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우리 장병들에 의한 학살은 전혀 없었다. 판결에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베트남 파병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을 인정한 법원 판결을 부정한 것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베트남 피해자 소송 대리인 임재성 변호사는 “보고서에는 한국군에 의한 학살을 입증하는 증거들이 가득하다”며 “사실관계에 신중해야 한다”고 일침을 놨다.
이종섭 장관은 2023년 2월17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베트남전 파병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을 인정한 법원 판결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당시 상황은 굉장히 복잡하다. 한국군 복장이 있었다고 해도 (한국군이) 아닌 경우가 굉장히 많았다”며 “미군 조사도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이 없었다고 결론이 났다”고 말했다.
베트남인 응우옌티탄은 1968년 2월 베트남 꽝남성 퐁니 마을에서 한국군이 쏜 총에 가족을 잃었다며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2월7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대한민국 해병 제2여단 제1중대(청룡부대) 소속 군인이 작전을 수행하던 중 원고(응우옌티탄)의 모친을 다른 사람과 함께 한 곳으로 강제로 모이게 한 다음 총으로 사살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대한민국은 원고에게 3천만100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장관이 판결을 부정하자, 임재성 변호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정면 비판했다. 임 변호사는 이 장관이 ‘미군 조사’를 언급한 것과 관련해 “이번 퐁니 사건 소송에 증거로 제출된 주월미군감찰보고서를 말씀하시는거라면 사실과 다르다”며 “위 보고서의 결론은 ‘결론 없음’이다. ‘학살이 있었다’, ‘없었다’가 전혀 아닌거다. 보고서에는 퐁니 마을 주민들, 남베트남 군인, 미군들의 '한국군에 의한 학살이었다'는 취지의 진술서와 주월한국군이 학살을 부정하는 답변서 등이 첨부돼 있다. 미군의 동맹군인 한국군이 부인하는 상황에서 최종결론을 유보한 것일 뿐, 보고서에는 한국군에 의한 학살을 입증하는 증거들로 가득하다”고 말했다. 임 변호사는 또 “1969년 중앙정보부가 진행한 퐁니 사건 관련 조사보고서를 확인해봤냐”며 “재판 과정에서 원고 측 뿐만 아니라 재판부도 피고 대한민국 대리인에게 여러번 물었다. 피고 대한민국은 확인 못했다고 했다.”고 말했다.
특히 국방부 장관이 ‘전혀’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과 관련해 임 변호사는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이번 재판에서는 오직 퐁니 사건 단 한 건에 대해서만 다루어졌다. 이걸 근거로 최초 파병부터 철군까지 한국군에 의한 학살이 없었다고 단언할 수 있나. 한국군에 의한 베트남전 민간인학살의 경우 100개 이상의 마을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런 의심 사례들에 대한 전수조사가 이루어졌을까”라고 비판했다.
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끔찍했던 악몽, 이제 깨어날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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