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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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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이 오신다

태양과 바람, 그리고 고된 노동으로 모시는 귀한 손님
등록 2016-06-17 16:19 수정 2020-05-03 07:17
햇볕으로 바닷물을 말리기만 해서는 소금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초속 7~8m 바람에 고된 노동이 더해져야 최고의 소금을 생산할 수 있다. 바닷물의 염도가 높아지면 크고 작은 소금 알갱이들이 서로를 부둥켜 안으며 결정을 맺는다.

햇볕으로 바닷물을 말리기만 해서는 소금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초속 7~8m 바람에 고된 노동이 더해져야 최고의 소금을 생산할 수 있다. 바닷물의 염도가 높아지면 크고 작은 소금 알갱이들이 서로를 부둥켜 안으며 결정을 맺는다.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에서 서해 바닷가로 향하는 길에 ‘공생염전’이 있다. 이 소금밭은 한국전쟁 당시 황해도에서 내려온 피란민들이 화성시에 정착한 뒤 바다를 막아 만든 곳이다. 피란민들이 구호 식량으로 주린 배를 채우고 등짐으로 돌과 흙을 퍼날라 만든 염전. 공평하게 소금판을 분배하고 함께 살아가자는 의미에서 ‘공생’이라는 이름이 붙였다. 임덕근 염부에게 생생한 염전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철의 삼각지에서 이주한 피란민 55가구가 함께 등짐을 퍼날라 공생염전을 만들었다. 지금도 옛 방식 그대로 천일염을 만드는 공정은 시간을 기다리는 고된 노동”이라고 설명했다. 30℃를 웃도는 예년보다 높은 초여름 기온과 적당한 바람 덕에 염전엔 활기가 돈다.

소금밭 바닥 위로 생성되는 작은 소금 알갱이들이 바람에 살랑인다. 그러고 보니 소금밭 바닥이 다른 염전에서 보았던 까만 장판이 아니다. 갯벌에 옹기 조각을 하나하나 박은 뒤, 그 위에서 소금을 생산하는 옹기판염 방식이다. 옹기판염은 장판 염전에 비해 노동력은 많이 들지만 생산량은 3분의 2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옹기 조각이 갯벌을 살아 숨 쉬게 해줘 더욱 친환경적인 소금을 만들 수 있다. 공생염전이 옹기판염을 고집하는 까닭이다.

염도 2도의 바닷물을 끌어올린 뒤 단계별로 증발시킨다. 염도 27도 이상 되면 물에 뜨는 소금꽃이 피며 결정이 맺히기 시작한다. 소금이 완성되면 바닥에 가라앉는다. 이 소금을 창고에 쌓아놓고 약 1년간 간수를 빼면 염도 84~86도에 이르는 천일염이 탄생한다. 햇빛과 바람, 바닷물. 자연의 삼합이 고된 노동과 만나 소금꽃을 피울 때 염부들은 귀한 손님을 부르듯 ‘소금이 오신다’라고 말한다.

40년간 염부일을 해왔다는 이동화(58)씨가 6월5일 저녁 소금을 걷고 있다.

40년간 염부일을 해왔다는 이동화(58)씨가 6월5일 저녁 소금을 걷고 있다.

염전에선 소금 말고도 ‘함초’라는 식물을 구입할 수 있다. 바닷물이 잘 들고 땅이 잘 굳는 갯벌에서 자라는 귀한 식물이다. 갯벌의 산삼, 신비의 약초로 알려져 있다. 지역 주민들은 그 생김새를 빗대 ‘퉁퉁마디’라고 부른다.

염전에선 소금 말고도 ‘함초’라는 식물을 구입할 수 있다. 바닷물이 잘 들고 땅이 잘 굳는 갯벌에서 자라는 귀한 식물이다. 갯벌의 산삼, 신비의 약초로 알려져 있다. 지역 주민들은 그 생김새를 빗대 ‘퉁퉁마디’라고 부른다.

이동화씨가 인터뷰 중 쑥스럽다며 카메라를 피한다.

이동화씨가 인터뷰 중 쑥스럽다며 카메라를 피한다.

소금을 걷고 보관하는 과정에서 잠티나 이물질을 골라내고 있다.

소금을 걷고 보관하는 과정에서 잠티나 이물질을 골라내고 있다.

임덕근 염부가 방금 걷은 소금을 소금창고로 옮기고 있다.

임덕근 염부가 방금 걷은 소금을 소금창고로 옮기고 있다.

화성(경기)=<font color="#008ABD">사진·글</font>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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