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꽃망울을 활짝 터뜨린 남도의 4월, 유달산에서 흘러넘친 봄의 정취가 전남 목포신항까지 퍼져나간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열흘 앞둔 2024년 4월6일, 주말을 맞아 가족 단위로 꽃구경을 나선 상춘객의 발길이 세월호 선체가 땅 위에 놓인 목포신항만까지 이어졌다. 고하도 둘레길을 돌아본 이영주(46)씨 부녀도 이곳을 찾았다.
새봄이 먼저 다다른 제주를 향해 수학여행을 나선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 325명 등 승객 476명을 싣고 2014년 4월15일 인천에서 출항한 세월호는, 이튿날 오전 전남 진도군 병풍도 앞 해상에서 침몰했다. 이 참사로 304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참사 3년 만인 2017년 4월 선체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지상에 놓았다. 이후 이뤄진 실종자 수색 작업으로 미수습자 4명의 유해를 수습했다. 아직도 5명의 유해는 수습되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에 실렸던 차량과 선체 구조물도 목포신항 세월호 주변 바닥에 놓여 있다. 일부 잔해에는 유실을 방지하기 위한 그물이 씌워져 있다. 그리고 선체와 구조물, 잔해를 둘러싼 어른 키보다 높은 철제 담장이 서 있다. 이 담장에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노란 리본이 빼곡히 묶여 있다. 리본 사이에 꽃다발과 인형, 과자, 젤리 등도 매달려 있다.
그 앞에 나란히 선 지은(월광기독초 5년)과 이영주씨는 이곳이 처음이다. 차로 한 시간 거리 광주에 사는 이씨는, 딸과 함께 현장에서 추모하는 시간을 갖겠단 생각을 해오던 터에 10주기가 되어 이곳에 왔다. 뉴스 등 영상으로만 세월호를 봤던 지은이는 거치 장소 들머리에 세워진 언니, 오빠들의 교복 입은 영정사진을 보곤 아빠에게 말했다. “이렇게 무서운 일은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언니, 오빠 부모님들은 어떻게 살아요. 너무 짠하다.”
딸의 등을 감싸 안은 이씨는 “고통과 슬픔을 당한 이웃이 있다면 그만 슬퍼하라고 이야기하지 말자. 슬픔은 슬퍼하는 이의 몫이니까. 대신 위로는 우리 몫이야”라며 토닥인다. 죽음과 이별의 두려움을 마주한 딸을 향해 아빠는 말을 보탠다. “잘못했을 땐 거짓 없이 말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 그리고 다시 그런 일을 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해. 잘못을 숨기는 건 더 큰 잘못이란다.”
참사 뒤 검경합동수사본부의 침몰 원인과 책임에 대한 수사는 일부 결과가 대법원에 의해 부정됐다. 이 영향으로 2015년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출범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수사권·기소권 반대로 조사에 어려움을 겪다 활동을 종료했다. 2017년 3월엔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가 출범해 세월호 인양을 감독하고 진상규명 활동을 벌여 참사 원인을 분석한 종합보고서를 냈다. 그리고 2018년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2기 특조위)에 추가 조사가 필요한 부분을 넘겼다. 2019년 11월 검찰에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이 꾸려져 구조과정의 문제점, 정부 대응과 지휘 체계, 수사 외압 의혹 등을 재수사했다. 하지만 사고 초기 대응과 구조 실패, 정부의 뒷북 대처는 여러 기관의 거듭된 수사와 조사에도 의혹을 말끔히 씻지 못한다.
해마다 개나리, 목련, 벚꽃을 눈부시게 피워내며 돌아오는 4월, 봄나들이를 나섰다 돌아오지 못한 더욱 찬란한 청춘들을 기린다. ‘최악의 인재’라고 칭한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참사의 흔적을 보고 새기고 익힌다. 꽃보다 아름다운, 봄보다 소중한 우리 아이들의 자연과 더불어 순환하는 삶을 위하여.
사진·글 이정우 사진가
*낯섦과 익숙함, 경험과 미지, 예측과 기억, 이 사이를 넘나들며 감각과 인식을 일깨우는 시각적 자극이 카메라를 들어 올립니다. 뉴스를 다루는 사진기자에서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변신한 이정우 사진가가 펼쳐놓는 프레임 안과 밖 이야기. 격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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