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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 정치’의 로드맵?

등록 2022-02-20 00:37 수정 2022-02-20 11:26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오른쪽)가 2022년 2월16일 충남 천안 단국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를 위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오른쪽)가 2022년 2월16일 충남 천안 단국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를 위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야권 단일화라는 ‘공’을 어떻게 다룰까.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시작 이틀 전인 2022년 2월13일 윤 후보를 향해 여론조사 방식의 야권 후보 단일화를 제안했다. 그동안 ‘안일화’(안철수로 단일화)나 ‘독자 완주’만을 되풀이해서 공언하던 안 후보가 전격적으로 단일화 공을 윤 후보에게 넘긴 것이다. 후보 간 담판을 통한 단일화를 요구했던 윤 후보는 “고민해보겠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고 반응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박빙 승부를 벌이는 상황에서 야권 단일화는 야권이 대선 승리를 거머쥘 수 있는 강력한 카드다. 이 때문에 2월10일 김형오,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 보수 성향의 전직 의원 191명이 “후보 단일화는 승리의 길이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의 절체절명의 명령”이라며 윤-안 후보의 단일화를 압박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안 후보 쪽에서는 “아무리 완주 선언을 해도 계속해서 (단일화) 꼬리표가 붙어 있다면 차라리 정면 돌파하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이다. 단일화 제안은 완주를 위한 것”(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거대책본부장, 2월14일 TBS 라디오 인터뷰)이라는 설명이 나왔다. 안 후보가 완주하고 다자구도에서 야권이 선거에서 패배하는 경우 야권 패배의 책임을 안 후보가 모면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해석된다.

국민의힘은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는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론조사 방식으로 하면 민주당 지지자들이 여론조사에 참여해 안 후보를 지지하는 ‘역선택’을 해서 윤 후보에게 불리해질 우려가 있다는 점, 윤 후보가 안 후보보다 지지율이 3~4배 높다는 점, 여론조사 룰 협상을 하기에 투표일까지 남은 20일 남짓이 너무 짧다는 점 등이 주요 이유다.

국민의힘은 “통 큰 단일화”, 곧 담판 방식을 원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안 후보에게 후보를 사퇴하라는 ‘양보’ 요구다. 주요 선거에서 양보와 후보 사퇴를 하며 얻게 된 ‘철수 정치’라는 오명을 안 후보에게 다시 한번 덧씌우는 일이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은 ‘통 큰 단일화’를 위해 안 후보에게 ‘통 크게’ 제시할 내용을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다. 1997년 대선 때 ‘DJP 연합’(김대중-김종필 연합)처럼 국무총리직과 정부 장관직을 안 후보에게 배분하는 등의 권력 분점 이야기가 가장 먼저 나왔다. 안 후보에게 당권을 주는 설도 나왔고, 다음 2027년 대선에 안 후보가 후보로 나설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한다는 내용도 보도됐다. “대통령 빼고는 다 줄 수 있다는 자세로 접근하면 (단일화에)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김재원 최고위원, 2월16일 TBS 라디오 인터뷰)는 속내도 표출했다.

안 후보가 제안한 여론조사 방식은 단일화와 관련해 유권자인 국민의 뜻을 묻는 것이다. 그 과정 자체가 감동을 주면 단일화의 시너지는 커질 수 있다. 그러나 담판 방식의 경우 정치 세력들이 밀실에서 권력 나눠먹기 하는 것으로 비치면 국민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 1+1=2가 아니라 1.5나 그 이하가 되는 것이다.

2월15일 안 후보의 충남 지역 유세 버스에서 지역 선대위 관계자 등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나 안 후보는 선거운동을 전면 중단했다. 장례 절차가 마무리되는 2월18일 이후 선거운동이 다시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선거운동이 재개되면 ‘통 큰 단일화 합의’는 이뤄질 수 있을까. 아니면 안 후보의 독자 완주로 결론 날까. 공을 넘겨받은 윤 후보는 어떤 정치력을 보여줄 것인가.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뉴노멀: 이주의 주요 뉴스 맥락을 주관적으로 들여다보는 코너로 김규남 기자, <한겨레> 이승준, 장수경 기자가 돌아가면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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