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6일 박근혜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 질문할 기자(매체)가 선정된 기준은, 업계에서 흔하디흔한 언론사 구분법에 기초했다. 종합지·경제지·지방지·방송사·통신사·인터넷·외신 등 매체 종류별로 1~2명이 질문을 하기로 했다.
그중에 외신은 와
TV) 등 2곳이 질문권을 얻었다. 청와대가 직접 정해서 미리 통보했다. 공동취재단(풀) 구성이나 질문자 선정 등을 원활히 하려고 꾸려놓은 ‘외신기자클럽’(클럽)은, 청와대가 그 기능을 존중하지 않았으니 존재마저 무색해졌다.
청와대가 클럽 쪽에 연락을 하긴 했다고 한다. 외신 몫으로 회견장에 자리 10곳을 잡아놓을 테니 명단을 보내라는 통보였다. 클럽은 회원들에게 공지를 했다. 기자회견 전 마지막 근무일인 1월3일 오후 5시21분 클럽이 회원들에게 보낸 참석 기자 확정 명단엔 일본 매체 10곳과 스페인어권 매체 1곳이 있었다. 1석을 더 확보한 것이다. 그런데 이 명단에는, 참석이 확정됐을 뿐 아니라 ‘질문권’까지 이미 쥐고 있던 와 <cctv> 기자는 없다. 청와대가 따로 자리를 마련해뒀다는 얘기다. 클럽을 통해 자리를 신청한 기자들은, 만약 질문할 기회를 기대했다면, 사실상 들러리였던 셈이다. 미리 정해진 질문 순서와 내용으로 각본이 짜인 터에, 대통령과 질문하는 기자들이 주연으로 출연한 데 이어, 자리를 메운 기자들이 장관·비서들과 더불어 조연으로 필요했던 모양이다.
명단을 눈여겨보면, 와 <cctv> 이외 다른 영어권 또는 중국어권 매체도 없다. 왜였을까. 질문자로 선정된 것도 아닌데, 질문자와 질문 내용이 모두 정해진 청와대 기자회견에 가는 건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을까? 국내 언론과는 한 번도 하지 않은 인터뷰를 외신과는 더러 하고 있으니, 언젠가 돌아올 수 있는 그 차례를 기다리기로 한 걸까? 한 외신 관계자는 “인력이 부족해서 기자를 보내지 않았다. 어차피 텔레비전에 생중계되니까 굳이 갈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명단을 보고 의아했을 법도 한데, 클럽을 통해 참석한 일본 기자들은 청와대에 도착해서야 ‘질문권’이 없다는 사실을 공식 통보받았다. 일부 기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회견 직전 일부 일본 기자들이 항의했다. 회견에서도 손을 들어 질문을 하려 했으나 묵살당했다.”( 1월6일) 다만 한 국내 기자가 한-일 관계에 대해 질문한 덕에 일본 기자들은 그나마 쓸거리는 챙겼다. 박 대통령은 “양국 협력이 확대되어나가야 할 중요한 시기인데, 이러한 협력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자꾸 깨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어서 저는 이 점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라는 등 일본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회견장에 있던 국내 매체 기자들은 청와대에 상주하는 기자들이었지만, 외신기자들은 그렇지 않았다. 청와대 쪽은 ‘기자실 깜짝 방문’으로 국내 기자들이 대통령을 만날 수 있도록 했다. 회견장에 남아 있는 외신기자들도 대통령이 직접 만나기로 했다. 기자실을 거쳐 회견장으로 돌아온 박 대통령이 외신기자들과 인사하던 중, 한 일본 기자가 물었다.
“(일본 언론에) 질문 기회를 주지 않은 건 배려였지요?”
이 질문은 ‘일본 언론과 직접 문답을 하면 박 대통령이 분명한 태도를 보이려는 과정에서 한-일 관계가 더 악화할 수도 있으니, 그런 상황을 배려해서 질문권을 주지 않은 거냐’는 뜻이었다고 한다. 지금도 낙관적인 일본 기자들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박 대통령은 한 번에 알아듣지 못하고 “네? 배급이오?”라고 되물었다. 곁에 선 이미연 청와대 외신대변인이 “배려”라고 알려줬다. 박 대통령은 “아뇨, 시간이 없어서”라고 답했다. 이후 청와대는 클럽 쪽에 “내부적으로 일본 매체가 그동안 질문을 많이 했고 중국 매체들로부터 요청도 있어서 그렇게 됐다. 다른 뜻은 없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cctv></cc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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