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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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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부양 냉온탕 끊고, 실거주 중심으로 쭈욱… 정부가 가야할 길

노무현·문재인 정부 실패에서 얻는 반면교사… 비거주 1주택 사각지대엔 원칙 지킨 보완을
등록 2026-08-27 21:54 수정 2026-09-03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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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비(KB)국민은행이 조사한 2026년 8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강북권 중심으로 강세를 보인 가운데 상승률이 전월보다 소폭 커졌다. 사진은 서울 시내 아파트 밀집 지역 모습. 연합뉴스

케이비(KB)국민은행이 조사한 2026년 8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강북권 중심으로 강세를 보인 가운데 상승률이 전월보다 소폭 커졌다. 사진은 서울 시내 아파트 밀집 지역 모습. 연합뉴스


집값이 오르는 동안 많은 서민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접었다. 평생 아끼고 저축해도 집 한 채를 갖기 어렵다. 청년은 치솟는 집값 앞에서 결혼과 출산을 미룬다. 중장년은 내 집 마련의 좌절 속에서 일할 의욕을 잃는다. 집을 가진 사람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늘어난 가계부채와 벌어진 양극화의 그늘이 그들을 짓누르기 때문이다.

부동산은 단순한 시장 문제가 아니다. 내수경제, 자본시장, 자산 격차, 재정·금융 정책이 모두 부동산과 맞물려 있다.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지 않으면 한국 경제의 지속 성장도 기대하기 어렵다.

윤석열 정부는 집값이 겨우 안정되던 시점에 출범했다. 그러나 무리한 가계대출 확대와 무분별한 조세·개발 규제 완화로 양극화를 키우고 시장을 다시 흔들었다. 한쪽에서는 미분양 아파트가 쌓였고, 다른 쪽에선 아파트값이 급등했다. 빛의 혁명으로 윤석열을 탄핵한 국민이 이제 더불어민주당에 묻는다. “어떻게 할 것인가?”

 

첫째는 일관성, 둘째는 인센티브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집권하면 집값이 급등한다고 말한다. 아프지만 사실의 일부를 인정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 시기에 집값은 크게 올랐다. 유동성 확대 같은 대외 여건을 고려하더라도, 부동산 정책의 실기와 잘못은 고백해야 한다. 고백에서 출발해야 다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결국 정책이다. 어떤 부동산 정책을 할 것인가?

정책에는 방향이 필요하다. 두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는 일관성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가 정해지면 흔들림 없이 밀고 가야 한다. 집값이 내리면 부양하고 오르면 규제하는 냉온탕 정책으로는 시장의 근본을 바꿀 수 없다. 시장이 정부의 다음 수를 읽는 순간, 정책은 투기의 재료가 되기 때문이다.

둘째는 인센티브다. 지속 가능하고 실질적인 변화는 강제가 아니라 유인에서 나온다. 미는 것보다 스스로 움직이게 해야 한다.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기보다 소각이 기업에 유리한 환경을 만드는 편이 낫다. 부동산도 같다. 사람들이 스스로 실거주를 선택하도록 판을 설계해야 한다.

목적도 분명해야 한다. 목적은 당연한 것에서 출발한다. 첫 번째 목적은 실질적인 시장 안정이다. 여기서 안정은 가격을 올리거나 내리는 것이 아니다. 변동성을 줄여 시장을 예측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변동폭이 줄어야 사람들이 안정된 시장에서 내 집 마련을 계획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목적은 주거 복지다. 자기 힘으로 집을 마련하기 어려운 주거 취약층과 청년을 위해 주거 복지를 넓혀야 한다.

우리 부동산의 변동성이 유독 큰 이유는 분명하다. 너무 많은 사람이 투자 목적으로 집을 사고 보유하기 때문이다. 가격이 오를 때 수요의 30% 이상이 투자 목적이다. 정상적 시장이라면 가격이 오를 때 수요가 줄어든다. 그러나 우리 주택시장은 반대로 움직인다. 가격이 오르면 투자 수요가 더 몰린다. 상승폭이 커지는 이유다. 가격이 내리면 투자 수요는 빠르게 빠져나간다. 하락폭이 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답은 분명하다. 투자 수요를 줄이면 가격이 오를 때 수요가 감소하고, 가격이 내릴 때 수요가 증가하는 정상적인 시장이 만들어진다. 변동폭은 자연히 줄어든다.

 

자가점유율 높이기, 실거주 중심 정책의 핵심

 

공급도 다시 봐야 한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결정한다. 많은 사람이 어느 시점에 존재하는 주택 총량을 공급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팔 생각이 전혀 없는 집은 가격을 결정하는 공급이 아니다. 시장가격을 정하는 것은 매도 물량이다. 매도 물량이 안정적으로 유지돼야 시장이 안정된다. 2023년 기준 자가점유율은 수도권 51.9%, 전국 57.4%에 그친다. 그만큼 많은 집을 투자 목적으로 보유한다는 뜻이다. 투자로 보유한 집이 많을수록 시장은 불안정해진다. 상승 기대가 커지면 매도 물량이 급감하고, 하락 우려가 커지면 매도 물량이 갑자기 쏟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거주 중심의 정책이 필요하다. 핵심은 자가점유율을 높이는 것이다. 거주가 중심이 되는 수요·공급 구조가 자리 잡으면, 우리 부동산 시장은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인 구조로 나아갈 수 있다. 실거주 수요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할 것을 제안한다. 실제 거주 목적의 주택 매입자에게는 대출을 지원하고 거래세를 낮춰야 한다. 공공과 민간 분양 아파트의 실거주 요건을 강화해 투자 목적 매입을 줄여야 한다. 실거주 목적의 주택 교체 매입에는 기존 주택 매도에 따른 양도세 감면을 넓혀야 한다. 과도한 양도세 부담으로 이사조차 어려운 현실을 개선하고, 더 자유롭게 거주지를 옮길 수 있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센티브는 거주 기간을 기준으로 설계해야 한다. 거주 기간에 따른 양도세 특별공제를 확대하고, 투자 목적 보유가 받는 세금 혜택은 낮춰야 한다. 다만 정책의 신뢰를 얻기 위해, 투자 목적으로 보유한 주택을 매도할 때는 일정 기간 양도세를 한시적으로 낮추는 출구도 함께 열어두는 편이 좋다. 퇴로가 있어야 물량이 시장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실거주 시장을 만들려면 임대차 시장의 안정이 반드시 함께 가야 한다. 정책의 일관성을 위해 임대차 3법, 곧 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는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동시에 임대차 시장이 스스로 작동하도록 지분공유제 도입을 제안한다. 지분공유제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협상해 주택 지분을 함께 보유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10억원 아파트를 보유한 임대인이 4억원 전세로 거주하는 임차인과 협상해 지분 40%를 4억원에 넘길 수 있다. 임차인은 지분과 함께 우선 임차권을 보유해 주거 안정을 얻는다. 임대인은 정해진 가격에 자산 일부를 팔면서 임대료도 받는다. 협상으로 만들어지는 안정, 그것이 지분공유제의 힘이다.

 

예외 구제한다며 정책 원칙 흔들어서야

 

마침 이 원칙이 지금 시험대에 올라 있다. 정부의 부동산 세제개편안은 방향이 분명하다. ‘1주택이면 무조건 보호한다'는 오랜 공식에서 벗어나, 실제 거주 여부와 자산 규모를 세제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를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낮추고, 세 부담 상한을 200%로 높이며,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거주 중심으로 바꾸는 방안이 담겼다. 실거주 1주택자는 보호하되, 살지 않으면서 고가 주택을 보유해 자산 가치 상승의 혜택을 누릴 때는 그에 상응하는 부담을 지우겠다는 것이다. 세제 기준을 ‘보유’에서 ‘거주’로 옮기는 이 방향은, 앞서 제안한 실거주 중심의 원칙과 정확히 일치한다.(제1626호 참조)

그런데 개편안이 나오자 김민석 민주당 대표가 ‘숙의가 필요하다’며 속도 조절과 보완을 요구했다.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을 신중히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거주하지 못하는 1주택자의 사각지대를 줄이자는 취지에는 일리가 있다. 직장 이전, 장기 치료, 가족 돌봄처럼 실제 생활 여건 때문에 주소지에 살지 못하는 경우까지 일률적으로 투기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예외를 구제하는 것과 정책의 원칙을 흔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정부안은 모든 비거주 1주택자를 다주택자처럼 취급하자는 것이 아니다. 실거주와 비거주를 구분해 세제 기준을 거주 중심으로 옮기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치권이 할 일은 부득이한 비거주 사례를 정교하게 가려내는 것이지, 이를 빌미로 비거주 1주택자 전반의 세 부담 완화로 논의를 넓히는 것이 아니다.

더욱이 지금 민주당이 먼저 살펴야 할 사람은 따로 있다. 집값 상승의 가장 큰 피해자는 이미 집을 가진 고가 자산가가 아니라, 집을 사지 못한 무주택자와 높은 전월세를 감당하는 서민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걱정해야 할 것은 비거주 고가 1주택자의 세금이 아니라, 집 없는 국민의 주거 불안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서민과 중산층, 무주택자의 주거 안정을 핵심 가치로 내세웠다. 그러나 세 부담 강화 논의가 시작되면 곧바로 ‘숙의’와 ‘완화’가 등장한다. 선거 때마다 집값 안정과 투기 근절을 외치면서도, 자산 보유층의 이해와 맞닥뜨리면 정책이 흔들린다. 한국의 부동산 정책이 반복적으로 신뢰를 잃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앞서 말한 일관성의 부재다. 지금 민주당이 할 일은 분명하다. 부득이하게 비거주 상태에 놓인 국민의 세제상 사각지대는 세심하게 보완하되, 실거주 보호와 투기적 보유 억제라는 큰 원칙은 지켜야 한다. 민주당은 이번 세제 논쟁을 통해 스스로 답해야 한다. 과연 누구의 주거 안정을 우선하는 정당인가?

 

부동산 정책의 주요 목적 가운데 하나는 주거 복지다. 자기 힘으로 집을 마련하기 어려운 주거 취약층과 청년을 위해 주거 복지를 넓혀야 한다. 2023년 4월25일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공공임대주택에 사는 한 청년이 책을 읽고 있다. 한겨레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부동산 정책의 주요 목적 가운데 하나는 주거 복지다. 자기 힘으로 집을 마련하기 어려운 주거 취약층과 청년을 위해 주거 복지를 넓혀야 한다. 2023년 4월25일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공공임대주택에 사는 한 청년이 책을 읽고 있다. 한겨레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토지주택은행 설립을 제안함

 

실거주 중심 원칙을 지키는 일은 부동산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집이 투자 대상에서 거주 공간으로 돌아오면, 부동산에 갇혀 있던 자본은 기업과 자본시장 같은 더 생산적인 곳으로 흐를 수 있다. 실거주 중심의 부동산 안정은 자본시장 활성화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두 번째 목적인 주거 복지도 잊어서는 안 된다. 자기 힘으로 집을 마련하기 어려운 취약층과 청년을 위해 질 높은 공공주택을 확대해야 한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4만달러 시대에 거주만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만으로는 부족하다. 공공이 공급하는 주택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여 평범한 삶의 만족도를 끌어올려야 한다. 문제는 돈이다. 그래서 토지주택은행(National Land and Housing Bank) 설립을 제안한다. 신도시 개발과 재건축·재개발에 자금을 투자해 공공주택을 넓히고, 분담금이 높아 멈춰 선 노후 지역의 정비도 촉진하자는 것이다. 재원은 국민리츠(National REITs)로 마련하면 된다. 국민 누구나 투자해서 질 좋은 주택 공급을 늘리고, 그 과정에서 자산을 형성할 기회도 함께 넓힐 수 있다. 주거 복지와 자산 형성을 하나로 잇는 길이다.

이재명 정부는 할 수 있는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주택 공급 여건을 넓히되, 현실적으로 늘리기 어려운 공급 정책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 실수요 중심으로 수요를 관리하고 매도 물량의 변동성을 줄여, 수요와 공급이 만드는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공급을 민간에만 맡기지 말고 공공이 함께 들어가야 한다. 토지가 제한된 나라에서 공공의 시장 참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기 때문이다.

헌법 제35조 3항은 이렇게 말한다. “국가는 주택개발정책 등을 통하여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이 의무를 다하기를 바란다. 규제 위주에서 벗어나 인센티브와 일관성으로, 실질적인 시장 안정과 주거 복지로 나아가기를 제안한다. 과거 농지개혁은 소작제를 없애고 대한민국 시장경제의 기초를 놓았다. 이제는 자기 집에 사는 자주(自主) 세대를 늘려야 할 때다. 그것이 부동산 시장 안정의 근본이고, 경제 발전의 토대다.

잃어버린 내 집 마련의 꿈을,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반드시 되찾아주기를 바란다.

 

이광수 경제평론가·‘광수네, 복덕방’ 대표

한겨레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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