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10일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하는 검사 출신 후보자와 예비후보자가 47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월25일 참여연대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47명 가운데 정당별로는 국민의힘이 32명, 더불어민주당이 12명, 개혁신당이 3명이었다. 국민의힘 소속 후보자가 68.1%를 차지했다.
주요 인사들을 보면 국민의힘에선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 주진우 전 대통령실 법률비서관, 석동현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컷오프) 등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들이 출마했다. 또 윤갑근 전 대구고등검찰청 검사장, 김진모 전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검사장, 노승권 전 대구지방검찰청 검사장, 박성근 광주지방검찰청 순천지청장도 출마했다. 권성동 전 원내대표, 권영세 전 통일부 장관,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김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등 전·현직 의원 중에서 검사 출신이 많다.
민주당에선 소병철·송기헌 등 현직 의원들과 양부남 부산고등검찰청 전 검사장, 박균택 광주고등검찰청 전 검사장, 신성식 수원지방검찰청 전 검사장, 이성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전 검사장 등이 출마했다. 개혁신당에선 조응천 의원, 김용남 전 의원, 금태섭 전 의원이 출마했다.
검사 출신 후보자들이 검찰을 떠난 시기를 보면 3년 이하가 7명, 5년 이하가 13명, 7년 이하가 17명, 10년 이하가 21명, 10년 초과가 5명이었다. 나머지 21명은 이미 국회의원을 1선 이상 한 사람들이었다.
참여연대 이재근 협동사무처장은 “윤석열 총장이 수사로 정치를 하다가 대통령이 됐다. 그 이후로 (현직 검사 신분으로 출마를 선언한) 김상민 검사 등 그런 검사들이 더 많이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수사가 정치에 영향을 주고, 그것으로 검사가 정치에 진출하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면 검찰 수사는 더 정치화하고 수사의 공정성은 신뢰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검사 출신은 국회의원 당선자 수도 매우 많다. 국회의 정보 포털 사이트 ‘열린 국회 정보’를 보면, 민주화 이후 검사 출신 국회의원 당선자 수는 최소 11명에서 최대 28명으로 전체 의원의 5.5~9.4%를 차지했다. 노태우 정부 때인 1988년 11명, 1992년 16명이었다가 김영삼 정부 때인 1996년 21명, 김대중 정부 때인 2000년 19명,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19명으로 늘어났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엔 28명으로 역사상 가장 많았다. 또 2012년 16명,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18명,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15명이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의원 300명에 5천만 명의 국민을 고루 대표할 수 있는 사람들이 들어가야 한다. 검사와 법조인들이 과잉 대표되고 있다. 더욱이 수사와 기소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정치를 잘한다는 아무런 근거가 없는데 말이다”라고 말했다.
검사를 포함한 법조인 전체로 보면 2020년 117명이 출마해 46명이 당선했고, 2016년 126명이 출마해 49명 당선, 2012년 104명이 출마해 42명 당선, 2008년 121명이 출마해 59명 당선, 2004년 131명이 출마해 54명 당선했다. 법조인이 전체 의원의 14.0~19.7%를 차지했다.
국회의원 가운데 검사를 포함한 법조인의 비율은 매우 높다. 국회입법조사처 전진영 정치의회팀장(정치학 박사)이 2024년 1월 발표한 ‘국회와 주요국 의원의 직업적 배경 비교’ 보고서를 보면, 국회의원 가운데 법조인 비율은 15.3%로 정당인(21.3%) 다음이었다. 정당인은 당직자, 정당 활동가, 의원 보좌관 등을 합한 것이다. 그다음으로 공무원(14.3%), 지방의원·지방자치단체장(13%), 시민단체·노조 활동가(12.3%), 언론인(8.7%) 순서였다.
전진영 팀장은 “정치 영역엔 다양한 정당과 사람이 있고 국회 의석 과반수 정당이라도 마음대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없다. 언제나 협상과 타협, 양보를 해야 한다. 그런데 검사의 업무나 조직 문화는 그런 점을 훈련받거나 키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 국회에서 검사는 얼마나 과대 대표될까? 2023년 기준으로 한국의 검사는 2292명이고 총인구는 5133만 명이니, 검사의 비율은 0.0045%다. 그런데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검사 수는 15명으로 5%를 차지한다. 따라서 검사는 인구보다 1100배가량 과대 대표된다. 법조인 전체도 마찬가지다. 2023년 기준으로 한국의 판사(3214명)와 검사, 변호사(3만4899명)는 모두 4만403명으로 총인구의 0.079%다. 그런데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법조인은 46명으로 15.3%다. 따라서 법조인은 인구보다 190배가량 과대 대표된다.
검사 등 법조인의 비율을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보면, 2023년 한국은 15.3%로 미국(30.0%)과 독일(22.8%)보다 낮고, 영국(7.2%)·프랑스(4.8%)·일본(3.0%)보다 높았다. 미국의 경우 중복 답변을 허용한 조사여서 다른 직업들의 비율도 높았다. 예를 들어 미국 연방의회 하원의원의 80%가 연방·주 행정부 공무원을, 50.3%는 주의회 의원을 거친 사람들이었다. 변호사라도 정치 경험을 쌓고 연방 하원의원이 되는 것이다. 더욱이 미국은 1만 명당 변호사 수가 41.3명으로 한국(5.4명)의 7.6배에 이른다.
독일 연방의원은 인문학과 자연과학 배경을 가진 사람이 41.2%로 가장 많았고, 영국 하원의원도 지방의원 등 선출직 출신이 44.5%로 가장 많았다. 프랑스 하원의원은 기업 임원 출신이 21.1%로 가장 많았고, 일본 중의원도 의원의 33.8%가 지방정부의 장이나 지방의원 출신이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학)는 “미국에선 판사·검사보단 변호사가 정치하는 경우가 많다. 법조인이 연방의원이 되려면 상당한 정치 경험을 쌓아야 한다. 법조인이 정치 경험 없이 바로 국회의원이 되는 것은 여러모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으로서 검사 등 법조인이 선호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검사는 법을 공부해서 사법시험이나 변호사시험을 통과한 법 전문가다. 따라서 법을 만들고 고치는 입법부에서 일하는 데 적합하다는 인식이 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검사는 정해진 법을 집행하는 전문가다. 법을 만들고 고치는 국회의원은 상상력이 필요한데, 검사는 기존 법의 틀에 갇혀 있다. 물론 검사도 정치를 할 수 있지만, 그 직업적 특성이 정치에 맞는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또 법조인이 되기가 어렵기 때문에 시민들에게 ‘검사는 엘리트’라는 인식이 있다. 검사도 자신의 권력을 법무행정에서 다른 영역으로 확장하려는 욕망이 있다. 대통령과 행정부의 요직을 검사들이 장악한 윤석열 정부에선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검사 등 법조인이 사회적으로 좋은 스펙이어서 정당에서 인재를 영입할 때도 선호한다. 게다가 검사들도 권력욕이 강하다. 문제는 그들의 시각이 협소하고 정치에 무능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정치마저 점점 협소하고 무능하게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검사 등 법조인들의 입법 역량이 다른 의원들과 차이가 없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21년 한국의정연구회 학술저널인 <의정논총>에 실린 논문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의 입법 활동은 차이를 보이는가?’(전진영·김인균)를 보면, 제19대 국회에서 제안된 법률안 가운데 법조인 출신 의원이 낸 법률안의 가결률은 7.53%, 비법조인 출신 의원이 낸 법률안의 가결률은 7.32%로 거의 차이가 없었다. 또 제19대 국회에서 법조인 출신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전체 법안의 12.2%로 법조인 출신 의원의 비율인 14%보다 낮았다. 법안 발의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법률안의 가결률을 높이는 경우는 이렇다. 법률안의 소관 상임위 소속 의원이 낸 법률안은 다른 상임위 소속 의원보다 가결률이 4%포인트 높았다. 상임위의 위원장과 간사가 낸 법률안은 일반 의원보다 가결률이 3%포인트 높았다. 여당 의원이 낸 법률안은 야당 의원보다 가결률이 2%포인트 높았다. 지방의원 경험이 있는 의원이 낸 법률안은 경험이 없는 의원보다 가결률이 1%포인트 높았다. 또 당선수에 비례해 가결률이 1%포인트씩 높아졌다. 법률안 가결 차원에선 법조인 출신보다 소관 상임위 소속 여부, 여당 여부, 지방의원 경험 여부, 당선 횟수 등이 더 중요했다.
오히려 국회에 지나치게 많은 법조인 출신 의원들이 이해충돌을 일으키기도 했다. 예를 들어 변호사와 업무가 겹치는 변리사와 세무사, 관세사, 노무사, 중개사 관련 법률안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폐기된 경우가 많았다. 변호사의 이익을 저해한다고 판단하는 경우였다. 통상 법사위 소속 의원의 50% 이상이 법조인 출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법사위의 법조인 출신 비율을 30% 이하로 낮추거나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권한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나왔다. 하승수 공동대표는 “법조인 출신이 많은 법사위가 상임위에서 옥상옥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해충돌 방지 차원에서 보면, 법사위엔 법조인이 없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더 심각한 것은 현재 행정부를 장악한 검사 출신들이 인사권으로 사법부(재판)도 지배하고, 선거를 통해 국회에도 다수 진출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이는 대통령제의 고전적인 견제와 균형 원리를 깨뜨릴 수 있다. 이준한 교수는 “대통령을 만들어낸 검사들이 재판이나 입법까지 주도한다면 민주주의에는 심각한 위협이다. 정부나 정치가 국민이 아니라 일부 세력의 이익을 위해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창익 사무국장은 “검사들이 정치를 주도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민주주의는 형식만 남고 실질적으로 소수의 법조인 지배 체제가 될 것이다. 이는 민주주의 자체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등 법조인들의 정치 주도, 정치 지배를 통제할 방안이 있을까? 전진영 팀장은 정당 정치의 발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정당에서 법조인 영입과 공천을 줄일 필요가 있다. 미국이나 영국도 법조인 출신의 의회 진출이 현저하게 감소하는 추세다. 그리고 깜짝쇼같은 인재 영입이 아니라, 지방 의회나 자치단체에서 경험을 쌓은 정치인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줘야 한다. 그래야 좋은 정치인이 성장할 수 있고, 대의민주주의의 질도 좋아질 수 있다.”
서보학 교수는 검찰개혁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의 출현은 사회가 검사들을 통제하는 데 실패한 결과다. 검사를 본분인 기소와 공소유지(재판 참여) 업무로 돌릴 수 있게 수사권 폐지 등 검찰의 권한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 국민도 수사 검사가 정부와 정치를 지배하는 현재 상황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전진영·김인균,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의 입법 활동은 차이를 보이는가?’, 2021
전진영, ‘국회와 주요국 의원의 직업적 배경 비교’,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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