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도 ‘착한 참치캔’이 등장했다.
조합원 3만5천여 명이 함께하고 있는 행복중심생협연합회(옛 여성민우회 생협)가 11월3일 국내 최초로 국제 비영리단체인 해양보존협회(MSC·Marine Stewardship Council) 에코라벨 인증을 획득한 ‘행복중심 참치캔’을 출시했다. 1997년 무분별한 어획으로 인한 수산자원 감소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설립된 MSC는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어획·가공·유통되는 수산물 인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한 마리씩 잡아올린 가다랑어
참치는 개체 수가 줄고 있는 대표적인 어족 자원이다. 착한 참치캔은 집어장치(FADs)로 바다 생물을 유인해 거대한 그물로 끌어올리는 싹쓸이 조업이 아닌 소규모 조업 방식으로 잡은 가다랑어 등을 원료로 한다. 유럽이나 미국, 일본 등에선 착한 참치캔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동원F&B·사조산업·오뚜기 등 국내 3대 참치 통조림 제조사는 착한 참치캔을 만들지 않고 있어, 한국 소비자들은 이러한 제품을 구매할 길이 없었다(제965호 줌인 ‘착한 참치캔 없나요’ 참조·사진).
행복중심생협 조합원들은 지난해 생활재 취급·생산 기준을 재정비하며 ‘지속 가능한 어업을 지향한다’는 원칙을 포함시켰다. 착한 참치캔에 주목한 까닭이다. 행복중심생협 안인숙 회장은 “인간과 자연이 조화로운 세상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 ‘낚시로 잡은 참치’를 선택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 착한 참치캔을 구할 수 없어 직접 제조에 나섰다. 생협은 자체 공장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대신 국내 참치캔 제조업체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의뢰했다. 해양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집어장치를 사용하지 않고, 소규모 조업 방식으로 잡은 참치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멀리 인도양 몰디브에서 잡힌 가다랑어를 원료로 구할 수 있었다. 몰디브가 수출하는 모든 가다랑어는 지역 주민들이 채낚기(낚싯대 등으로 한 마리씩 잡는 것)로 잡은 것이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의 자료를 보면, 채낚기 어선은 선망(거대한 그물로 물고기떼를 둘러싸 끌어올리는 방식) 어선보다 10배쯤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낸다. 참치 개체 수를 보호하면서도, 생산자에게 적정한 이윤을 돌려주는 셈이다.
기존 제품과 차별되는 특징은 또 있다. 행복중심생협 김은숙 이사는 “보통 참치캔 안에는 간이 된 야채수가 들어가는데, 물과 소금 대신 단가가 높은 유기농 채종유를 사용했다. 나트륨 함량도 다른 제품보다 낮다”고 설명했다. 행복중심 참치캔의 가격은 3개(1개당 142g)에 8천원이다. 우선 8만 개를 만들었다. 모든 소비자가 이 제품을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행복중심생협 조합원으로 가입해야 구매가 가능하다.
기존 기업도 ‘착한 참치’ 시장에 내놓아야국내 참치 통조림의 지속 가능성을 평가해온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한정희 해양캠페이너는 “행복중심생협이 착한 참치캔을 출시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어느 정도 선택권이 생겼다. 지속 가능한 수산물에 대한 인식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기존 기업들도 이러한 소비자들의 움직임을 수용해 지속 가능한 제품을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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