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을 때마다 ‘나에게 이런 표정이 있다니’라는 놀라움과 ‘아직 부족하구나’ 하는 배움을 동시에 느껴요.” 독립영화 <성적표의 김민영>에서 주연으로 활약한 윤아정(20) 배우가 말한다.
배우 오디션은 경쟁률이 치열하다. 작품에 따라 많게는 1500 대 1까지 하는 경쟁률을 뚫어야 심사위원을 ‘대면할 기회’를 얻는다. 먼저 ‘프로필 전형’을 통과해야 한다. 배우의 서류 전형인 셈이다. 배역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연령대나 이미지가 비슷한 지원자 사이에서 눈에 띄려면 무엇보다 첫인상이 중요하다. 배우지망생이 자신을 드러내는 프로필 사진에 공들이는 이유다.
윤씨 같은 20대 초반 배우는 6개월에서 1년 주기로 프로필 사진을 바꾼다. 시간이 지날수록 얼굴의 이미지나 풍기는 분위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많이 촬영할수록 자신에게 어울리는 화장법, 매력이 잘 드러나는 표정 등을 알아간다. 배우지망생에게 프로필 촬영은 공부의 시간이다.
프로필 사진을 찍는 이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일은 카메라 앞에서 얼굴과 몸이 굳지 않게 하는 것이다. 프로필 사진은 얼굴이나 상반신을 가까이 찍는 클로즈업 촬영이 많다. 어색한 표정과 자세는 금방 티가 나기 마련이다. 사진가가 사진 찍히는 이와의 대화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무리 사진 찍히는 자세를 상세히 설명해도 모델이 어색하게 굳어 있으면 좋은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촬영에 들어가기 전부터 기분은 어떤지, 어떤 모습으로 나오고 싶은지, 어떤 일을 할 때 즐거운지 등을 묻는다.
처음에 어색하던 분위기도 사진가와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보면 웃음도 나오고 긴장이 풀린다. 사진가는 자연스러운 순간 속에서 모델이 가장 매력적으로 보이는 장면을 잡아낸다. 모델은 모니터에 뜨는 자기 사진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점점 자신감이 붙는다. 결국 모델과 사진가의 교감이 좋은 사진을 만든다.
프랑스에서 온 모델 겸 배우 미호키(활동명)는 그동안의 ‘비행기 안 타고 세계 여행’이란 이색적인 목표를 잠시 멈추고 한국에 눌러앉았다. 이제까지 약 36개 나라를 여행한 그는 한국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모델과 배우 일을 이어나가고 싶다.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타지에서 일을 구하려고 무작정 모델업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메시지를 보내거나 기획사에 전자우편을 보냈다. 하지만 대화창엔 ‘읽지 않음’ 알림뿐이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미호키는 스튜디오로 향한다. 카메라 앞에서 스스럼없이 웃어젖히는 그는 프로필 사진 작업이 ‘(모델과 사진가 사이의) 장난스러운 게임’ 같다고 말한다. 이번 게임은 그에게 새로운 꿈을 여는 열쇠가 되어줄까.
사진·글 정다빈 사진가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김건희가 박찬욱에게, 날 주인공으로 영화 한편 어때요 했다더라”
“임시공휴일 27일 아닌 31일로” 정원오 구청장 제안에 누리꾼 갑론을박
중립인 척 최상목의 ‘여야 합의’…“특검도 수사도 하지 말잔 소리”
박종준 전 경호처장 긴급체포 없이 귀가…경찰, 구속영장 검토
최상목의 윤석열 체포 ‘지연 작전’…‘특검 합의’ 내세워 국힘 편들기
경호처 2·3인자가 김건희 라인…‘윤석열 요새’는 건재
연봉 지키려는 류희림, 직원과 대치…경찰 불러 4시간만에 ‘탈출’
국민·기초연금 1월부터 2.3% 인상…물가상승률 반영
복지부 “연금개혁 상반기에 이룰 것”…노인 연령 조정도 적극적
“최전방 6명 제압하면 무너진다”…윤석열 체포 ‘장기전’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