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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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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사업 지원, 더 이상 외면 말라”

등록 2004-07-23 00:00 수정 2020-05-03 04:23

대북사업 정상 궤도 올린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 인터뷰… “금강산 열차 관광시대 열겠다"

▣ 임을출 기자 chul@hani.co.kr

“금강산을 이제 관광지와 더불어 경공업단지와 소프트웨어밸리로 만들겠다. 그리고 조만간 철길과 도로가 이어지면 기차로 북한을 관광하는 시대를 열겠다.”

그간 온갖 ‘비바람’을 맞으면서도 한반도 평화사업의 상징으로 버텨왔던 현대아산의 대북사업들이 정상 궤도에 올라섰다는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금강산 관광객이 한달 평균 1만5천~2만여명에 달하는 등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고, 개성공단도 올 연말 안에 15개 중소기업들이 입주해 첫 생산품을 내놓게 된다. 그동안 언론 인터뷰를 자제해온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이 모처럼 입을 열어 금강산관광특구와 개성공단 사업과 관련된 견해들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그는 “금강산특구나 개성공단 개발은 평화와 국익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현대만을 위한 사업이 아닌 만큼 정부가 밀어주고, 다른 기업들이 함께 끌고 가는 국민적 사업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양해진 관광코스… 위락시설 투자 시급

-현대아산의 금강산관광사업이 흑자 문턱에 들어섰다는 희소식이 들린다.

=금강산관광은 국민적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사업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많은 관광객들이 그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간다. 관광객들께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이전에 하루 한 차례만 다녔던 육로 관광길은 하루 세 차례나 들어간다. 당일관광, 1박2일, 2박3일 관광 등 다양해졌다. 지지난해와 지난해에 견줘 관광객이 많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특히 육로 관광길이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연간 관광객 수가 30만명은 되어야 손익계산이 되고 재투자 여력이 생길 수 있다.

-연간 3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려면 앞으로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나.

=역시 각종 위락시설 투자가 시급하다. 대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골프장, 호텔, 콘도 등을 짓는 게 필요하다. 대기업들은 이익창출도 중요하지만 금강산 개발이 국가적인 평화유지 사업임을 감안하는 태도도 중요하다. 당국의 지원도 여전히 절실하다. 얼마 전 새로 개장한 금강산호텔을 수리하는 데 100억원이 들어갔다. 정부에 남북협력기금 지원을 요청했는데, 한푼도 안 주더라. 호텔은 당국이 수리해서 나중에 회수하면 된다. 하지만 지원이 안 이뤄지니 갈수록 늘어나는 관광객들을 위한 편의시설을 제대로 갖출 수가 없다.

또 무슨 관광을 열흘 전에 신청을 하고, 신원 조회한다고 일주일씩 걸리고, 군사분계선 통과한다고 시간마다 기다려야 하고, 검역소 건물 안에 관광객들을 위한 편의시설은 하나도 없고, 길바닥에 한두 시간씩 관광객을 기다리게 하는 것이 정말 미안하면서도 그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이런 상황에서 관광 비용을 많이 받을 수 없으니 50% 할인해주고 있다. 지금은 당장 많은 돈을 벌기보다는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왕래함으로써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금강산을 오갈 수 있는 길을 넓히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들이 대북사업을 벌이는 기업에게 여전히 푸대접을 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게 큰 불만이다. 왜 대북사업하는 기업들에게 금융기관들이 협조를 안 해주는지 모르겠다. 대북사업에 발을 들여놓으면 대북사업에서 손떼라고 하고, 또 이미 지원한 것도 회수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지금도 현대아산은 어디에서 돈 한푼 빌려쓰지를 못한다. 남북한 긴장이 고조되고 전쟁 분위기로 가면 금융기관들이 제대로 장사할 수 있겠느냐. 그래도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 사업 덕분에 마음 놓고 장사하는 것 아니냐. 대북사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특혜를 줘야 한다. 정부가 적극 권장해서 싼 이자 대출 등 혜택을 주고, ‘내가 보증할 테니 지원해줘라’고 나서야 한다.

관광경비 지원, 북쪽만을 위한 게 아니다

-그래도 금강산관광을 다녀온 사람들은 생각이 많이 바뀌어서 돌아오는 것 같다.

=관광객들은 자기 투자를 하는 거다. 자기 주머니에서 돈을 내고 이 사업이 의미가 있다고 보고, 내가 금강산관광을 하는 것도 좋지만 이것이 활성화되어 남북 화해와 통일로 이어지고 세계 속에 국가의 신인도와 경쟁력이 올라간다고 생각한다. 반공교육 차원이 아니라, 우리 남북이 힘을 합치면 앞으로 잘되겠구나라는 비전과 자부심을 갖고 돌아온다. 당장 불편한 것은 많았지만 잘 다녀왔다고 생각한다.

-최근 한나라당 의원들도 금강산을 다녀온 걸로 알고 있다. 이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나.

=우리 사업을 이해해서 잘 돼야 하겠다고 하더라. 금강산호텔 개장식 테이프 커팅에도 참여하고 축사도 하면서 격려를 많이 해주었다. 금강산관광 사업은 잘돼야 하고, 앞으로 관심을 갖겠다고 하더라.

-정부의 남북협력기금에 의한 관광경비 보조는 언제쯤 재개될 것으로 보나.

=금강산 관광경비는 빨리 지원돼야 한다. 지금 학생들이나 도서벽지 사람들이 금강산을 못 가고 있다. 지금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상당히 이해를 하고 있다. 관광경비 보조는 단순히 북쪽만을 위한 게 아니라 남북이 힘을 합쳐 민족의 공동이익을 창출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측면에서 생각해야 한다.

-금강산밸리를 만든다는 구상과 관광코스를 확대하는 사업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이것은 통천과 금강산 사이에 건설된다. 우선 초기 시설투자만 이뤄지면 남북한 학자들이 모여 소프트웨어 개발과 관련한 의견을 서로 나눌 수 있는 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어 사업이 진척되면 소프트웨어를 공동 개발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꼭 만들고 싶어하는 부분이다. 또 원산 공항을 이용해 칠보산∼묘향산∼평양∼백두산을 둘러보고 다시 금강산으로 돌아오는 관광코스 확대가 시급한 과제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지난 5월 처음으로 평양을 방문해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문제를 협의한 걸로 알고 있다.

=북쪽에서 현 회장을 초청했다. 현대그룹 회장 취임 축하 인사를 위해서였다. 당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현대 대북사업과 관련된 북쪽 인사들이 다 나와 환영해주었다. 지난번 5억달러를 들여 만들어놓은 전력, 통신 등 SOC 사업권을 앞으로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 논의했다. 이는 앞으로 정부와 긴밀한 협조를 해야 할 사항이다. 대기업과 외국기업과도 함께 얘기할 부문이다. 전력, 통신 등 SOC 사업은 외국기업들이 선점하는 것을 막기 위해 우리가 사업권을 갖고 있는 거다. 이를 정부에서도 관심 있게 봐주고, 통신사업 등도 케이티(KT) 같은 관련 기업들과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다.

-현대아산이 개성공단 사업권을 정부에게 5천억원에 넘기고, 이를 다시 금강산관광특구 등에 재투자해 안정적 사업기반을 만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그건 누군가 추정한 것이다. 그리고 개성공단 사업권의 가치는 5천억원은 넘는다. 그동안 1조5천억원 정도가 들어갔으니까. 우리가 현재 사업권을 일부 넘기면서 개성공단 사업을 추진해나가는 것은 맞다. 그런 제안이 들어오면 상담할 준비는 되어 있다. 하지만 아직 그런 생각은 안 해봤다.

-개성공단사업은 현대아산이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게 어렵지 않으냐.

=그것은 본래 어려운 사업이다. 토공과 정부가 하겠다고 도와주는 것이 다행이지, 현대아산더러 혼자하라고 하면 잘되겠느냐. 다만, 현대아산은 100만평 시범공단만이 아닌 2천여만평에 대한 사업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더 큰 틀에서 더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남북경협은 잘되는 방향으로 서로 도와가면서 추진해야 한다. 어느 한 주최가 상대방을 제쳐놓고 혼자 주도적으로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우리는 이 사업이 잘되는 방향으로 나가는 데 적극 협조하겠다.

2천만평 개성공단, 윈윈을 향하여

-개성공단 2천만평의 전체 마스터플랜은 다 마련됐나.

=거의 다 나왔다. 이를 북한하고 다시 합의하고, 그 범주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 앞으로 200만평, 300만평을 누굴 시켜 개발할지를 생각하고 있다. 토공에게 나머지를 다 맡길 것인가, 아니면 중소기업들에게 사업을 맡길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대기업도 자기들이 하겠다면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여기서 고려해야 할 점은 다른 지역의 개발도 인프라 지원이 없으면 안 되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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