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시 서신면에서 서해 바닷가로 향하는 길에 ‘공생염전’이 있다. 이 소금밭은 한국전쟁 당시 황해도에서 내려온 피란민들이 화성시에 정착한 뒤 바다를 막아 만든 곳이다. 피란민들이 구호 식량으로 주린 배를 채우고 등짐으로 돌과 흙을 퍼날라 만든 염전. 공평하게 소금판을 분배하고 함께 살아가자는 의미에서 ‘공생’이라는 이름이 붙였다. 임덕근 염부에게 생생한 염전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철의 삼각지에서 이주한 피란민 55가구가 함께 등짐을 퍼날라 공생염전을 만들었다. 지금도 옛 방식 그대로 천일염을 만드는 공정은 시간을 기다리는 고된 노동”이라고 설명했다. 30℃를 웃도는 예년보다 높은 초여름 기온과 적당한 바람 덕에 염전엔 활기가 돈다.
소금밭 바닥 위로 생성되는 작은 소금 알갱이들이 바람에 살랑인다. 그러고 보니 소금밭 바닥이 다른 염전에서 보았던 까만 장판이 아니다. 갯벌에 옹기 조각을 하나하나 박은 뒤, 그 위에서 소금을 생산하는 옹기판염 방식이다. 옹기판염은 장판 염전에 비해 노동력은 많이 들지만 생산량은 3분의 2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옹기 조각이 갯벌을 살아 숨 쉬게 해줘 더욱 친환경적인 소금을 만들 수 있다. 공생염전이 옹기판염을 고집하는 까닭이다.
염도 2도의 바닷물을 끌어올린 뒤 단계별로 증발시킨다. 염도 27도 이상 되면 물에 뜨는 소금꽃이 피며 결정이 맺히기 시작한다. 소금이 완성되면 바닥에 가라앉는다. 이 소금을 창고에 쌓아놓고 약 1년간 간수를 빼면 염도 84~86도에 이르는 천일염이 탄생한다. 햇빛과 바람, 바닷물. 자연의 삼합이 고된 노동과 만나 소금꽃을 피울 때 염부들은 귀한 손님을 부르듯 ‘소금이 오신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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