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자식 간에도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고향 부모님 뵈러 가는 길은 조심스럽고, 자식들 얼굴 보러 움직이는 것도 부담스럽게 느껴집니다. 이젠 ‘민족 대이동’이란 말도 농경사회 유물로 남을 판입니다.
그래서 <한겨레21>이 ‘우동뉴스’(우리동네뉴스)를 준비했습니다. 명절에도 발이 묶여 옴짝달싹 못하는 독자들을 위해 <한겨레> 전국부 소속 기자 14명이 우리 동네의 따끈한 소식을 친절하고 맛깔스럽게 들려줍니다. 고향 소식에 목마른 독자에게 ‘꽃소식’이 되길 바랍니다. _.편집자주
대구 민주당이 초상집 분위기입니다. 제7회 지방선거에서 역대 최고 성적표를 손에 들고 들떴던 3년 전과는 완전히 딴판입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 그리고 대구 민주당 지방의원들의 일탈 때문입니다. 민주당은 2014년 제6회 지방선거 때만 하더라도 대구에서 광역의원 1명(0.3%), 기초의원 13명(11.2%)의 당선자를 냈습니다. 하지만 4년 뒤인 2018년 6월 제7회 지방선거에서는 광역의원 5명(16.7%), 기초의원 50명(43.1%)을 당선시켰습니다. 단체장 당선자는 없지만, 민주당이 대구 전체 지방의원의 절반 가까이 차지했습니다.
“민주당은 어떻게 저런 사람들을 공천할 수 있죠?” 요즘 대구에선 이런 한탄이 끊이질 않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호감이나 정치적 다양성을 위해 3년 전 민주당 의원을 뽑았던 사람들도 혀를 내두릅니다. 의원들의 문제는 공직선거법 위반, 음주운전까지 광범위합니다. 성매매 여성을 “탈세범”이라고 비난하거나, 공무원을 호통치며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하는 의원도 있습니다. 이들은 1991년 지방자치제도 부활 이후 지방의회 최악의 흑역사를 써내려가고 있습니다.
민주당 지방의원 가운데 처음 논란을 일으킨 이는 홍준연 대구 중구 의원이었습니다. 그는 2018년 12월 본회의장에서 성매매 여성 자활지원 제도를 놓고 류규하 중구청장과 언쟁을 벌였습니다. 그러다가 그는 “(성매매 여성은)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비하했습니다. 이후 자신에게 항의하는 여성단체 회원에게 “성매매 여성은 탈세범”이라고도 했습니다. 홍 의원은 결국 2019년 4월 민주당에서 제명됐고, 중구의회로부터 30일 출석정지 징계를 받았습니다. 그는 이후 국민의힘으로 건너갔습니다.
대구 서구의회에서는 민부기 의원이 악명 높습니다. 그는 공무원을 불러 호통치는 모습을 페이스북 라이브로 생중계했습니다. 또 2019년 업자를 시켜 자기 아들이 다니는 학교 교실에 환기창(시가 1200만원)을 설치했습니다. 기자들이 그를 비판하는 기사를 쓰자 서구 출입기자의 사진, 이름, 휴대전화번호 등이 적힌 명단을 페이스북에 올리고 여성 기자 외모를 조롱했습니다. 그는 의무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승용차를 몰고 다니기도 했습니다. 그는 결국 선거법, 개인정보보호법,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2020년 11월 법원에서 80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서구의회는 12월 민 의원을 제명했습니다.
이진련 대구시 의원은 자신에게 비판 댓글을 단 사람이 일하는 학교에 찾아가 행패를 부려 물의를 빚었습니다. 이 의원은 2020년 7월 교감을 대동한 채 비정규직 직원 박아무개(38)씨에게 “노조 한다면서?” “댓글 열심히 달아라”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박씨가 녹음해 공개한 녹취에 그대로 담겼습니다. 민주당 대구시당 윤리심판원은 2020년 10월 이 의원을 제명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 중앙당 윤리심판원은 재심에서 이 의원의 징계를 당직 정지 1년으로 낮췄습니다. 이 의원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2019년 1월 7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도 있습니다.
당선 1년 만에 겸직이 금지된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에 뛰어든 민주당 의원도 있었습니다. 신범식 대구 중구의회 의원은 2019년 11월 대봉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에 출마했습니다. 지방의원은 새마을금고 임직원을 겸직할 수 없습니다. 새마을금고 이사장에 당선되면 의원직에서 물러나야 합니다. 하지만 신 의원은 낙선했고 이후 구의원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선거법 위반과 음주운전은 단골 메뉴입니다. 김용덕 대구 북구의회 의원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권자에게 음식을 대접했다가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그는 2019년 7월 150만원의 벌금형이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습니다. 유병철 대구 북구의회 의원은 2019년 12월 혈중 알코올 농도 0.164% 상태에서 교통사고를 냈습니다. 이후 그는 민주당을 탈당했고, 2020년 7월 법원에서 8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대구 달서구의회는 바람 잘 날이 없습니다. 달서구 의원들은 2018년 7월 전반기 의장단 선거 과정에서 싸움을 벌였습니다. 이 때문에 의회가 파행돼 개원이 17일 미뤄졌습니다. 당시 달서구의회는 보름 넘게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싸움만 벌이며 의회사무국 예산으로 밥값만 393만원을 썼습니다. 당시 자유한국당 대구시당 윤리위원회는 의회 파행 책임을 물어 그해 7월 김화덕·서민우 의원을 중징계(당원권 정지 2년)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 대구시당은 소속 의원들을 단 1명도 징계하지 않았습니다.
이후에도 민주당 달서구 의원들의 일탈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홍복조 의원은 2019년 3월 본회의에서 다른 의회 의원의 원고를 베껴 5분 발언을 했다가 비판받았습니다. 김귀화 의원은 달서구에서 예산 지원을 받는 협동조합 차량을 개인적으로 사용하다 들키기도 했습니다. 2020년 5월부터는 민주당 달서구 의원 5명의 업무추진비 유용 의혹이 잇따라 불거졌습니다. 결국 민주당 대구시당 윤리심판원은 2020년 12월 김귀화(제명), 이신자(당원 자격정지 6개월), 배지훈·김정윤(당직 자격정지 6개월), 이성순(경고) 의원을 징계했습니다.
“다음 선거 때 민주당 의원 남아날까?”달서구의회 민주당 의원 3명의 선거법 위반 사건도 터졌습니다. 김귀화·이신자·김정윤 의원은 제21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둔 2020년 3월, 같은 당 후보 선거캠프 관계자 등에게 밥을 샀다가 기소됐습니다. 결국 12월 이신자·김정윤 의원은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100만원, 김귀화 의원은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았습니다. “이대로 가면 다음 지방선거 때 민주당 지방의원은 얼마 남지 않겠다.” 이제는 이런 우스갯소리마저 나옵니다.
민주당 지방의원들을 보면 자신들이 ‘거대 악’에 맞선다는 신념과 대의가 강한 것 같습니다. 때로는 선민의식도 엿보입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지금 우선 필요한 건 ‘상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대구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대구=김일우 <한겨레>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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