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3월, 확 뒤집고 싶어 안달하던 새 편집장은 기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포부랄까 계획을 몇몇 밝혔다. 그 가운데 하나가 제호 변경이었다.
‘한겨레’는 실생활에서 잘 쓰지 않는 희귀 낱말이다. 낯서니까 잘못 적는 사람이 많다. ‘한겨례’가 가장 흔한 잘못이고 ‘한게레’도 가끔 발견된다. 다민족·다문화·글로벌의 2017년에 ‘하나의 민족’을 앞세우는 것도 지나치다. 외국인에게 영문 명함을 건네면, ‘The Hankyoreh’를 한참 들여다보다 발음하는 일을 포기하고는 “무슨 뜻이냐” 묻는다. ‘one nation, one ethnic의 한국말’이라고 설명하면, 눈을 휘둥그레 뜨고 극우 나치 쳐다보듯 한다. 억울할 뿐이다.
그 제호엔 물론 역사가 있다. 1988년 5월 창간을 앞두고 1970∼80년대 해직기자들의 주도로 제호 선정 회의가 열렸다. 등이 후보로 올라왔다. 초대 사장 송건호는 을 선호했으나, 투표 결과 로 결정됐다. 그런데 젊은 기자들이 “구닥다리 같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 ‘젊은 감각’으로 다시 의논해 결정한 것이 이다.
1994년 이 신문사가 주간지를 새로 창간할 때, 다시 제호 선정 회의가 열렸다. 후보로는 이 있었다. 일간지 를 연상시키는 제호를 선호했던 것인지 로 결정됐다. 당시에는 제법 세련된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후 을 포함해 여러 매체와 상호에 ‘21’을 붙이는 일이 유행했다.
1980년대의 급진적 낱말 ‘한겨레’와 1990년대의 미래지향적 숫자 ‘21’을 접붙인 제호를 이제 와서 바꿔보고 싶었던 것에는 이유가 있다. 그 시절의 추억과 관성으로 이 매체를 기억하는 사람들 말고, 이런 매체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싶었다.
그래도 에 호감을 가진 기존 독자층을 붙잡으려면 제호를 변경해선 안 된다는 반대가 있었다. 어느 마케팅 전문가의 지적도 뼈아팠다. 콘텐츠 혁신 없이 이름만 바꾸는 게 무슨 소용이냐는 것이었다. 하여 애초의 안달은 오간 데 없이 오늘까지 의 이름으로 이 글을 쓴다.
꿈꾸었던 일의 대다수를 능력 부족으로 아직 이루지 못한 가운데 그나마 하나의 결실을 맺게 됐다.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이 태어났다('내가 니 앱이다' 참조). 스마트폰으로 음악 듣고 드라마 보고 게임하고 친구들과 소통하는, 그래서 종이 매거진 읽을 엄두를 못 내는 이들에게 드린다. 그들이 우리의 살과 피를 디지털의 속도와 모양으로 느껴주길 기대한다.
사랑은 이론이 아니라 방법론이다. 사랑한다는 정념이 아니라 그 정념을 어떻게 표현하고 전달할 것인지가 사랑의 전부를 결정한다. ‘한겨레’와 ‘21’에 담긴 최신·혁신의 정신을 이어가되, 그 표현과 전달의 방법론을 더 세련되게 다듬고 싶다.
앱은 설을 맞아 새로 차려 입은 옷이다. 예뻐 보였으면 좋겠다. 이것이 새로운 독자를 향한 구애라면, 우리는 그 방법론의 첫 장을 겨우 끝냈을 뿐이다. 바꿔야 할 게 너무 많다는 것을 알아차리기까지 앞으로도 많은 걸 바꿔야 할 것이다. 결국 우리는 디지털 시대에 달라붙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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