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랫동안 검사의 권한을 제한하는 검찰개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기자로서 경험해온 검사의 권한이 너무나 크고 위험했기 때문입니다. 검찰개혁의 가장 핵심적인 조처는 검사들이 한 손에 쥔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검사의 권한 행사에 문제가 많다고 느낀 것은 오래된 일입니다. 대학생 시절인 1991년 ‘유서 대필 조작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당시 경찰과 검찰은 인권과 민주주의를 요구하며 극단적 선택을 한 시민운동가 김기설의 유서를 대신 써줬다며 동료 시민운동가 강기훈을 구속 기소했습니다. 수사와 기소, 재판 과정에 문제점이 많았지만, 1992년 대법원은 강기훈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을 주도한 사람들이 검사였습니다. 당시 법무부 장관 김기춘, 검찰총장 정구영, 대검 강력부장 강신욱, 수사검사 신상규, 송명석, 안종택, 남기춘, 임철, 곽상도, 윤석만, 박경순이 이 사건을 담당한 검사였습니다.
24년 뒤인 2015년 대법원은 재심에서 강기훈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그동안 강기훈의 몸과 마음, 삶은 거의 파괴됐습니다. 아무 죄 없는 사람이 사반세기 동안 국가폭력을 당한 것입니다. 그러나 강기훈에게 죄를 뒤집어씌운 검사들은 아무 처벌도 받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김기춘이나 강신욱, 남기춘, 곽상도 같은 검사들은 꽃길을 걸었습니다.
검사들의 잘못은 그 뒤로도 계속됐습니다. 검찰개혁을 추진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보복 수사하고, 죄 없는 한국방송공사 정연주 사장과 <피디수첩> 제작진,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박대성)를 수사해 기소했습니다. 반면 온갖 범죄를 저지른 검사들은 거의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그들을 처벌해야 할 사람들이 동료, 선후배 검사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한창 논쟁 중인 수사-기소 분리 법안이 통과된다면 앞으로 검사의 이런 잘못은 줄어들 것입니다. 물론 경찰이 다시 위험한 국가기관이 될 우려가 없지 않습니다. 또 정치인 수사나 기업인 수사가 일시적으로 위축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제2의 강기훈, 노무현, 정연주, 박대성은 없지 않을까요?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수사-기소 분리를 추진하는 방식은 비판받아야 합니다. 이렇게 중요한 정책을 이렇게 졸속으로 처리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의 책임도 있습니다. 애초부터 많은 나라에서 시행하는 수사-기소 분리 방식의 검찰개혁을 추진했더라면 현재 이런 혼란은 없었을 것입니다.
이제 검사의 수사-기소 분리를 둘러싼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수사-기소 분리 법안이 국회 본회의와 국무회의를 통과할지는 아직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그 결과가 나온다면 각자의 자리에서 새로운 고민을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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