔고, “사회적 약자를 조명하는 를 꾸준히 구독했다”면서도 ‘한국 맥주의 몰락’이라는 다소 뜬금없는 취재 계획을 밝힌 젊은이도 있었습니다. “죽고 싶었다”는 도발적인 문장으로 시작하는 한 지원자의 소개서는 세 번을 되풀이해 읽습니다. 저도 이따금 회사의 여러 인사 전형에 참가하는데, 그때마다 누구를 뽑아도 상관없을 만큼 훌륭한 젊은이가 아주 많다는 사실을 느낍니다.

“제가 만약 떨어진다면 왜 떨어졌는지 이유를 알려줄 수 있으십니까.”

면접에서 한 지원자가 던진 말이 기억납니다. 그 질문을 받고 잠시 눈앞이 아득해졌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겐 무수한 가능성이 있고, 회사의 면접관이 그 가능성을 인식해 긍정적으로 평가할 시간은 턱없이 모자랍니다. 그래서 그날의 날씨, 복장, 표정, 재치 있게 받아넘긴 한두 마디로 그 사람을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15~20분 안에 면접자의 ‘창의성’란에 7점을 매길지 8점을 매길지 결정하는 것은 면접관의 주관적 판단입니다. 게다가 면접위원이 5명이라면 점수를 합치게 됩니다. 그래서 산출된 내 점수는 81점이고 마지막 합격자의 점수가 83점이라면, 대체 내가 떨어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물론 경력사원이라면 그동안 쌓아온 성과라는 객관적 자료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는 청년에게 성과가 있을 리 만무합니다. 경제학에선 이를 ‘정보의 비대칭성’이라 부릅니다.

얼마 전 페친(페이스북 친구)의 담벼락에서 대규모로 공채사원을 뽑는 한국식 채용 문화보다 그때그때 한두 명씩 해당 부서에 필요한 사람을 뽑는 서구식 채용이 더 좋다는 글을 보았습니다. 대규모 공채를 하다보면 각 부서의 현실적 필요와 관계없이 인사부서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다는 날카로운 분석도 담겨 있었습니다. 그 문제의식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대형 공채에도 나름 장점이 있습니다. 대학을 갓 졸업한 새내기들을 채용한 회사는 여러 자원을 투입해 교육합니다.

그러나 경력자 중심 채용 방식은 인재 양성과 그에 수반되는 비용을 조직이 각 개인에게 떠넘기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모두가 경력자를 선호하면 젊은 벗들은 대체 어디서 경력을 쌓아야 하나요.

이번주부터 9월 초까지 은 젊은 벗 5명과 함께 잡지를 만듭니다. 6기 교육연수생들이 구성원이 서로 배우는 시간이길 바랍니다. 그래서 자신이 왜 떨어졌는지 이유를 알려달라던 친구는 합격했냐고요? 네! 6기 교육연수생 파이팅!

길윤형 편집장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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