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록 봤어요?” 기자들이 ‘무리한 수사 아니었느냐’고 비판하면 검사들은 종종 이렇게 되묻습니다. 세상일, 일도양단으로 선악과 참·거짓으로 판단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곱씹어보면 ‘수사 평가는 검사만 할 수 있다’는 말로 들립니다. 수사 기록은 검사만 열람할 수 있습니다. 기록을 본 것이 평가 자격이 된다면 검사만 수사를 평가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형사사법시스템의 최종 종착지인 대법원 판단에도 검사들은 뜻밖의 말을 합니다. ‘무죄’로 결론 난 서울시 간첩조작 사건을 놓고도, 수년 전 수사팀 한 검사는 사석에서 “출·입경 기록 조작 때문에 간첩죄가 무죄가 나긴 했지만, 유우성은 간첩”이라며 굽히지 않았습니다. 말로만 그치지 않았습니다. 검찰 머릿속 ‘유우성=나쁜 놈’이라고 한 번 입력됐다는 건 아주 무서운 일입니다. 기소유예했던 사건(대북송금)까지 들춰내 보복 기소로 이어졌습니다. 대법원이 ‘검찰 공소권 남용’까지 지적하며 공소 기각(2021년 10월)했지만, 글쎄요, 과연 검찰이 뉘우칠까요.
검찰에 두 번이나 구속됐지만 두 번 다 대법원 무죄 선고를 받은 한 여권 정치인에 대해서도 검찰은 완강했습니다. 한 검사는 “판결문을 잘 읽어봐라. ‘죄가 없다’는 게 아니다”라고 고집했습니다. ‘무죄’와 ‘죄가 없다’의 틈, 보통 사람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 수사 정당성을 확인하려 듭니다.
제1483호 표지이야기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구속영장 기각의 의미와 파장을 다뤘습니다. 2023년 9월27일 이 대표에 대한 영장이 기각되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영장 기각됐다고 죄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이미 ‘이재명=중범죄자’로 입력된 이상 법원 판단(기각)은 한낱 의견일 뿐입니다.
이런 검찰의 자기 과신은 막심한 피해를 냅니다. 한 해 수천 건씩 생사람을 잡습니다. 2022년 기준 1심 무죄율은 3.1%(22만3504건 중 7017건, 사법통계연감)입니다.
무죄를 낸 검사는 책임질까요? 검찰엔 ‘무죄 평정’이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네? 맞습니다. 무죄가 나도 그대로 못 받아들입니다. 왜 무죄가 났는지 다시 평가해서 검사 책임 여부를 ‘기록을 본 사람들끼리’ 따진다는 겁니다.
여기서 검사가 잘못했다고 결론이 나는 경우는 12.4%(2021년 기준) 수준입니다. 대부분 ‘법원과 검사의 견해 차이일 뿐’으로 결론 납니다. 피해자는 물론 보상금을 받습니다. 하지만 억울하게 불려다니고 추궁당하며 마음에 상처를 입기 전으로 세월을 되돌릴 순 없습니다. 검사의 사과도 없습니다.
이렇게 오늘도 검찰은 ‘검사 무오류’(성경 무오류에서 딴 말로, 검사 처분에 오류는 없다는 뜻) 신화를 써내려갑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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