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편집장 생각 있냐?”
3년6개월에 걸친 일본 도쿄 특파원 생활을 마치고 귀국 준비를 서두르던 지지난주 목요일의 일입니다. ‘올드’ 독자라면 이름을 기억하실 고경태 출판국 국장(2005년 봄~2006년 가을 편집장)이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말을 걸어왔습니다. 고 국장은 새 편집장을 맡게 된 저의 상사입니다.
뜻밖의 제의를 받고 잠시 멍해졌습니다. 저는 2005년 4월부터 2008년 4월까지, 그러니까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 이르는 3년 동안 에서 일했습니다. 누가 뭐래도 그때의 3년 경험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제 기자 생활의 원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생각해보면 그때는 한국 잡지 시장의 마지막 전성기이기도 했습니다. 이 하나의 이슈를 ‘표지이야기’로 다루면 몇 주 뒤 방송사의 주요 고발 프로그램이 해당 이슈를 후속 보도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베트남전 양민 학살’ ‘양심적 병역거부’ 등의 이슈가 한국 사회의 주요 담론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총수 김어준씨와 김규항 발행인을 맞세워 시사 현안에 대해 성역 없는 뒷담화를 풀게 한 ‘쾌도난담’은 현재 유행하는 팟캐스트 방송의 원조라 말해도 무방합니다.
그리고 10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잡지를 둘러싼 미디어 환경은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습니다. 기사의 유통 플랫폼은 이미 지면을 떠나 온라인과 모바일을 향해 이동한 지 오래입니다. 시대 변화에 다소 적응이 늦다는 평가를 받는 마저 최근 “‘오전 편집회의’에선 종이신문 면 배치는 논의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산업적 측면에서도 잡지 시장은 점점 위축되고 있으며 구독자 감소 추세는 눈이 아찔해질 정도로 가파릅니다.
이에 견줘 잡지 만드는 작업은 대단한 고행입니다. 15명 정도 되는 기자들이 월요일 편집회의를 거쳐 다음주 월요일 판매대에 깔릴 잡지에 담을 이슈들을 점검합니다. 그리고 취재를 진행해 목요일부터 순차적으로 마감에 돌입합니다(물론 몇 주 동안 취재하는 장기 기획도 있습니다). 출고 기사에 담긴 문장을 읽고 또 읽고, 적당한 사진을 찾고, 그에 맞는 사진 설명을 달고, 다시 오·탈자가 없는지 확인하는 지난한 과정이 이어집니다. 공정이 복잡하기 때문에 이미 계획되고 준비된 이상의 이슈를 다루기 힘들 때가 많습니다.
4월4일엔 올해 100살이 되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순덕 할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할머니 빈소에 사람이 없자, 1인 미디어 ‘미디어몽구’ 김정환씨가 트위터에 조문을 독려하는 글을 띄웠습니다. 디지털뉴스팀은 발 빠르게 한겨레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생전 할머니 모습과 의 인연을 정리한 온라인 기사를 출고했고, 본지 사회부에선 ‘미디어몽구’의 독려로 빈소에 몰려든 대학생들을 보며 ‘소녀상 세대의 탄생’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뉴스가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미디어 환경 속에 느리고 투박한 은 어디로 나아가야 할까요.
이번주 여러분께 소개하는 표지이야기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직후 119와 해양경찰에 “배가 가라앉고 있다”고 신고해온 18명의 통화 기록 전문입니다. 힘겨운 취재를 감당해준 정환봉 기자의 말처럼 우린 아직 그들의 절박한 구조 신호에 답하지 못했습니다. 기록 전문을 잡지에 실을 수 있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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