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7월이 되면 오추겐(お中元·백중날) 준비로 곳곳이 술렁이기 시작한다. 백화점마다 오추겐 전담 창구가 생기고, TV에서는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하라는 광고가 나온다. 일본의 추석 격인 오추겐은 8월 중순이라는 시기 때문인지 명절보다는 여름휴가에 가까운 느낌을 준다. 대부분 일주일이 채 안 되는 휴가를 받는데, 고향을 찾는 이들도 있지만 해외여행이나 느긋한 낮잠, 쇼핑 등을 즐기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그래도 우리나라의 추석처럼 지인들에게 선물을 하는 문화가 있다. 업무상 도움을 받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것은 물론, 부모님과 친척들, 친구들에게도 안부를 전하는 좋은 기회다.
오추겐 선물은 다양하다. 먼저 세제와 식용유, 햄 등의 종합선물 세트는 가장 일반적인 품목이다. 맥주를 즐겨 마시는 일본답게 프리미엄 맥주 선물 세트도 눈에 띈다. 우리의 추석선물 세트와 비슷한 느낌이다. 하지만 젊은 층에서 인기 있는 아이템들은 따로 있다. ‘스위츠’의 왕국이다 보니 유명 파티시에가 만든 과자, 케이크 등이 인기 1순위다. 그 밖에도 영국 직수입의 홍찻잎, 장미 향기의 입욕제, 와인이나 건강에 좋은 오가닉 주스 등 양보단 질을 강조한 선물들이 눈에 띈다.
일본 사람들은 오미야게(おみやげ·기념품이나 작은 선물)를 주고받는 것을 좋아한다. 번역을 돕고 있는 잡지의 편집장과 처음 만났을 때는 그가 여행지에서 사왔다는 맛있는 간장을 받았다. 같이 일을 하는 언니는 만날 때마다 작은 쿠키며 케이크를 건넨다. 오디션이나 촬영에서는 립글로스나 팩을 선물받는 일도 종종 있다. 작아서 그리 부담이 없고, 만나기 전부터 나를 생각해주었을 마음이 기쁘다. 그래서인지 나도 요즘에는 오미야게를 건네는 일이 잦아졌다. 받을 사람의 취향이나 성격을 생각해 작은 선물을 고르는 일이 꽤 즐겁다.
올해에도 슬슬 오추겐을 준비할 때가 되었다. 인터넷으로 백화점마다 준비된 오추겐 상품을 둘러본다. 예전에는 직접 찾아가 선물을 건네는 것이 기본이었다지만, 요즘에는 대부분 물건을 골라 바로 배송을 맡긴다. 먹는 것을 좋아하는 매니저에게는 요즘 인기 있는 와케아리구루메(わけありグルメ·작은 흠이 난 비싼 상품을 파격적인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 찢어진 명란젓이나 흠이 있는 과일 등이 대표적)를 보낼까, 술을 좋아하는 편집장에게는 각국의 와인을 맛볼 수 있는 미니와인 세트를 보낼까 하고 나름대로 심각한 고민을 해본다.
가벼운 사이의 지인들에게는 엽서로 대신해야겠다. 한여름답게 빨간 금붕어며 바다 그림이 시원해 보이는 오추겐용 엽서들이 많이 나와 있다. 오추겐 선물은 꼭 물건이 아니어도 좋다. 마음을 전하는 것이니까. ‘잘 지내나요? 자주는 못 보지만 당신을 잊지 않고 있어요.’ 바쁘게 돌아가는 도쿄에서는 외로움을 달랠 틈도 없기 마련이다. 오추겐은 그런 외로움을 달래는 작은 의식이다.
하혜나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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