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새누리당은 2012년 박근혜 대통령이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당명과 로고, 상징색을 모두 환골탈태해 짜놓은 진용(버전 1.0) 그대로다. 소속 의원들은 박근혜 비대위의 공천을 받았던 이들이고, 당권 바통을 넘겨받은 게 황우여 대표 등 친박 지도부다. 국회의장도 친박 강창희 의장이 됐다. 이 체제로 그해 말 대선에서 이겼다. 새누리당은 지난 2년 동안 바뀔 일이 없었다.
올여름 새누리당은 몇 차례 이벤트를 거치며 업그레이드를 맞이한다. 5월 중순 원내대표와 당 대표의 임기가 함께 끝난다. 5월 말엔 국회의장을 뽑는다. 6월 지방선거와 7월 재·보궐 선거가 있다. 이 모든 이벤트가 각각 원인인 동시에 결과가 된다. 원내대표, 당 대표, 국회의장이 누가 될지를 점치는 것은 고차방정식이다. 호사가들이 주목하는 관전 포인트는 역시 주류(친박)와 비주류(비박)의 대결이다.
첫 이벤트는 원내대표 경선. 최경환 원내대표의 임기가 5월14일에 끝나므로 그전에 후임자를 뽑아야 한다. 새 원내대표의 임무는 가볍지 않다. 같은 날 황우여 대표의 임기도 끝나지만, 새 지도부는 7월에 뽑는다. 두 달의 공백기 동안 새 원내대표는 지방선거를 지휘할 선거대책위원회와 재보선을 맡을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모두 주도적 구실을 맡는다. 비주류 남경필 의원이 경기도 지사 선거로 빠지면서 후보군은 이완구, 정갑윤, 정우택 의원 등 모두 주류 일색이다.
다음 이벤트인 국회의장 경선. 강창희 의장의 임기(2년)는 5월29일에 끝난다. 국회는 5일 전까지 후임자를 선출해야 한다. 다수당인 새누리당이 당내 경선으로 후보를 뽑으면 여야의 추인을 받는다. 주류 황우여 대표, 비주류 정의화 의원 등이 가시권에 들어와 있다. 일각에선 황 대표가 국회의장이 아니라 향후 언젠가 박근혜 정부의 총리를 맡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6·4 지방선거 승패는 조금 복잡한 방정식이다. 만약 새누리당이 주요 승부처에서 모두 이긴다면, 곧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 지사를 쓰러뜨리고, 안철수 의원의 지원 후보가 비교적 분명한 경기·부산을 쓸어버리면, 야당의 차기 대선주자들을 ‘원샷 올킬’할 수 있다. 이 경우 승리의 열매는 누구 것인가. 현시점에선 정몽준 의원(서울), 남경필 의원(경기), 권철현 전 주일대사(부산) 등 주요 지역의 ‘여론조사 1위’ 후보들이 모두 비주류다. 이들이 승리의 주인공이라면, 주류가 머쓱하게 된다. 그러나 할 말은 있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에 힘입은 승리라서다. 같은 이유로, 새누리당이 선거에 참패하면 박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주류 책임론을 제기하며 당 혁신을 요구하는 비주류의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다.
지도부 선출을 위한 7·14 전당대회는 원내대표·국회의장 경선 결과와 지방선거 결과가 모두 합산되는 이벤트다. 현재 점쳐지는 ‘서청원 대 김무성’ 구도는 ‘주류 대 비주류’로 풀이된다. 그런데 새 지도부 선출 바로 보름 뒤가 7·30 재보선이다. 현역 의원 다수가 지방선거에 나서면서 규모가 꽤 커져 새누리당은 과반 여부를 걸고 치러야 할 수도 있다. 앞서 지방선거가 새누리당의 일방적인 승리였다면 역풍이 불어 새 지도부가 초장부터 힘이 빠질 가능성도 있고, 반대로 재보선을 휩쓸어 강한 여당 지도부가 탄생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청와대와의 역학 관계가 영향을 받게 된다.
이렇게 꾸려지는 새누리당의 진용은 지금과는 사뭇 다를 것이다. 새로운 기능을 약간 더한 수준(버전 1.1)이 될지, 판형을 완전히 바꾼 모습(버전 2.0)이 될지 두고 볼 일이다. 저마다 남몰래 주판알 튀기는 소리가 나지막이 들린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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