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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한 번 정독해보리라 마음만 먹고 있던 고전이 토머스 모어의 입니다. 집 안 책꽂이에 가지런히 꽂혀 있던 책을 이번 설 연휴 때 집어들었습니다. 모어는 를 영국 헨리 8세의 대사로 임명돼 네덜란드에 머물면서 집필하기 시작해 런던으로 돌아온 뒤 마무리했습니다. 네덜란드에서 핵심 내용이라 할 제2권을 먼저 쓴 게 1515년이니, 정확히 500년 뒤 세상을 살고 있는 후대인의 눈으로 모어가 그린 세상을 감상한 셈이죠. 런던 부시장을 거쳐 대법관 자리에 오른 모어는, 훗날 너무도 유명한 헨리 8세의 이혼 과정에서 반역죄로 체포돼 끝내 교수형으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가상의 인물을 내세운 소설 형식의 곳곳엔 인류가 그 해악에 눈뜨게 된 사유재산제도를 비롯해, 왕과 지배계급에 대한 저자의 신랄한 비판이 담겨 있습니다. 막연히 이상사회의 윤곽을 그리는 데 그쳤다기보다는, 봉건사회의 토양을 박차고 막 태동하던 새로운 사회경제체제의 본성을 예리하게 분석했더군요. 비록 그가 꿈꿨던 유토피아가 눈앞의 현실로 우리 곁에 나타나지는 않았으나, 그러기에 오히려 더더욱 500년 뒤 세상의 환부가 또렷하게만 느껴졌습니다.
이번 제1052호 마감을 끝으로 편집장이라는 이름의 무거운 짐을 어깨에서 훌훌 털어냅니다. 이 지면을 통해 독자들께 첫 인사를 드린 게 제953호이니, 이번호까지 꼭 100권을 채웠네요. 지난 대선에서 국가정보원이 저지른 공작 사건의 후폭풍, 불통과 고집으로 뒤범벅된 국정 혼란, 그리고 무엇보다 많은 이들의 가슴에 돌덩이를 안긴 세월호 참사… 돌아보니 지난 2년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2년 전 첫 인사 때 “세상엔 ‘좋은 놈’과 ‘나쁜 놈’보다는 ‘이상한 놈’이 훨씬 많은 법이다. 도덕적 잣대를 들이댄 일방적 힐난보다 기존 프레임에서 벗어난 상상력과 정교한 분석이 한데 버무려진 비판이야말로 상대방에게 몇 배, 몇십 배 더 큰 위력을 안겨주는 건 바로 우리가 발 딛고 선 무대가 단지 선악 구도만으로는 단칼에 가려내기 힘든 ‘이상한 놈’들의 세상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고 썼더랬습니다. 섣부른 단순화의 유혹에 젖어들지 않도록 미리 경계하려는 뜻이었으나, 하루가 멀다 하고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상식이 무너지고 기본 가치가 유린당하는 일이 끊이지 않다보니 다급한 현안에 밀려 상상력과 분석을 버무려 우리 시대의 유토피아를 그려보려던 작은 꿈이 사치인 양 내팽개쳐지고 만 듯해 못내 아쉽습니다. 그래도 그사이 수많은 선후배와 동료들이 무수한 불면의 밤을 이겨가며 가꿔온 의 제1000호와 창간 20주년호 제작에 참여하는 기회를 누리게 된 건 개인적으론 분명 크나큰 축복이자 행운입니다. 게다가 21살 기념 잔치까지 마무리짓고 떠나게 돼 홀가분하기 그지없습니다.
한 가지 걸리는 대목은 의 폐간을 지켜보지 못하고 떠나는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인간의 땅이 아닌 곳에 머물고 있는 이들이 하루빨리 돌아와 이 폐간되고 다시는 복간되지 않도록 힘을 보태주세요. 저 역시 자리를 옮기더라도 작은 힘을 보태겠습니다.
늘 시사 현안을 좇아 신경줄을 팽팽히 죄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허기 채우듯 기획거리를 찾아헤매야 했던 게 지난 2년의 숙명이었죠. 그래도 독자들의 따뜻한 격려와 애정 어린 질책은 그 숙명을 당당하게 받아들일 수 있던 원동력이었습니다.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또 하나. 지난 2년을 함께해준 모든 식구들에게도 무한한 고마움을 간직하고 떠납니다. 생생한 눈빛과 차가운 이성, 그리고 뜨거운 심장을 함께 지닌 그들이 있었기에, 지혜와 온기를 지닌 그들과 힘을 모아 세상을 향해 100번의 이야기를 던질 수 있었기에, 지난 2년은 아마도 제게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오래도록 남을 겁니다. 행복했습니다. “I Love U, Oh Thank U.”</ahref>
꼭 한 번 정독해보리라 마음만 먹고 있던 고전이 토머스 모어의 입니다. 집 안 책꽂이에 가지런히 꽂혀 있던 책을 이번 설 연휴 때 집어들었습니다. 모어는 를 영국 헨리 8세의 대사로 임명돼 네덜란드에 머물면서 집필하기 시작해 런던으로 돌아온 뒤 마무리했습니다. 네덜란드에서 핵심 내용이라 할 제2권을 먼저 쓴 게 1515년이니, 정확히 500년 뒤 세상을 살고 있는 후대인의 눈으로 모어가 그린 세상을 감상한 셈이죠. 런던 부시장을 거쳐 대법관 자리에 오른 모어는, 훗날 너무도 유명한 헨리 8세의 이혼 과정에서 반역죄로 체포돼 끝내 교수형으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가상의 인물을 내세운 소설 형식의 곳곳엔 인류가 그 해악에 눈뜨게 된 사유재산제도를 비롯해, 왕과 지배계급에 대한 저자의 신랄한 비판이 담겨 있습니다. 막연히 이상사회의 윤곽을 그리는 데 그쳤다기보다는, 봉건사회의 토양을 박차고 막 태동하던 새로운 사회경제체제의 본성을 예리하게 분석했더군요. 비록 그가 꿈꿨던 유토피아가 눈앞의 현실로 우리 곁에 나타나지는 않았으나, 그러기에 오히려 더더욱 500년 뒤 세상의 환부가 또렷하게만 느껴졌습니다.
이번 제1052호 마감을 끝으로 편집장이라는 이름의 무거운 짐을 어깨에서 훌훌 털어냅니다. 이 지면을 통해 독자들께 첫 인사를 드린 게 제953호이니, 이번호까지 꼭 100권을 채웠네요. 지난 대선에서 국가정보원이 저지른 공작 사건의 후폭풍, 불통과 고집으로 뒤범벅된 국정 혼란, 그리고 무엇보다 많은 이들의 가슴에 돌덩이를 안긴 세월호 참사… 돌아보니 지난 2년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2년 전 첫 인사 때 “세상엔 ‘좋은 놈’과 ‘나쁜 놈’보다는 ‘이상한 놈’이 훨씬 많은 법이다. 도덕적 잣대를 들이댄 일방적 힐난보다 기존 프레임에서 벗어난 상상력과 정교한 분석이 한데 버무려진 비판이야말로 상대방에게 몇 배, 몇십 배 더 큰 위력을 안겨주는 건 바로 우리가 발 딛고 선 무대가 단지 선악 구도만으로는 단칼에 가려내기 힘든 ‘이상한 놈’들의 세상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고 썼더랬습니다. 섣부른 단순화의 유혹에 젖어들지 않도록 미리 경계하려는 뜻이었으나, 하루가 멀다 하고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상식이 무너지고 기본 가치가 유린당하는 일이 끊이지 않다보니 다급한 현안에 밀려 상상력과 분석을 버무려 우리 시대의 유토피아를 그려보려던 작은 꿈이 사치인 양 내팽개쳐지고 만 듯해 못내 아쉽습니다. 그래도 그사이 수많은 선후배와 동료들이 무수한 불면의 밤을 이겨가며 가꿔온 의 제1000호와 창간 20주년호 제작에 참여하는 기회를 누리게 된 건 개인적으론 분명 크나큰 축복이자 행운입니다. 게다가 21살 기념 잔치까지 마무리짓고 떠나게 돼 홀가분하기 그지없습니다.
한 가지 걸리는 대목은 의 폐간을 지켜보지 못하고 떠나는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인간의 땅이 아닌 곳에 머물고 있는 이들이 하루빨리 돌아와 이 폐간되고 다시는 복간되지 않도록 힘을 보태주세요. 저 역시 자리를 옮기더라도 작은 힘을 보태겠습니다.
늘 시사 현안을 좇아 신경줄을 팽팽히 죄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허기 채우듯 기획거리를 찾아헤매야 했던 게 지난 2년의 숙명이었죠. 그래도 독자들의 따뜻한 격려와 애정 어린 질책은 그 숙명을 당당하게 받아들일 수 있던 원동력이었습니다.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또 하나. 지난 2년을 함께해준 모든 식구들에게도 무한한 고마움을 간직하고 떠납니다. 생생한 눈빛과 차가운 이성, 그리고 뜨거운 심장을 함께 지닌 그들이 있었기에, 지혜와 온기를 지닌 그들과 힘을 모아 세상을 향해 100번의 이야기를 던질 수 있었기에, 지난 2년은 아마도 제게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오래도록 남을 겁니다. 행복했습니다. “I Love U, Oh Thank U.”</ahr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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