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큰 태풍과 폭우 등 벼 피해가 없어 작년보다 벼농사가 잘됐어요. 물벼 40㎏ 수매가로 3만원 예비비를 받아요. 추곡 수매가가 결정되면 나머지 차액을 받습니다.”
5천 평 쌀농사를 짓는 오현주(58)씨가 바쁜 와중에 짬 내어 질문에 답해줬다. 남편이 콤바인을 운전하며 벼를 베는 동안, 그는 곡물적재함 트럭을 운전한다. 바다를 면한 덕적도에 사는 부부는 논과 바다에서 동시에 농사짓는다. 큰 배로 우럭과 장어를 잡고 있어야 하는데 요즘은 ‘주력 상품’이 달라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우리가 벼 벨 시간이 없어 남한테 맡겼어요.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아야 하니까. 지금은 고기가 있어도 안 사가요. 꽃게는 남아돌아요. 미치고 죽을 판이에요. 후쿠시마 때문에 다 망했어요.”
가을 황금빛 들녘에서 햅쌀 수확이 한창이다. 농부와 콤바인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2023년 10월30일 가을걷이가 한창인 인천시 옹진군 덕적면 현장을 찾았다. 예전에는 온 동네 사람이 모여 함께 밥 먹으며 벼를 베고 타작하던 일을 웅장한 기계가 순식간에 해결한다. 이제는 근처에 들어선 뷔페에서, 가끔은 들녘으로 배달되는 중국 음식으로 간단히 식사를 해결한다.
추곡 수매가 본격화하면 농민들은 통계청이 발표하는 쌀 재배 면적과 생산량에 귀를 쫑긋한다. 쌀값에 영향을 미쳐 농가 소득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추곡 수매는 10월에 시작했다. 공공비축미 매입가는 10월5일부터 12월25일까지 열흘 간격으로 조사한 산지 쌀값의 평균을 기준으로 결정한다. 올해는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는 농민이 많다. 통계청이 내놓은 2023년산 쌀의 예상 생산량은 368만4천t이다. 예상 수요량인 361만t을 웃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민간 재고와 쌀값 동향 등을 볼 때 80㎏ 한 가마당 20만원 선을 유지하리라 예상했다.
덕적도(인천)=사진·글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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