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야권 단일화라는 ‘공’을 어떻게 다룰까.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시작 이틀 전인 2022년 2월13일 윤 후보를 향해 여론조사 방식의 야권 후보 단일화를 제안했다. 그동안 ‘안일화’(안철수로 단일화)나 ‘독자 완주’만을 되풀이해서 공언하던 안 후보가 전격적으로 단일화 공을 윤 후보에게 넘긴 것이다. 후보 간 담판을 통한 단일화를 요구했던 윤 후보는 “고민해보겠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고 반응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박빙 승부를 벌이는 상황에서 야권 단일화는 야권이 대선 승리를 거머쥘 수 있는 강력한 카드다. 이 때문에 2월10일 김형오,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 보수 성향의 전직 의원 191명이 “후보 단일화는 승리의 길이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의 절체절명의 명령”이라며 윤-안 후보의 단일화를 압박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안 후보 쪽에서는 “아무리 완주 선언을 해도 계속해서 (단일화) 꼬리표가 붙어 있다면 차라리 정면 돌파하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이다. 단일화 제안은 완주를 위한 것”(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거대책본부장, 2월14일 TBS 라디오 인터뷰)이라는 설명이 나왔다. 안 후보가 완주하고 다자구도에서 야권이 선거에서 패배하는 경우 야권 패배의 책임을 안 후보가 모면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해석된다.
국민의힘은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는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론조사 방식으로 하면 민주당 지지자들이 여론조사에 참여해 안 후보를 지지하는 ‘역선택’을 해서 윤 후보에게 불리해질 우려가 있다는 점, 윤 후보가 안 후보보다 지지율이 3~4배 높다는 점, 여론조사 룰 협상을 하기에 투표일까지 남은 20일 남짓이 너무 짧다는 점 등이 주요 이유다.
국민의힘은 “통 큰 단일화”, 곧 담판 방식을 원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안 후보에게 후보를 사퇴하라는 ‘양보’ 요구다. 주요 선거에서 양보와 후보 사퇴를 하며 얻게 된 ‘철수 정치’라는 오명을 안 후보에게 다시 한번 덧씌우는 일이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은 ‘통 큰 단일화’를 위해 안 후보에게 ‘통 크게’ 제시할 내용을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다. 1997년 대선 때 ‘DJP 연합’(김대중-김종필 연합)처럼 국무총리직과 정부 장관직을 안 후보에게 배분하는 등의 권력 분점 이야기가 가장 먼저 나왔다. 안 후보에게 당권을 주는 설도 나왔고, 다음 2027년 대선에 안 후보가 후보로 나설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한다는 내용도 보도됐다. “대통령 빼고는 다 줄 수 있다는 자세로 접근하면 (단일화에)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김재원 최고위원, 2월16일 TBS 라디오 인터뷰)는 속내도 표출했다.
안 후보가 제안한 여론조사 방식은 단일화와 관련해 유권자인 국민의 뜻을 묻는 것이다. 그 과정 자체가 감동을 주면 단일화의 시너지는 커질 수 있다. 그러나 담판 방식의 경우 정치 세력들이 밀실에서 권력 나눠먹기 하는 것으로 비치면 국민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 1+1=2가 아니라 1.5나 그 이하가 되는 것이다.
2월15일 안 후보의 충남 지역 유세 버스에서 지역 선대위 관계자 등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나 안 후보는 선거운동을 전면 중단했다. 장례 절차가 마무리되는 2월18일 이후 선거운동이 다시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선거운동이 재개되면 ‘통 큰 단일화 합의’는 이뤄질 수 있을까. 아니면 안 후보의 독자 완주로 결론 날까. 공을 넘겨받은 윤 후보는 어떤 정치력을 보여줄 것인가.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뉴노멀: 이주의 주요 뉴스 맥락을 주관적으로 들여다보는 코너로 김규남 기자, <한겨레> 이승준, 장수경 기자가 돌아가면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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