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내 별명은 아인슈타인이다. 천재성과는 전혀 상관 없고, 그냥 이름 때문에 그렇게 됐다. ‘아인슈타인’을 빨리 발음하면 내 이름(안수찬)이 된다는 것을 친구들이 발견해주었다. (농담으로 꺼낸 이야기인데 안 웃기면 어쩌나 벌써 걱정된다.) 오늘 이 지면을 빌려 그의 ‘특수상대성 이론 관계식’을 흉내내는 ‘좋은 기사 관계식’ 하나를 발표하려 한다. 등식은 똑같다. E=mc²
아인슈타인은 에너지(Energy)가 질량(Mass)과 광속(Celerity)의 제곱에 비례한다고 설명했다. 이전까지 사람들은 에너지의 정체를 정연하게 설명할 수 없었다. 에너지란 과연 무엇인지 이해하는 데 애를 먹었다. 기자들도 애먹는다. 좋은 기사를 쓰려면 뭘 어째야 하나. 그 답을 공식으로 정돈해 발표한다. 혁신적 기사(Evolutionary story)는 모방(Mimic)과 융합(Combination)의 제곱에 비례한다.
이 무슨 귀신 쫓아내겠다고 선무당이 살을 날리는 소리인가 하면, 2009년 ‘노동 OTL’ 기획은 영미 노동체험 보도를 모방했으되, 1인 기자의 탐사라는 원형을 벗어나 4명의 기자가 서로 다른 불안정 노동의 범주를 각각 취재하는 새 요소를 융합했다.
하필 ‘융합’의 변수에 제곱이 붙는 데도 이유가 있다. 모방의 대상은 누구나 발견할 수 있지만 그것에 어떤 새로움을 섞느냐에 따라 기사의 품질이 결정된다. 예컨대 이번호부터 시작하는 장기 추적 연재 ‘바글시민 와글입법’은 여러 모델을 모방하면서도 다른 요소를 덧대었다.
시민을 정치의 관객이 아닌 주인으로 받드는 ‘공공저널리즘’의 효시로 평가되는 1990년 미국 지역신문 의 ‘당신의 한 표가 중요합니다’(Your Vote Counts) 시리즈를 모방했다. 온라인에 기반해 시민들이 법안을 발의한 2012년 핀란드의 ‘오픈 미니스트리’ 운동도 모방했다. 법안의 발의·심의·의결 과정을 18개월에 걸쳐 추적한 2006년 의 내러티브 탐사기사 ‘공화당 대 공화당: 세포분열’도 모방했다.
모방에 있어 우리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오직 그보다 더 뛰어난 기사를 내놓는 데 신경쓸 뿐이다. 예컨대 은 선거 이슈를 다뤘지만 우리는 일상적 이슈에 집중할 것이다. ‘오픈 미니스트리’는 사회운동이었지만 우리는 그것을 저널리즘에 옮겨 담을 것이다. 는 몇 차례만 연재보도했지만 우리는 적어도 반년에 걸쳐 끈질기게 보도할 것이다.
이런 융합은 도깨비방망이로 뚝딱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해외 ‘디지털 참여 민주주의’를 취재해온 박수진 기자, 이를 한국에서 구현하려는 개발자 집단 ‘빠흐띠’와 협의를 벌여온 송호진 기자, 디지털 기반 저널리즘에 관심 많은 김효실 기자, 그리고 정치 보도의 관성을 넘어서는 길을 고심해온 서보미 기자 등의 노력이 이번 기획으로 집결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참여민주주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경마식 정치 보도의 폐해를 극복하며, 새로운 탐사보도 모델을 개척하면서, 정치 현실을 제대로 전달하는 내러티브 저널리즘의 새로운 전범을 내놓을 것이다. 숭고하고 재미있으며 또한 유익하여 마침내 세상을 바꾸는 기사를 우리는 꿈꾼다. 주무를 맡은 서보미 기자(spring@hani.co.kr)에게 많은 제안과 의견 보내주시길 기다린다.
안수찬 편집장 ahn@hani.co.kr※ '바글시민 와글입법' 투표 참여하러 가기 ▶ up.parti.xyz <style>.embed-container { position: relative; padding-bottom: 56.25%; height: 0; overflow: hidden; max-width: 100%; } .embed-container iframe, .embed-container object, .embed-container embed { position: absolute; top: 0; left: 0; width: 100%; height: 100%; }</style>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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