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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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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불패’ 신화에 종언을 고하려면

‘세제 원칙 흔들림 없다’는 신뢰 회복이 첫 단추… 실거주 1주택자와 초고가·다주택 보유자 부담 달리해야
등록 2026-07-16 20:54 수정 2026-07-21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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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12일 서울 강남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은 매물 정보지를 한 시민이 쳐다보고 있다. 연합뉴스

2026년 7월12일 서울 강남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은 매물 정보지를 한 시민이 쳐다보고 있다. 연합뉴스


2026년 7월23일 대통령 주재로 부동산 국민 대토론회가 열린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부동산 토론회의 쟁점을 직접 정리해 올렸다. 적정한 보유세 수준, 실거주 1주택자와 다주택·비거주주택 보유의 차이를 어떻게 둘 것인가? 초고가 실거주 주택은 별도로 다룰 것인가? 추가 부담을 지울 초고가 주택의 기준은 얼마로 할 것인가? 보유세와 거래세의 관계, 그리고 걷은 세금을 어디에 쓸 것인가? 대통령이 쟁점을 미리 공지하고 국민적 토론을 요청한 것은 이례적이다. 공급·금융·세제 세 갈래로 열리는 공개토론회에서, 대통령이 가장 무겁게 여기는 것은 분명 세제다.

 

한국 부동산 시장 특수성부터 살펴야

 

부동산 토론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출발점을 잘못 잡으면 결론도 어긋날 수 있다. 그리고 지금 한국의 부동산 세금 논의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져 있다. 부동산 세금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전문가와 언론이 가장 먼저 꺼내는 카드가 있다. 국외 비교다. “미국보다 보유세가 낮다.” “선진국에 비해 거래세가 지나치게 높다.” 숫자만 놓고 보면 그럴듯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부동산 관련 세금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3%로, OECD 평균 1.6%의 두 배에 가깝다. 세목별로 봐도 취득세·양도세 같은 거래세 비중은 50%가 넘는데, 보유세 비중은 29%에 그친다. OECD 평균 보유세 비중이 56%인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기형적으로 보인다.

보고서를 근거로 많은 사람이 결론을 내린다. “한국은 이미 부동산 세금을 충분히 걷고 있다. 더 올리면 안 된다.” “거래세가 너무 높으니 낮춰야 한다.” 언뜻 반박하기 어려운 논리처럼 들린다. 그러나 이 비교에는 결정적 함정이 있다. 세금이 많이 걷히는 ‘이유’를 묻지 않는다는 점이다.

부동산 세금이 GDP 대비 높은 것은 세율 때문이 아니다. 집값 자체가 세계 어느 나라와도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높아서다. 모수(母數)가 크면 같은 세율로도 세금은 많이 걷힌다. 거래세 비중이 높은 것도 마찬가지다. 사고팔 때마다 어마어마한 양도차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전세계에 부동산으로 이만큼 돈을 버는 나라가 없으니, 그 차익에 매기는 세금이 크게 보이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이렇다. 한국 사람들은 부동산으로 돈을 너무 많이 벌었다. 그래서 세금도 많이 낸다. 원인은 놔둔 채 결과만 떼어내 “우리는 세금을 많이 낸다”고 말하는 것은, 진단을 건너뛴 처방과 같다. 이번 토론에서 과연 이 지점을 심층적으로 짚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제대로 된 토론과 세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국외 비교가 아니라 한국 부동산 시장의 특수성에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우리 시장에는 네 가지 뚜렷한 특징이 있다.

첫째, 투기와 투자 목적의 수요·보유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 서울 강남의 한 신축 아파트는 무려 절반이 실거주가 아닌 투자 목적으로 보유되고 있다. 세계 어느 도시를 가도, 아무리 살기 좋은 동네라 해도 주택의 50%가 투자용으로 묶인 곳은 없다. 그만큼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는 실수요가 아닌 돈의 논리가 깊이 들어와 있다는 뜻이다.

둘째, 지역별 가격 편차가 극단적으로 크다. 지난 20년간 어떤 지역은 급등했고, 어떤 지역은 제자리이거나 오히려 뒷걸음쳤다. 한 나라 안에서 부동산 가격이 이렇게까지 갈라지는 경우도 흔치 않다.

셋째, 부동산 정책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유난히 크다. 미국에서 부동산 정책이 주요 뉴스가 되는 일은 거의 없다. 정책이 쏟아지지도 않는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정책 하나에 시장이 출렁이고, 사람들은 다음 정책을 예측하며 움직인다.

넷째, ‘부동산 불패’ 신화가 팽배하다. 가격은 절대 빠지지 않고, 설령 빠지더라도 정부가 도와줄 것이라는 믿음. 이 믿음이 투기를 떠받치는 심리적 토대다.

이 네 가지를 빼놓고 세금을 논하면, 아무리 정교한 숫자를 들이대도 헛돈다. 공급을 이야기할 때도 마찬가지다. 서울에 공급을 늘리려면 재건축을 해야 하는 이 독특한 구조 역시 우리 시장만의 특수성이다. 국외 사례를 그대로 옮겨오는 순간, 논의는 현실에서 붕 뜬다.

 

2026년 7월13일, 재건축을 앞둔 아파트 단지를 포함한 서울 강남 일대 전경. 연합뉴스

2026년 7월13일, 재건축을 앞둔 아파트 단지를 포함한 서울 강남 일대 전경. 연합뉴스


 

부동산으로 돈을 많이 번 것이 화근

 

이 특수성에서 출발하면, 세제가 나아갈 방향도 자연스럽게 보이기 시작한다. 결국 한국의 부동산 세제는 다음 세 가지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먼저, 투기 수요를 줄일 수 있는가? 투기·투자 수요가 이토록 많은 시장에서 세제의 첫째 임무는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것이다. 여기서 보유세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보유세는 부동산의 투자 수익률을 낮춘다.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세금을 내야 한다면, 투자자 입장에서 기대수익은 떨어진다. 교과서에 나오는 이야기다. 보유세가 오르면 투기 수요는 줄어든다. 이것이 ‘교정 과세’로서 보유세가 가진 본래의 기능이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실거주 1주택자와 다주택·초고가주택 보유자의 부담을 분명하게 갈라야 한다. 한 채에 실제로 몸 담고 사는 사람과, 투자 목적으로 한 채를 보유하고 있거나 여러 채를 자산으로 굴리는 사람에게 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공정하지도, 효과적이지도 않다.

다음으로, 지역 간 편차를 완화할 수 있는가? 획일적 세율로는 극단적으로 벌어진 시장을 다룰 수 없다. 급등한 지역과 소외된 지역을 같은 잣대로 재는 순간, 세금은 오히려 격차를 굳히는 도구가 된다. 세제는 이 편차를 세심하게 반영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시장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가? 이것이 이번 토론의 진짜 핵심이라고 믿는다.

노무현 정부에서 종합부동산세가 도입된 이래, 보유세는 늘 무용론에 시달렸다. “그렇게 걷었는데도 집값을 못 잡지 않았느냐.” 맞는 말처럼 들린다. 그러나 종부세가 제 역할을 못한 것은 종부세라는 제도 자체가 잘못됐기 때문이 아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세율이 너무 낮았기 때문이다. 고가주택·다주택 보유자가 부담을 느낄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집값 오르는 속도가 세금보다 훨씬 빨랐으니, 아무도 보유세를 겁내지 않았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아무도 그 세금을 믿지 않았다는 점이다. “언젠가 낮아질 것이다.” “정권이 바뀌면 없어질 것이다.” 이런 기대가 시장에 깔려 있었고, 그 예언은 반복해서 실현됐다. 세금을 올려도 사람들은 버텼다. 조금만 견디면 완화될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신뢰가 무너진 세제는, 아무리 세율을 높여도 시장을 움직이지 못한다.

따라서 이번 세제개편이 답해야 할 가장 어려운 질문은 이것이다. 어떻게 하면 시장이 ‘이 세금은 계속된다’고 믿게 할 것인가? 변동 가능성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없애지 못하면, 우리는 또다시 실패한 종부세의 전철을 밟게 된다. 여기서 세수의 용도 역시 중요해진다. 걷은 세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세제는 ‘징벌’이 아니라 ‘약속’으로 받아들여지고, 그 약속이 신뢰의 바탕이 된다.

 

2026년 7월14일 서울 서초구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에 부동산 세금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2026년 7월14일 서울 서초구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에 부동산 세금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보유세 정상화 및 지역별 가격차 완화 필요

 

한국 부동산 세제는 국외 통계가 아니라 한국 시장의 특수성에서 출발해야 한다.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교정 과세로서 보유세를 정상화하고, 실거주 1주택과 다주택·초고가주택의 부담을 분명히 갈라야 한다. 지역과 가격의 격차를 세심하게 반영하고, 걷은 세금을 어디에 쓸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번 세운 원칙을 흔들지 않겠다는 신뢰를 시장에 심어야 한다. 세율의 높낮이보다 중요한 것은, 그 세율이 지속되리라는 믿음이다.

이 논의는 부동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부동산에서 투기 수요가 빠지면 그 자금은 갈 곳을 찾는다. 이재명 정부가 말해온 ‘생산적 부문으로의 자금 이동’, 곧 주식시장을 비롯한 생산자본으로의 이동이 그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부동산 세제 개편은 단지 집값 정책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돈이 흐르는 방향을 바꾸는 일이다.

이번 토론회는 티브이(TV)로 생중계된다. 그 자리에 어떤 전문가가 나와 무슨 말을 하는지 국민이 눈여겨보길 바란다. 그가 한국 시장의 특수성 위에서 이야기하는가, 아니면 국외 통계를 그대로 옮겨오는가? 그 하나만 지켜봐도 우리는 옳은 방향과 그른 방향을 가려낼 수 있다. 기대와 걱정이 함께 크다. 그러나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운다면, 이 토론은 ‘부동산 공화국’을 끝내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이광수 경제평론가·‘광수네, 복덕방’ 대표

 

*소수의 성취보다 다수가 행복해지는 세상을 꿈꾸며 투자와 경제를 이야기합니다. 3주마다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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