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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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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부엉아, 어디에 있니?

경기도 김포의 마을 뒷산에 있는 멸종위기종 수리부엉이

둥지 옆에 카메라 설치해 어미와 아기 새의 모습 담아
등록 2017-06-22 14:18 수정 2020-05-03 07:17
볕을 쬐며 졸음을 쫓는 어미 수리부엉이의 품에서 새끼 수리부엉이가 길게 하품하고 있다. ‘밤의 제왕’이라 불리는 수리부엉이는 매년 1월부터 같은 장소에 알을 낳아 숲에서 새끼를 키운다.

볕을 쬐며 졸음을 쫓는 어미 수리부엉이의 품에서 새끼 수리부엉이가 길게 하품하고 있다. ‘밤의 제왕’이라 불리는 수리부엉이는 매년 1월부터 같은 장소에 알을 낳아 숲에서 새끼를 키운다.

경기도 김포의 마을 뒷산에서 수리부엉이를 지켜본 지 벌써 3년이 됐다.

처음 만났을 때 추위가 여전했는데 ‘녀석’은 맨땅에서 하얀 알을 품고 있었다. 둥지라 해봐야 찬 바위 위에 얇게 깔린 흙이 전부였다. 겨우내 찬 바람을 맨몸으로 견디며 알의 온기를 지켜내고 있었다.

수리부엉이는 올빼밋과 새 중 덩치가 가장 큰 텃새다. 하지만 서식지가 파괴되거나 먹이가 줄어들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 못하는 경우가 많아, 천연기념물 제324호이자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지난 2월 둥지 옆에 작은 카메라 한 대를 설치했다. 일정 간격을 두고 자동으로 찍히는 인터벌 방식으로 촬영을 시도했다. 한번 설치한 카메라는 30시간에 걸쳐 4만여 컷의 사진을 찍어댔다. 128GB(기가바이트) 저장장치가 매번 가득 찼다. 직접 눈으로 보고 중요 장면을 사진에 담을 수 없어 아쉬울 때도 있었다.

3월21일 새벽 1시20분께, 사냥에 성공한 수컷이 먹이를 물고 둥지로 날아왔다. 머문 시간은 딱 1분. 자세히 살펴보지 않았다면 사진이 찍혔는지도 모를 뻔했다. 어미는 새끼나 알을 품기 시작하면 꿈쩍없이 오랫동안 둥지를 지킨다. 사진이 너무 많아 확인할 때는 자연스레 어미가 둥지서 벗어나거나 들어올 때를 우선시했다. 암컷이 둥지를 지키는 장면이 이어지면 별일 없겠거니 생각해 수컷의 등장을 눈치채지 못한다. 어렵게 찍은 사진을 놓칠 뻔했다.

직접 눈으로 지켜보지 않아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도 있었다. 어미 품에서 새끼 한 마리가 없어지는 일이 벌어졌다. 분명 새끼 두 마리를 품었는데, 어미가 둥지를 떠날 때는 한 마리만 남아 있었다. 어미 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무작위로 찍힌 사진만 봐선 단서가 될 장면을 찾을 수 없었다.

이 동네의 뒷산에도 수리부엉이 울음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수리부엉이는 사람과 멀리 떨어져 사는 새가 아니다. 가을마다 동네 뒷산에서 ‘부우~’ 하고 울던 새다. 과거 전국적인 쥐잡기 운동으로 절멸 위기에도 처했지만, 마을을 지키고 지혜와 부를 상징하는 수호신 같은 존재였다. 매년 전국 곳곳에서 수리부엉이 번식 소식이 전해진다. 하지만 나라 전체를 기준으로 수리부엉이 수가 늘어나는지 알 수 없다. 공식적인 서식 실태 조사나 연구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어둠이 내려앉은 둥지에서 어미 수리부엉이가 사냥한 먹이를 새끼에게 먹이고 있다.

어둠이 내려앉은 둥지에서 어미 수리부엉이가 사냥한 먹이를 새끼에게 먹이고 있다.

수리부엉이는 몸을 움직이지 않고도 고개를 270도 정도 돌린다. 눈동자를 통해 둥지 앞 숲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수리부엉이는 몸을 움직이지 않고도 고개를 270도 정도 돌린다. 눈동자를 통해 둥지 앞 숲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사냥에 나섰던 수컷 수리부엉이가 새벽 1시께 쥐를 물어왔다. 암컷 수리부엉이는 덩치가 크고 털이 풍성해 알을 품기에 유리하다. 호리호리한 수컷의 체구는 사냥과 경계에 알맞다. 번식기에 암수의 역할은 분명하게 나뉜다.

사냥에 나섰던 수컷 수리부엉이가 새벽 1시께 쥐를 물어왔다. 암컷 수리부엉이는 덩치가 크고 털이 풍성해 알을 품기에 유리하다. 호리호리한 수컷의 체구는 사냥과 경계에 알맞다. 번식기에 암수의 역할은 분명하게 나뉜다.

암컷 수리부엉이의 배에는 알을 품을 때 털이 빠져 알에 어미의 온기를 전하는 포란반이 발달해 있다. 풍성한 깃털은 추운 날씨에 체온을 빼앗기지 않는 이불 구실을 한다.

암컷 수리부엉이의 배에는 알을 품을 때 털이 빠져 알에 어미의 온기를 전하는 포란반이 발달해 있다. 풍성한 깃털은 추운 날씨에 체온을 빼앗기지 않는 이불 구실을 한다.

둥지를 비웠던 어미 수리부엉이가 다시 알을 품기 전에 주위를 살피고 있다. 알 3개를 낳아 2개가 부화했고 한 마리만 성공적으로 자라 둥지를 떠났다.

둥지를 비웠던 어미 수리부엉이가 다시 알을 품기 전에 주위를 살피고 있다. 알 3개를 낳아 2개가 부화했고 한 마리만 성공적으로 자라 둥지를 떠났다.

새끼 수리부엉이는 ‘난치’를 이용해 알을 깨고 나온다. 부화 뒤 2주가 지나면 부리 끝 돌기인 난치는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새끼 수리부엉이는 ‘난치’를 이용해 알을 깨고 나온다. 부화 뒤 2주가 지나면 부리 끝 돌기인 난치는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어미 수리부엉이가 알을 품는 동안 이웃 까마귀도 가끔 둥지 근처로 내려온다.

어미 수리부엉이가 알을 품는 동안 이웃 까마귀도 가끔 둥지 근처로 내려온다.

※둥지를 지키는 수리부엉이의 모습(동영상)<style>.embed-container { position: relative; padding-bottom: 56.25%; height: 0; overflow: hidden; max-width: 100%; } .embed-container iframe, .embed-container object, .embed-container embed { position: absolute; top: 0; left: 0; width: 100%; height: 100%; }</style>
김포(경기)=사진·글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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