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김포의 마을 뒷산에서 수리부엉이를 지켜본 지 벌써 3년이 됐다.
처음 만났을 때 추위가 여전했는데 ‘녀석’은 맨땅에서 하얀 알을 품고 있었다. 둥지라 해봐야 찬 바위 위에 얇게 깔린 흙이 전부였다. 겨우내 찬 바람을 맨몸으로 견디며 알의 온기를 지켜내고 있었다.
수리부엉이는 올빼밋과 새 중 덩치가 가장 큰 텃새다. 하지만 서식지가 파괴되거나 먹이가 줄어들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 못하는 경우가 많아, 천연기념물 제324호이자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지난 2월 둥지 옆에 작은 카메라 한 대를 설치했다. 일정 간격을 두고 자동으로 찍히는 인터벌 방식으로 촬영을 시도했다. 한번 설치한 카메라는 30시간에 걸쳐 4만여 컷의 사진을 찍어댔다. 128GB(기가바이트) 저장장치가 매번 가득 찼다. 직접 눈으로 보고 중요 장면을 사진에 담을 수 없어 아쉬울 때도 있었다.
3월21일 새벽 1시20분께, 사냥에 성공한 수컷이 먹이를 물고 둥지로 날아왔다. 머문 시간은 딱 1분. 자세히 살펴보지 않았다면 사진이 찍혔는지도 모를 뻔했다. 어미는 새끼나 알을 품기 시작하면 꿈쩍없이 오랫동안 둥지를 지킨다. 사진이 너무 많아 확인할 때는 자연스레 어미가 둥지서 벗어나거나 들어올 때를 우선시했다. 암컷이 둥지를 지키는 장면이 이어지면 별일 없겠거니 생각해 수컷의 등장을 눈치채지 못한다. 어렵게 찍은 사진을 놓칠 뻔했다.
직접 눈으로 지켜보지 않아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도 있었다. 어미 품에서 새끼 한 마리가 없어지는 일이 벌어졌다. 분명 새끼 두 마리를 품었는데, 어미가 둥지를 떠날 때는 한 마리만 남아 있었다. 어미 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무작위로 찍힌 사진만 봐선 단서가 될 장면을 찾을 수 없었다.
이 동네의 뒷산에도 수리부엉이 울음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수리부엉이는 사람과 멀리 떨어져 사는 새가 아니다. 가을마다 동네 뒷산에서 ‘부우~’ 하고 울던 새다. 과거 전국적인 쥐잡기 운동으로 절멸 위기에도 처했지만, 마을을 지키고 지혜와 부를 상징하는 수호신 같은 존재였다. 매년 전국 곳곳에서 수리부엉이 번식 소식이 전해진다. 하지만 나라 전체를 기준으로 수리부엉이 수가 늘어나는지 알 수 없다. 공식적인 서식 실태 조사나 연구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전화신청▶ 02-2013-1300 (월납 가능)
인터넷신청▶ http://bit.ly/1HZ0DmD
카톡 선물하기▶ http://bit.ly/1UELpok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단독] “명태균, 지인 아들 채용청탁 대가로 1억 받았다”
세계 5번째 긴 ‘해저터널 특수’ 극과 극…보령 ‘북적’, 태안 ‘썰렁’
선거법위반 1심 중형 받은 이재명, 25일 위증교사 혐의 1심에 촉각
‘한동훈 가족’이 썼는지 안 밝히고…친한 “한동훈 죽이기” 방어막
“플라스틱, 아이 혈관 돌며 위협”…2050년 ‘플라스틱 반, 고기 반’
“공학 하든 안 하든 폭력 불용” “걸러내고 싶다”…한동훈·이우영 동덕여대 발언 논란
조국, 다음달 ‘자녀 입시비리’ 대법 판결 “사과나무 심겠다”
[영상] “대통령이 자꾸 거짓말”…수능 마친 고3도 서울 도심 ‘퇴진’ 집회에
“국민 요구 모두 거부하니”…서울 도심서 ‘윤 대통령 거부’ 행진·집회
20년 만에…‘장흥·송추·의정부 추억의 교외선’ 연말부터 운행 재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