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댕댕이 눈 안에 집사 있다

반려인과 눈 맞추기, 산책 등 ‘서울 반려동물 시민학교’ 유치부 입교한 강아지 사회화 예절교육 현장
등록 2024-06-21 11:15 수정 2024-06-24 13:55
탱강이의 눈동자에 반려인 김학두씨가 선명하게 비쳐 보인다.

탱강이의 눈동자에 반려인 김학두씨가 선명하게 비쳐 보인다.


‘이 안에 너 있다.’

탱강이를 바라보는 아빠 김학두(41)씨의 모습이 유리구슬처럼 맑은 탱강의 눈에 오롯이 비친다.

‘서울 반려동물 시민학교’가 2024년 6월1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 마포 교육장에서 연 강아지 사회화 예절교육에 김씨와 태인(10)·태완(6) 남매, 아내 조진희씨까지 탱강이네 온 가족이 출동했다. 이들은 강아지 생애주기별 교육 중 유치부(3~4개월)에 해당하는 탱강이의 입교를 축하해주러 나섰다. 누리집을 통해 신청한 뒤 대기 끝에 어렵사리 교육 기회를 얻은 기쁨도 컸다.

김학두씨(맨 왼쪽)와 다른 참가자들이 반려견의 이름을 불러 눈 맞추기를 시도하고 있다.

김학두씨(맨 왼쪽)와 다른 참가자들이 반려견의 이름을 불러 눈 맞추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날부터 토요일마다 세 차례 이어지는 교육 진행을 맡은 ‘사단법인 유기견없는도시’ 한지희 훈련사는 사람과 개의 차이를 설명하는 것으로 강습을 시작했다. “개는 사람에 비해 후각이 1천~2억 배가 좋고, 청각은 4배가량 뛰어나며 고음역대 소리를 잘 들으니 높은 소리로 불러야 한다” “개의 눈은 볼록렌즈로 돼 있어 대개 근시이며, 위에서 아래로 손을 뻗으면 크고 빠르게 다가오는 것으로 보여 놀랄 수 있다. 옆으로 다가서고 턱 아래에서 위쪽으로 손을 올려 만지는 것이 좋다” 등 반려인들이 편안한 소통을 하려면 꼭 알아야 할 정보가 이어졌다.

김재은씨가 무키와 눈을 맞추고 있다.

김재은씨가 무키와 눈을 맞추고 있다.


2개월에서 7개월까지의 여섯 반려견은 간이 울타리로 분리된 채 교육을 받았다. 올바른 사회화 방법을 익히기 전에 섣불리 어울리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반려견과 반려인의 눈 맞추기가 첫 실습 과제로 주어졌다. 반려견 이름을 불러 서로 눈을 응시한 뒤, 간식을 줘 좋은 기억을 남기는 방식이다. 분리불안이 심한 무키(4개월 푸들믹스)는 눈은 잘 맞추지만 주변을 신경 쓰느라 이내 시선을 돌린다. 낯선 교육 환경에 잔뜩 움츠러든 바미(7개월 믹스)는 여러 차례 불러야 눈치 보듯 바라본다. 시바견 탱강이는 부르기만 하면 제법 그윽하게 바라본다. 강아지마다 반응이 제각각이다.

탱강(왼쪽)이가 칸막이 옆으로 보이는 리나를 향해 짖고 있다.

탱강(왼쪽)이가 칸막이 옆으로 보이는 리나를 향해 짖고 있다.


교육 2주차에는 반려인과 평행 산책을 실습한다. 3주차엔 여러 재질 위에서 걷기, 만지기와 소리에 대한 둔감화 교육을 한다. 첫 주 교육을 마친 반려인 김재은(40)씨는 “무키가 식탐이 없어, 간식을 활용해 배운 것을 훈련하기가 어렵다. 도시에서 살아가려면 혼자 지내는 것도 익숙해져야 하는데 잠시만 집을 비워도 하울링을 하고 낑낑대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키가 사회화 교육을 통해 분리불안도 완화하고 여러 규칙을 몸에 익히길 기대한다.

문을 열고 나서면 반려견 줄을 잡고 함께 걷는 이들을 수시로 마주한다. 개모차에 반려견을 태우고 다른 한 손엔 목줄을 잡은 다견 반려인도 심심찮게 보인다. 피부색과 문화가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다문화사회를 넘어, 반려동물도 이웃이 된 가히 ‘반려동물 시민시대’다. 반려동물 시민학교에선 ‘반려견에게 맞는 사랑법’을 전파한다.

바미가 반려인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동안 주위를 살피며 엎드려 있다.

바미가 반려인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동안 주위를 살피며 엎드려 있다.


탱강이는 길에서 구조된 유기묘 탱고(3살)와 함께 산다. 태인이와 태완이는 탱고와 소통하는 법, 탱강이에게 맞는 사랑법을 두루 익히며 살아가야 한다.

 

사진·글 이정우 사진가

 

*낯섦과 익숙함, 경험과 미지, 예측과 기억, 이 사이를 넘나들며 감각과 인식을 일깨우는 시각적 자극이 카메라를 들어 올립니다. 뉴스를 다루는 사진기자에서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변신한 이정우 사진가가 펼쳐놓는 프레임 안과 밖 이야기. 격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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