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 무수히 반복된 군 당국의 거짓말은 왜 처벌하지 않나? 연평도 포격 사태 직후 이명박 대통령의 ‘확전 방지’ 지침을 둘러싸고 진위 논란이 거셌는데, 청와대든 군이든 거짓말한 쪽은 처벌해야 하지 않나? 그 밖에 숱한 정치인들의 거짓말과 말 바꾸기는 어찌할 것인가?
‘미네르바’ 등을 기소한 근거가 된 전기통신기본법의 기본 취지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처벌해야 한다.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퍼뜨리면 벌줘야 한다는 게 이 법의 모토였다. 그들은 필시 개인의 곤경을 회피하기 위해 또는 정권의 이익을 위해, 그러니까 공익과는 반대되는 이익을 위해 중차대한 허위의 사실을 공공연히 떠벌린 것일 터. 전기통신기본법은 ‘전기통신설비에 의한 통신’이라는 수단을 썼을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이긴 하지만,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사안에 대해 공직자가 한 말은 즉각 갖가지 전기통신설비를 통해 전파되는 게 현실이니 딱히 다를 바도 없는 사안이다.
그러나 그들을 법적으로는 용서하기로 한다. 헌법재판소가 전기통신기본법의 해당 조항에 위헌을 선언했고, 이제 그 조항은 더 이상 법이 아니니까.
그런데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문을 읽다 보면 뭔가 빈칸이 남아 있다는 아쉬움을 느낀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가 잘 갈무리했듯 “이번 헌재 결정은 법이 규정한 처벌 요건인 ‘공익 침해’가 어떤 경우인지 명확하지 않으므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를 근거로 여당에선 좀더 명확한 규정을 갖춘 대체입법을 하겠다는 움직임이 보인다.1) 하지만 이번 헌재 결정의 대상이 된 두 사건을 보면, 또 하나의 결정적인 논점이 드러난다. 헌재가 정면으로 다루지 않은 부분이다.
첫 번째 사건은 김아무개씨가 2008년 6월 인터넷에 ‘경찰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집회 진압 과정에서 시위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등의 허위 사실을 올린 것이다. 또 하나는 다들 알고 있을 ‘미네르바’ 사건이다. 두 사건은 모두 정부의 정책이나 행위에 대한 비판이라는 맥락에 닿아 있다. 거짓말이 포함됐든 안 됐든, 한마디로 정부의 행태에 대고 욕을 한 사건이란 게 공통점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 대 설리번’ 사건 판결(1964)을 이번 헌재 결정문과 함께 읽어봐야 하는 이유다.
“그 어떤 법원도 미합중국의 법체계에서 정부에 대한 비방이 기소 대상이 된다는 판결을 하지 않은 것은 물론 그런 가능성조차 내비친 적이 없다.”
정부를 상대로 한 비판이라면 허위의 사실이 포함됐든 안 됐든 처벌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그 근거는 이렇다.
“공적인 이슈에 대한 토론은 방해받지 않아야 하고, 강력해야 하며, 널리 열려 있어야 한다는 원칙, 그러자면 정부를 향해 격렬하고 신랄하고 때론 불쾌할 정도로 날선 공격이 가능해야 한다는 원칙에 온 나라가 충실해야 한다. …우리 헌법은 절대적 주권이 정부가 아닌 국민에게 있는 정치체제를 창조했으며, 우리의 정부 형태는 권력의 집중 혹은 권력 그 자체에 대한 불신에 기반해 권력을 분산시키기 위한 것이다.”
민주국가의 국민이라면, 폭력적 행위가 아닌 표현의 영역에서, 정부에 얼마든지 어떤 방식으로든 대들 권리가 있다는 선언이다. 그 표현 내용에 거짓이 포함돼 있든 없든 상관없는 것이다.2) 우리라고 다르랴. 같은 민주국가인데, 더구나 미국을 한없이 닮고 싶어하는. 그러니 마음껏 정부를 비판하자. 이왕이면 즐겁고 재미나게. 꼬집고 비꼬고 뒤흔들고 풍자하고 한 방 먹이고 욕하고… 하하하 웃으면서. 그 웃음 속에 ‘이건 아니거든’이라는 진심이 통하면 성공이다. 2011년은 그렇게 보내자. 하하하.3)
한겨레21 편집장 박용현 pi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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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헌재가 이 점에 대해 결정문에서 밝힌 대목. “다원적이고 가치상대적인 사회구조하에서… 문제되는 행위가 어떤 공익에 대하여는 촉진적이면서 동시에 다른 공익에 대하여는 해가 될 수도 있으며, 전체적으로 보아 공익을 해할 목적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는 공익 간 형량이 불가피하게 되는바, 그러한 형량의 결과가 언제나 객관적으로 명확한 것은 아니다.” 좀 어렵게 썼지만 지당한 말씀이다. 대체입법을 추진하는 분들이 참고하기 바란다. 2)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정부의 정책이나 행위에 대한 비판을 특정 공무원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둔갑시켜 처벌에 나서는 경우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을 비판한 〈PD수첩〉에 대해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기소한 게 딱 그런 사례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이런 일을 ‘법적인 연금술’에 비유했다. 꿈에서나 가능한 일이란 얘기다. 2010년 12월 우리 법원도 〈PD수첩〉에 무죄를 선고했다. 3) 물론 의 정부 비판은 이제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팩트에 근거할 것임을 굳이 밝힐 필요는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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