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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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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대박’ 한국? ‘고용 쪽박’ 천국!

엉터리 통계에 기반한 최저 실업률 3%대 ‘수치 놀음’
체감실업률은 15%에 달해 미국·유럽보다 낮지 않아
등록 2012-03-15 11:07 수정 2020-05-03 04:26

대한민국 경제의 최대 불가사의는 실업률이다. 일반적으로 물가 상승 압력을 자극하지 않고 한 나라 경제가 달성할 수 있는 최저 실업률은 3%대다. 그런데 한국은 일자리가 없어서 온 국민이 난리를 겪은 2000년대 거의 내내 3%대의 실업률을 달성했다. 이런데도 늘 정부와 정치권은 실업난을 해소하겠다며 이런저런 정책을 내놓는 시늉을 벌였다. 더구나 이명박 대통령은 각계 인사들에게 보낸 2012년 연하장에서 “원하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채 새해를 맞는 청년들을 생각하면 잠을 못 잔다”고 하니 이런 기괴한 상황을 어찌 해석하면 좋단 말인가.

» 정부의 공식 실업률과는 별개로 한국의 실제 고용 사정은 악화 일로다. 지난해 11월1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2011년 대한민국 취업박람회’ 모습. <한겨레21> 정용일

» 정부의 공식 실업률과는 별개로 한국의 실제 고용 사정은 악화 일로다. 지난해 11월1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2011년 대한민국 취업박람회’ 모습. <한겨레21> 정용일

늘어난 취업자 98%, 50대 이상

한국 정부의 실업률 통계는 한마디로 사기에 가깝다. 예를 들어 20대 가운데 취업이 안 돼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졸업 뒤에도 고시나 공무원시험, 취직시험을 몇 해씩 준비하는 대학생들은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지만 사실상 실업자다. 졸업하기 전에 휴학하거나 5∼6년씩 학교에 적을 두는 경우는 넘쳐난다. 오랫동안 취직이 안 돼 소액으로 전업 개미투자자라고 나선 경우도 사실 실업 상태에 가깝다. 20대 인구는 2000년 약 750만 명에서 2010년 640만 명 정도로 110만 명가량 줄어들었다. 이처럼 인구가 줄었는데도 20대를 위한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2011년 10월 취업자 수가 50만 명 이상 늘어 실업률이 2.9%로 떨어지자 ‘고용 대박’이라고 했다. 세계적 불황에 3%대 실업률도 놀라운데, 2%대로 떨어진 것은 정말 기적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이 정도면 한국은 ‘노동의 천국’이고 일손을 못 구해 기업들이 발을 동동 굴러야 한다. 그런데 고용시장은 여전히 찬바람만 휑하니 분다.

왜 그럴까. 구체적인 내용을 뜯어보면 ‘고용 대박’은 ‘고용 쪽박’임이 금방 들통 난다. 10월에 늘어난 취업자 50만1천 명에서 98%가 넘는 49만2천 명이 50대 이상 노인 세대였다. 이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은퇴하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 등 50∼60대가 안정된 직장에서 쫓겨나 비정규 서비스직이나 자영업으로 취직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비교적 안정적 일자리를 제공하는 제조업 일자리는 1년 전 같은 달에 비해 5만5천 명이나 줄어든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반면 도소매 서비스업 취업자는 12만8천 명, 자영업자는 10만7천 명 늘었다. 물론 정부가 간병인과 노인 요양 일자리 예산을 대폭 늘린 데 따라 관련 분야 일자리가 늘어난 영향도 있다. 늘어난 일자리의 절반가량이 36시간 미만 취업자임도 비정규직 중심의 일자리라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반면 20대 일자리는 전혀 늘지 않았고, 한창 일해야 할 30대 취업자 수는 오히려 6만6천 명 줄어들었다. 이런 사정을 따져보면 부끄러워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스스로 만들어낸 ‘수치 놀음’에 도취돼 있으니 한심하다.

실직자 5명 중 1명만 통계에 잡혀

그러면 한국 실업률이 왜 엉터리인지 정부가 발표한 공식 실업률과 내가 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체감실업률 추이를 나타낸 도표를 비교해 살펴보자. 여기서 ‘체감실업률’은 정부가 발표하는 통계상의 실업자에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쉬었음’ 응답자와 취업준비자, 그리고 36시간 미만 취업자 가운데 추가 취업희망자를 더한 수를 경제활동인구로 나눈 비율로 정의한다. 이는 엄밀한 의미에서 실업률은 아니다. 대신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 사람들 가운데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실업자로 생각하는 경우를 포함해 나름대로 일반인이 체감하는 실업률을 구해본 것이다. 공식 실업률과 달리 실제 고용 사정이 얼마나 악화하고 있는지 추세를 보여주는 도구로 생각하면 된다.

그렇게 도출한 체감실업률과 정부가 발표하는 실업률은 완전히 딴판이다. 공식 실업률은 몇 차례를 제외하면 2003년 이후 줄곧 3%대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체감실업률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2003년 초 10%에서 출발한 체감실업률은 14~15%까지 치솟았다. 공식 실업률이 3%대를 유지하는 동안 일반인들이 체감하는 실업률은 계속 상승했다. 정부의 공식 실업률과는 별개로 한국의 실제 고용 사정은 악화 일로를 걷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구해본 체감실업률은 미국 정부가 공식 실업률 U-3 외에 발표하는 광의의 실업률 가운데 하나인 U-6와 엇비슷한 수준이다. 2011년 11월 현재 한국과 미국의 공식 실업률은 3%와 9% 정도로 큰 차이를 보이지만 광의의 실업률은 비슷하다. 2010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2%인 한국의 실업률이 경제위기 진앙지인 미국과 비슷할 정도로 고용 사정이 열악하다는 뜻이다.

사실 내가 작성한 체감실업률은 보수적으로 설정해서 구한 수치다. 직장에서 해고된 뒤 가사나 육아에 종사하거나 자영업을 하는 사실상 실업자들은 통계에서 밝혀내기 어렵다. 또한 한국은 군입대나 60살 이상 인구 가운데 농촌 지역의 고령 농가 세대의 실업완충 효과 등을 고려하면 체감실업률이 이보다 훨씬 더 높다고 봐야 한다. 실제로 가 보도한 기획재정부 문건에 따르면, 2010년 새로 실직한 사람 가운데 실업자 통계에 잡힌 사람은 21.8%에 불과했다. 78.2%는 비경제활동인구로 잡혔다. 실직한 사람 5명 가운데 1명만 실업자로 잡힌다는 뜻이다. 특히 폐업한 자영업자는 7.7%만 실업자로 분류됐고, 92.3%는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됐다. 공식 실업자의 몇 배나 되는 사실상 실업자가 있다는 뜻이다. 한국의 사실상 실업률은 미국이나 만성적인 고실업 국가인 유럽보다 결코 낮지 않을 것이다.

일자리 천국으로 포장하는 정부

이런데도 정부 당국은 수치 놀음에 가까운 3%대의 공식 실업률을 들이밀며 마치 한국이 일자리 천국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 박재완 장관의 발언도 그런 인식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이다. 이렇게 실업률 통계부터가 엉터리인데, 정부가 어떻게 일자리를 늘린다는 말인가.

선대인경제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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